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선 목사 “계속 침묵했더니 이제 침묵 당하게 되었다” > 뉴스

본문 바로가기


뉴스

한명선 목사 “계속 침묵했더니 이제 침묵 당하게 되었다”

페이지 정보

화제ㆍ2021-04-02 14:35

본문

연합감리교회(UMC) 뉴저지연회 한인코커스는 3월 28일 주일 오후 4시에 뉴저지아콜라연합감리교회에서 반 아시안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촛불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는 지난 16일 애틀란타에서 벌어진 아시안에 대한 총격사건이후 미 전국에 불어온 아시안 차별 반대운동 속에 열렸다. 

 

촛불기도회는 여러 인상적인 순서들이 많았는데, 특히 한명선 목사(Demarest UMC)는 발언을 통해 인종차별과 혐오에 대해 침묵해 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이제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외쳤다. 특히 발언 마지막에는 참가자들과 준비한 배너를 흔들며 아시안에 대한 혐오와 차별과 폭력을 멈추라고 외쳤다.

 

371bc051c77c3f5b7f257425147ac1f7_1617388504_77.jpg
 

처음엔 침묵했다. 조지 플로이드가 미네소타 거리에 깔려 마지막 숨을 쉴 때, 마틴이 두 손을 머리 위로 든 채 제발 쏘지 말라고 외칠 때 나는 침묵했다. 인종차별은 흑인과 백인들의 문제인 것만 같아, 피부가 노란색인 나는 하얀색과 검은색 사이에 설자리가 없는 것 같아 그래서 침묵했다. 

 

그 다음에도 침묵했다. 온 나라가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인종차별은 죄’라고 하나 되어 목소리를 모을 때, 혼란을 일으키는 일은 바르지 못하고 개인의 권리보다 공동체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배우고 자라서 그래서 침묵했다.

 

다시 침묵했다. 남쪽 국경에서 부모와 떨어진 아이들의 엄마 찾는 울음소리가 내 집 앞에, 내 귀까지 들릴 때에도 나는 침묵했다. 그나마 먼저 이민 온 우리는 다행이라고,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따뜻한 방에서 잠을 잘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그래서 침묵했다.

 

그 다음에도 침묵했다. 이민자들이 모여 우리도 인간이며, 불법이민자도 사람이라고 거리에 나설 때에도 먹고 살아야 해서 침묵했다. 감히 목소리를 냈다가 세탁소, 네일가게, 델리가게 손님들의 발 떨어질까 두려워 그래서 침묵했다.

 

또 침묵했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당선되었다는 지도자가 ‘이민자는 범죄자나 강간범이다’, ‘이민자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졌다’, ‘차이나 바이러스’ 또는 ‘쿵 플루’ 라고 놀릴 때에도 힘 가진 사람에게 대들었다가 5%도 되지 않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아예 멸절되고 사라질까 침묵했다. 남의 나라 사는 처지니 이정도 냉대는 감수하고 살아야지 그래도 미국은 나은 거야 위안하며 침묵했다.

 

그랬더니 그렇게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침묵했더니 이제 침묵 당하게 되었다.

 

아시아 사람들이 일하는 스파들만 골라 먼 거리 운전해 가며 총질을 해 댔는데 그냥 나쁜 날이란다. 그냥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라 저지른 우발적인 살인이란다. 혐오가 아니란다. 우리 엄마, 우리 이모, 우리 고모, 우리 누나가 하루 종일 남의 발을 닦으며 땀과 눈물을 흘리다 피 흘리며 떠났는데 성중독으로 인한 살인이란다. 혐오는 아니란다. 그러니 조용히 하란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샌프란시스코, LA, 뉴욕에서 맞고, 밀쳐 넘어지고, 침세례를 받았는데도 동양인 혐오는 아니란다. 우발적인 행동이란다. 내 앞에서 두 눈을 찢고 도망치고, 나의 어눌한 영어 악센트를 따라하고, 영어는 도대체 언제 배우냐고, 한국에서 왔으니 수학은 잘하겠다고 놀린다. 나와 내 아내, 내 아이, 내 동료, 내 친구들이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이제는 너무 많아 일일이 세기도 귀찮을 정도로 놀림을 당했는데 혐오는 아니란다. 우발적인 행동이란다. 그러니 조용하란다.

 

침묵을 선택했다니 침묵 당했다. 그리고 이제 침묵을 위해 세운 거짓 평화, 가짜 안정 속의 우리를 지키기 위해 이젠 침묵하란다. 조용히 하란다.

 

371bc051c77c3f5b7f257425147ac1f7_1617388519_03.jpg
 

371bc051c77c3f5b7f257425147ac1f7_1617388519_23.jpg
 

아니, 안 할 것이야, 안 할 것이야. 이젠 침묵도 안하고 침묵도 안당할거야.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고, 뽑히지도 않을 거야.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야. 그러니 내 입에 재갈 물릴 생각은 마라!

 

아시안 혐오는 없다고 동양인 차별은 없다고 아무 문제가 없으니 공연히 갈등을 일으키지 말라고, 좋은 시민이 되라고, 좋은 대학가고 좋은 직장 잡고 돈 잘 버는 ‘모델 마이너리티’가 되라고 더 이상 내 입에 덫을 씌우지 말라.

 

나는 한국인이고, 아시안이고, 미국인이다. 여기는 내 집이고, 나는 내 집에서 벌어지는 모든 차별과 혐오에 대해 여기에 있는 내 형제와 자매들과 함께 그동안 묻혀 놓았던 그리고 묻혔었던 목소리를 낼 것이다. 

 

아시안을 향한 혐오를 멈추어라! 아시안을 향한 폭력을 멈추어라! 정의가 물처럼, 공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를 때까지 이 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이민자를 향한 증오와 혐오를 멈추어라! 모든 인종을 향한 폭력과 차별을 멈추어라! 

 

하나님, 과거의 우리들의 침묵을 용서하시고, 지금의 침묵으로 부터 우리를 구원하여 주소서. 선택된 그리고 강요된 침묵을 떨치고 일어나 소리치게 하소서. 모든 사람들 평등하다! 혐오를 멈추라!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자녀이다! 차별을 멈추라! 모든 사람은 소중하고 사랑받아 마땅하다! 폭력을 멈추라!

 

ⓒ 아멘넷 뉴스(USAamen.net)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을 쓰기 위해서는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로제

뉴스 목록

Total 11,671건 1 페이지
뉴스 목록
기사제목 기사작성일
베이사이드 연합감리교회, '소망 함께 실천하기' 선교학교 개최 - 8/2 새글 2025-07-18
'백세사역 전문가 과정',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리더 양성 - 9/8 개… 새글 2025-07-17
주효식 교협 부회장 “정직 없는 최선은 최악” 정직한 회개로 회복을 꿈꾸… 댓글(1) 새글 2025-07-17
미국교회 신뢰도 36%, 공화-민주 양당 간극은 43%로 벌어져 새글 2025-07-17
'별처럼 빛나라' 2025 청소년 할렐루야 가을 집회 개최 새글 2025-07-16
리폼드 신학교, 예시바대와 협력해 목회학 박사 과정 개설 새글 2025-07-16
사우스다코타에서 울려 퍼진 ‘C&MA 연합’의 아름다운 메아리 새글 2025-07-16
송인규 목사, 기감 미주연회 미동북부지방회 새 감리사 취임 새글 2025-07-16
2025 할렐루야대회, 온 가족이 함께 은혜받는 축제로 기획 2025-07-15
뉴욕교협, 은행 신뢰 잃어 건물 융자 상환 위기 봉착 2025-07-15
뉴욕교협, 목사회와 첫 연합 야유회… 소통 강화 행보 2025-07-15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인생”… 조정칠 목사 장례예배 2025-07-14
AG 패널들, 사역의 부르심과 능력 그리고 성령의 역할에 대한 통찰 2025-07-14
소형교회의 든든한 동역자, 에제르 미니스트리 3주년 예배 2025-07-14
김종훈 목사 "한인교회, 미국 주류 교단의 전철 밟을 것인가?" 댓글(1) 2025-07-13
미 성서공회 “말씀 묵상이 운동이나 만남보다 나은 최고의 자기 관리법” 2025-07-12
겸손과 섬김의 목회자, 조정칠 목사 하나님의 부르심 받아 댓글(1) 2025-07-12
뉴욕교협 공천위원장 김명옥 목사 연임, 배경과 과제는? 댓글(1) 2025-07-10
김한요·마크 최·이혜진 목사, 2025 할렐루야대회 강사 확정 2025-07-10
배움의 선순환, 산돌교회 섬머캠프가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기적 2025-07-09
1년 7개월의 대장정, 65개 교회와 함께 한 블레싱 USA 캠페인 2025-07-09
골프 챔피언의 그립과 사역의 기초, TEE 지도자 과정 개강 2025-07-09
"과거의 지도는 버려라" 2025 할렐루야대회, 새 길을 열다 댓글(1) 2025-07-09
미국과 한국 교회 헌금 문화, 그리고 한인교회는 2025-07-08
사회보다 빠르게 늙어가는 교회, ‘노인 돌봄’이 최우선 과제 2025-07-08
게시물 검색



아멘넷의 시각게시물관리광고안내후원/연락ㆍ Copyright © USAamen.net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아멘넷(USAamen.net) - Since 2003 - 미주 한인이민교회를 미래를 위한
Flushing, New York, USA
카톡 아이디 : usaamen / USAamen@gmail.com / (917) 684-0562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