김기석 목사 (1) AI는 설탕을 던져줄 뿐, 꿀로 빚는 건 목회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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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2026-01-16 05:3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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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뉴욕지구한인목사회 신년세미나에서 김기석 목사(청파교회 원로)는 설교 준비 시 AI 활용을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자 성실함의 도구"로 정의했다. 다만 AI가 제공하는 정보는 '설탕'에 불과하며, 이를 목회자의 삶과 교회 공동체의 서사로 소화해 '꿀'로 만드는 치열한 과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한 AI의 할루시네이션(거짓 정보) 위험성을 문학적 사례로 들며 철저한 검증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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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목사가 15일 뉴욕 한울림교회 강단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I사진)
"AI 활용을 거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오만입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그러나 AI가 하라는 대로 설교한다면, 그것이 과연 설교이겠습니까?"
질문은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를 살아가는 목회자의 고민에서 출발했고, 답변은 기술과 영성의 경계를 명확히 긋는 통찰로 이어졌다. 인공지능(AI)이 텍스트를 생성하고 설교문을 작성해 주는 시대, 강단에 선 설교자는 어디까지 기술을 수용해야 할까.
문학평론가이자 설교자인 김기석 목사는 AI를 '피해야 할 적'이 아닌 '길들여야 할 야생마'로 규정했다. 단순한 기술 수용론이 아니었다. 그는 데이터라는 뼈대 위에 목회자의 영성과 서사라는 살을 입히는 치열한 '변용(Transformation)'의 과정을 주문했다.
뉴욕지구한인목사회는 1월 15일 오전, 롱아일랜드 한울림교회(김원재 목사)에서 김기석 목사(청파교회 원로) 초청 신년목회자세미나를 개최했다. 뉴욕 교계 목회자들과 신학생들이 참석한 이날 현장에서는 설교 작성 시 AI 활용 범위와 윤리, 그리고 팩트 체크의 중요성에 대한 실제적인 질의응답이 오갔다.
설탕을 먹고 꿀을 토해내는 '벌'의 수고
김기석 목사는 2007년 아이폰의 등장이 인류의 생활 양식을 송두리째 바꿨듯, 챗GPT 등 생성형 AI의 등장은 거스를 수 없는 문명사적 전환이라고 진단했다. 성경 본문의 원어적 의미를 찾거나, 미처 생각지 못한 맥락을 발견하는 데 있어 AI는 탁월한 조수다. 김 목사는 "AI의 도움을 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더 풍성한 설교를 위한 성실한 태도"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핵심은 '재창조'에 있다. 김 목사는 양봉 농가의 비유를 들어 설교자의 역할을 설명했다. 겨울철 벌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농부는 설탕물을 공급한다. 벌들은 그 설탕을 먹지만, 단순히 설탕을 다시 뱉어내지 않는다. 자신의 체내에서 효소와 섞고 소화시켜 전혀 다른 물질인 '꿀'을 만들어낸다.
"AI가 우리에게 주는 정보는 1차원적인 '설탕'입니다. 그것을 그대로 강단에서 내놓으면 그건 설교가 아닙니다. 목회자는 자신의 삶의 고뇌, 묵상, 그리고 눈물을 통해 그 설탕을 '꿀'로 변형시켜야 합니다."
이는 개별 교회의 특수성과 연결된다. 김 목사는 "이곳 한울림교회에는 이 교회만의 고유한 역사와 성도들의 삶의 서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AI가 제공하는 매끈하고 보편적인 텍스트는 이 개별성을 담아내지 못한다. 목회자가 섬기는 공동체의 구체적인 맥락과 AI의 정보를 섞어 끓여낼 때 비로소 살아있는 말씀이 된다는 것.
"AI는 '예리하시네요'라며 거짓말을 했다"
문학평론가로서의 예리한 비평은 AI의 기술적 한계를 지적하는 데서 빛을 발했다. 김 목사는 글을 읽으면 이것이 사람의 사유인지 기계의 조합인지 감지된다고 말했다. AI의 글에는 정보는 있으나 삶의 질감과 고유한 문체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 현상이다. AI는 모르는 사실도 마치 진실인 양, 매우 논리적이고 정중하게 포장해 답변하는 경향이 있다.
김 목사는 자신의 경험담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토마스 만의 소설 <마의 산>과 관련해 AI에게 특정 부분의 요약을 요청하자, AI는 소설에 존재하지 않는 내용을 완벽한 문장으로 만들어냈다. 김 목사가 "책에 그런 논지는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자, AI는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답했다. "예리하십니다. 사실 이 책에 그런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거짓 정보가 진실처럼 둔갑하는 과정은 시인 함민복의 일화에서도 드러났다. 함 시인이 강연장에서 한 독자로부터 "시인의 이 시를 너무 좋아한다"며 낭송을 들었는데, 알고 보니 1연만 본인의 것이고 나머지 연은 네티즌들이 그럴듯하게 덧붙인 문장이었다. 인터넷상의 오염된 정보가 AI를 통해 '학습'되고, 이것이 다시 설교자에 의해 '진리'로 선포될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팩트 체크 없는 설교의 위험성
김기석 목사는 "조선시대 오동나무를 노래한 시를 찾아달라"고 했을 때도 AI가 존재하지 않는 시를 창작해 답변했던 사례를 덧붙였다. 그는 "AI를 통해 얻은 정보는 반드시 책과 원전(Text)을 통해 크로스체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리함에 취해 검증을 소홀히 할 때, 목회자는 본의 아니게 강단에서 거짓을 유포하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세미나는 기술 시대의 목회 윤리를 묻는 자리였다. 김기석 목사의 결론은 뚜렷했다.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손에 쥐되, 그 도구에 휘둘리지 않는 영적 근육과 지적 엄밀함을 갖추라는 것. 설탕은 누구나 구할 수 있지만, 꿀은 오직 깨어있는 벌만이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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