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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 목사 “좌(左)냐, 우(右)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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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2025-03-1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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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침묵했다. 목사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반드시 등장하는 화제가 정치 이야기이다. 대통령이 탄핵되어야 한다. 아니다, 복귀해야 한다. 늘 이야기만 나오면 서로의 논리가 팽팽하다. 내가 끼어들어 말을 하면 분명 한쪽으로 치우쳐서 말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난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침묵한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기가 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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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반드시 등장하는 화제가 정치 이야기이다.(AI 생성사진)
 

매년 실시되는 교협 회장 부회장 선거가 있었을 때는 늘 난 중도였다. 회장 부회장의 도덕성과 언행을 보면 어느 누구에게도 표를 주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참석을 안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참석을 하고 투표를 하려면 반드시 찬성, 반대 표를 찍어야 한다. 중도이기 때문에 무효표를 만들 수도 있지만 분명히 선택을 해야 한다.

 

어느 해인가 난 한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지지한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나서자 반대 후보 측에서는 나를 배신자라고 낙인을 찍어 버렸다. 양쪽 다 지지하지 않고 침묵했을 때는 양쪽 후보들이 다 내가 자기들 편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참 정치라는 것이 묘하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반드시 반대편 쪽에서는 적으로 간주한다. 같은 목사이고 같은 교단이고 친구이고 선후배인데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목사고 친구이고 없다. 이상하게도 편이 갈라지고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다. 심지어 상종조차 못할 사람들로 매도하여 친구가 적이 되고, 같은 교단 목사가 적이 된다.

 

나라 정치는 더욱 그렇다. 우파냐 좌파냐를 가지고 극단으로 치닫는다. 왜 이렇게 진영논리에 빠져 극단적 편향주의로 달려갈까?

 

이런 싸움이 오늘날만 그런 건 아니지 않는가? 우리 부모 세대는 사상 싸움에 말려 좌익이다, 우익이다, 총칼을 들여대고 동생이 아우를 죽여야 했고, 자식이 부모에게 총을 겨누는 비참한 사상 싸움을 우리 부모 세대는 경험했고 지금도 남북으로 그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래서일까? 공산당이라고 하면 철천지원수로 여겼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반공을 주장했던 사람들이 공산당에 'ㄱ' 자만 나와도 공산당으로 몰아 집안을 아주 풍비박산 내는 일을 서슴없이 자행했다. 반공이란 이름하에 억울하게 죽은 젊은이들과 그 가족들은 정권을 잡고 있는 우파를 철천지원수로 여기게 된 것을 우린 처절하게 경험했다.

 

어쩌면 이런 극단적인 사상이 옛 조선 시대에도 계속되지 않았던가? 동인 서인, 노론 소론의 분열로 집안 3대를 멸하는 비극적인 당파 싸움에 얼마나 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사라졌던가?

 

도대체 뭐가 옳은 것일까? 우파가 옳은 것인가, 좌파가 옳은 것인가? 이 세상의 논리를 보면 거의가 독립적인 2원론으로 형성되어 있음을 본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존재하고, 낮과 밤이, 하늘과 땅이 대조를 이루고, 선과 악이 존재하고, 흑과 백이, 오른쪽과 왼쪽이, 남자와 여자, 정신세계와 물질세계, 영혼과 육체, 안과 밖, 물과 불 등등 모든 것이 2원론적 개념이다.

 

난 이런 철학적 이론을 잘 모른다. 다만 이런 2원론적 개념이 공존과 대립으로 인해 선은 악으로 인해서 존재하고 대립하고, 빛은 어둠과 대립과 공존으로 맞물려 있다. 영혼이 존재하려면 육체가, 육체가 존재하려면 영혼이 공존하고 대립한다. 만일 남자만 존재한다면, 여자만 존재한다면 창조의 질서가 온전해질까? 대립과 공존이 우리의 인생을 인생답게 그리고 하나님께로 가게 하는 도구들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 두 개의 독립체가 대립하고 투쟁하고 싸워서 쟁취한 쪽이 득세하는 원리, 즉 빛이 들어오면 어둠이 물러가고 선이 이기면 악이 물러가고 영적인 것에 비중이 크면 육체적인 삶이 소홀해지고 육체의 소욕이 커지면 영적인 것이 소멸되는 원리, 즉 투쟁과 대립의 원리로 이루어져 가는 세상에 좌파와 우파도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보여진다.

 

비행기가 날아가는 원리가 참 묘하다. 양력과 중력의 원리를 이용해 비행기가 날아간다. 날개는 두 개다. 양쪽 날개가 동일한 힘에 의해 윗면과 아랫면을 공존하면서 상대적으로 작용하는 공기의 힘에 의해 비행기는 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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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탄핵되어야 할까, 아니면 복귀해야 할까?(AI 생성사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어차피 2원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 양쪽이 싸우고 투쟁하면 반드시 한쪽으로 기울게 되고 그 결과가 극한의 어려움에 처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난 이 세상은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는 양쪽 날개가 반드시 존재해야 되듯 우파도 좌파도 반드시 존재해야 된다고 본다.

 

그래서 정반합이다. 쉽게 결론지으면 정과 반이 모여 합을 이룬다는 뜻이다. 특히 목사는 이 합을 찾아가도록 리드해야 할 부름받은 자라는 사실을 망각하면 싸움과 투쟁의 극단적 논리에 빠져 하나님나라를 무너뜨리는 실수에 휘말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어쩌면 좌파다 우파다 이 논리를 주장하는 양쪽들이 과연 저쪽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할 수 있는 자격들이 있을까? 서로들 자기 쪽이 진정한 나라를 사랑하고 애국자들이라고 한다. 우리 쪽이 더 조국의 미래를 더 밝은 나라로 만들어 나가게 하는 원동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렇게 주장할 만큼 당당할 수 있을까?

 

명분은 나라를 바르게 세워 나가는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모두가 다 자기들 이익에 따라 나라가 망하든 국민들이 도탄에 빠지든지 자신들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정권을 잡으려는 야욕이 더 강하게 내재되어 있지는 않은가? 한번 좌파든 우파든 스스로들 자문해 봐야 하지 않을까?

 

자신은 볼 줄 모르면서 나라를 지킨다는 위대한 명분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이 위대한 반열에 서 있는 거룩한 존재라고 부르짖을 수 있을까? 한번 자신의 내면을 냉정하게 파헤쳐서 하나님 앞에 자신을 비춰보는 자세가 진정한 목회자들의 자세가 먼저가 아닐까 보여진다.

 

예수님은 우파일까 좌파일까?

 

우측 날개와 좌측 날개로 인해 지금도 수만 대의 비행기가 하늘을 오가는 모습이 이 땅의 좌파, 우파에게 큰 메시지를 던지는 것같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아브람이 롯에게 이르되 우리는 한 골육이라 나나 너나 내 목자나 네 목자나 서로 다투게 말자 네 앞에 온 땅이 있지 아니하냐 나를 떠나라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리라.”(창13:8-9)

 

한준희 목사(뉴욕목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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