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는 눈물을 흘리지 못한다… 보수 개혁주의 교단이 바라본 AI 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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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1ㆍ2026-03-03 19:17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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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보수 개혁주의 교단인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KAPC)가 매거진 <바실레이아>를 통해 AI와 목회의 공존을 모색했다. 4인의 발제자는 AI를 유용한 사역 보조 도구로 인정하면서도, 영혼을 돌보고 말씀을 조명하는 핵심은 오직 성령과 인간 목회자의 고유 영역임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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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주 한인교회 목회자들이 AI 시대의 영적 분별력을 고민하고 있다. (AI사진)
인간의 질문에 1초 만에 매끄러운 설교문을 써 내려가는 시대다. 강단에 선 목회자들은 기계가 뱉어내는 정교한 텍스트 앞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차가운 알고리즘은 과연 영혼을 구원하는 생명의 도구가 될 수 있을까.
보수적인 개혁주의 신학을 견지하는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KAPC)가 이 거대한 질문에 도망가거나 피하기 보다는 정면승부를 택했다. KAPC 교단 매거진 <바실레이아>는 각 노회 봄 정기노회장에서 배포되는 3호 특집 '교회, AI를 만나다'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의 목회적 수용과 한계를 집중 조명했다.
김병학 목사(주님의교회)의 주제 강의를 시작으로 박성일 목사(기쁨의교회), 장성식 박사(조지아센추럴대학교 부총장), 홍승민 목사(브니엘한인장로교회)가 발제자로 나서 3인 3색의 신학적 통찰을 제시했다.
거울이 된 AI, 목회자의 '사고 근육'을 묻다
김병학 목사 / AI, 목회의 조력자인가? 도전인가?
교단내 AI 전도사인 김병학 목사는 AI를 단순한 신기술이 아닌 목회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적 전환점으로 진단한다. 기술의 도입이 교회에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전적으로 목회자의 영적 분별력에 달렸다고 본다. 김 목사는 현장에서 AI가 설교 준비와 성경 연구의 보조 도구로 탁월한 확장성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 원어 분석과 예화 제안 등은 분명 매력적인 기능이다.
하지만 정보의 나열이 곧 생명력은 아니다. 김 목사는 "AI의 출력물은 질문의 깊이에 따라 결정된다"며 목회자 스스로 깊은 독서와 말씀 묵상을 통해 '사고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짚는다. AI는 사용자의 지적 수준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일 뿐이라는 것. 정보는 반드시 성경적 일관성 안에서 선별되고 목회자에 의해 재해석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행정 효율성은 AI가 주는 가장 큰 유익 중 하나다. 소그룹 교재 제작, 주보 작성, 데이터 관리 등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면 목회자는 교인을 향한 인격적 돌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다. 효율성을 얻은 만큼 신학적·영적 검증이라는 새로운 책임이 뒤따른다. 세속적 가치관이나 왜곡된 신학이 섞여 들어오지 않도록 개혁신학의 잣대로 철저히 걸러내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윤리적 투명성과 공동체적 대응도 중요한 과제다. 김 목사는 AI 활용 여부를 정직하게 공개하고, 민감한 개인 상담 내용은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는 등 명확한 울타리를 쳐야 한다고 제안한다. 장년층 목회자의 신학적 지혜와 청년 세대의 디지털 감각을 결합하는 협업 모델은 기술 격차를 줄이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기술이 목양의 속도를 도울 수는 있지만, 진정한 위로와 소망은 대면하는 공동체 안에서만 피어난다. 인간적인 공감과 기도의 온기를 챗봇이 대신할 수는 없다. 김 목사는 "사역의 본질인 눈물과 기도는 오직 인간 목회자의 몫"이라며 도구 앞에서의 겸손과 거룩한 분별을 당부한다.
▲ 미주 한인교회 목회자들이 AI 시대의 영적 분별력을 고민하고 있다. (AI사진)
기술주의와 악마화, 양극단을 피하는 지혜
박성일 목사 / 인공지능(AI) 시대를 사는 목회자의 지혜
박성일 목사는 인공지능 시대를 마주한 목회자의 지혜를 창조 질서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인간의 도전 정신과 기술 발전은 하나님이 돌보시는 일반 은총의 영역에 속한다. 기술 자체를 신격화하는 '기술주의'나 무조건 배척하는 '악마화' 모두 경계해야 할 극단적인 태도라는 것.
박 목사는 현대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수준에 이르면서 기계와 공존하는 새로운 문화가 열렸음을 직시한다. 과거부터 인간은 자신보다 강력한 맹수나 환경 속에서 살아남았다. 세상을 움직이는 근본 원리는 압도적인 힘의 논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한 도덕률에 있다. 역사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믿는다면 기술 앞에서 막연한 공포를 가질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기계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추더라도 영적 자의식이나 도덕적 존엄성을 스스로 획득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은 영혼과 죄의 문제를 결코 해결하지 못한다. 구원은 철저히 하나님의 은혜에 속한 영역이다. 박 목사는 "AI는 인간을 섬기는 도구여야 하며, 결코 경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긋는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현대인은 깊은 사유와 반성력을 잃어가고 있다. 로봇이 동반자가 되는 파편화된 사회 속에서 목회자의 역할은 더욱 분명해진다. 사역은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이 아니라 성령의 영감과 인격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전인적 과정이다. 박 목사는 기술을 공의와 정직의 테두리 안에서 지혜롭게 사용할 때 비로소 하나님이 주신 복으로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효율의 도구 AI, 기준은 '사랑과 영광'
장성식 박사 / 인공지능(AI), 철학 그리고 기독교 세계관
장성식 박사는 철학과 기독교 세계관의 교차점에서 AI 문제를 분석한다. 그는 기독교인이 AI를 단순히 기술적으로만 다룰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교회를 바로 세우는 신학적 책임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격적 존재이므로, 정보 처리 능력만 뛰어난 AI가 결코 모방할 수 없는 도덕성과 영성을 지닌다고 강조한다.
기독교 세계관에서 기술은 인간의 도구적 합리성이 아닌, 청지기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한 수단이다. 성경 본문 연구, 설교 초안 작성, 다문화 사역 지원 등 AI가 제공하는 효율성은 사역자의 귀중한 시간을 아껴준다. 장 박사는 이 절약된 에너지가 성도를 향한 더 깊은 영적 돌봄으로 온전히 투입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AI 활용의 궁극적인 기준은 효율성이 아닌 '사랑'이다.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계산할 뿐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거나 타인을 용서할 능력이 없다. 장 박사는 목회자가 AI를 사용할 때 이것이 사람을 살리는 방식인지 소외시키는 방식인지 분별해야 하며, 사역의 과정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가 드러나는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능은 연산 능력을 통해 축적되지만, 참된 지혜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데서 출발한다. 장 박사는 세속적 담론이 그리는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에 휩쓸리지 말고, AI를 하나님 나라를 위한 도구로 다스려야 한다고 덧붙인다. 오직 성령의 감동과 말씀의 권위만이 성도를 변화시킨다는 종교개혁의 진리는 AI 시대에도 변함없이 유효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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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주 한인교회 목회자들이 AI 시대의 영적 분별력을 고민하고 있다. (AI사진)
눈물 없는 텍스트, 알고리즘은 조명하지 못한다
홍승민 목사 / AI 시대 설교의 본질과 신학적 책임
챗GPT를 비롯한 플랫폼이 넘쳐나는 현실 앞에서 홍승민 목사는 설교의 본질을 되묻는다. 설교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나 개념 정리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형성된 경외와 감격이 흘러나오는 영적 사건이다. 홍 목사는 설교자가 본문과 씨름하며 겪어야 할 내적 수고를 기계에 위임하는 것은 교회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경고한다.
AI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원어 분석이나 병행 구절 찾기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이는 일반 은총적 관점에서 유용한 도구임이 틀림없다. AI는 존재하지 않는 문헌이나 인물을 사실처럼 꾸며내는 이른바 '거짓 정확성'의 위험도 빈번하게 노출한다. 원문의 미묘한 신학적 뉘앙스가 삭제되거나 왜곡될 수 있으며, 그 잘못된 정보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강단에 선 설교자가 짊어져야 한다고 경고한다.
홍 목사는 지식의 분석과 성령의 조명을 명확히 구분한다. 알고리즘이 문법적 일관성을 찾아 설교자의 시야를 넓혀줄 수는 있지만, 텍스트에 갇힌 진리를 살아있는 의미로 열어주는 '조명'은 오직 성령의 고유 사역이라는 것. 그래서 AI가 정리한 요약과 예화를 비판 없이 그대로 차용하는 행위는 말씀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타협이라고 지적한다.
AI가 작성한 문장은 완벽할지 몰라도 결코 눈물을 흘리지는 못한다. 말씀은 설교자의 인간적인 고뇌와 감정, 순종의 경험 속에서 비로소 살아 숨 쉬는 언어가 된다. 홍 목사는 "신학적 통찰은 알고리즘이 아닌 깊은 침묵과 묵상의 자리에서 나온다"며 기술의 편리함 앞에서도 하나님의 주권을 굳게 붙잡는 영적 분별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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