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주 교수 “6.25 동란과 94일 - 순교자 아버지를 기억하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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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ㆍ2020-07-11 16:55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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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김창길 목사 “6.25 동란과 94일 - 순교자 아버지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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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혁명전쟁 당시 영국군이 미국의 정신적 수도와 같았던 보스턴에 진을 쳤다. 혁명 진압에 나선 영국군은 보스턴 주민들, 나아가 미국인 전체가 용서하기 어려운 만행을 저질렀다. 보스턴의 사적지 1호격인 역사적 회당 Old South Meeting House(위 사진)의 내부를 뜯어내고 마구간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기병대원들이 말타기 훈련도 했다. 모름지기 보스턴에 마구간으로 활용할 공간이 없어서 이런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Old South Meeting House’의 역사적 상징성과 정신적 뿌리를 말똥으로 훼손시켜 미국의 독립의지를 꺾으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 후 전개된 역사는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세계 최강 영국은 농민 게릴라 수준의 미국 독립군에게 패했고 독립을 쟁취한 미국은 세계를 선도해 가는 나라가 되었다.
30년 넘게 뉴저지 장로교회를 담임했던 김창길 목사의 글 “6.25 동란과 94일 - 순교자 아버지를 기억하며”를 읽으면서 나는 보스턴의 ’Old South’ 회당을 생각했다. 글을 쓴 필자의 아버지 고 야성 (野聲) 김동철 목사 (1899-1950)는 한국 전쟁 당시 서울이 공산치하에 있었던 1950년 8월 납북되어 북한 함경북도 아오지 (阿吾地) 탄광에서 질병으로 사망했다. 피랍 당시 김동철 목사는 51세로 서울 서소문 교회를 담임하고 있었다.
김창길 목사의 순교자 아버지에 대한 회상의 힘은 담담함이라 말하고 싶다. 그는 글머리에서 순교자 아버지를 회상하는 글을 쓰게 된 동기를 담담하게 고백한다. “어린 시절에 공산당이 아버지를 납치하여 북으로 끌고 간 일에 분통함과 아버지 없이 오랜 세월을 그리워하며 억울하게 살았던 아린 세월, 전쟁으로 인한 폭격과 파괴, 서울과 대한민국의 잿더미와 황폐화를 상기시키려 함이 아니라…” 흔히 아버지의 존재가 가장 필요하다는 소년기에 격은 이 정도 아픔이면 그의 글에서 북한에 대한 증오와 응징의 외침이 울려 퍼질 것이란 예측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글은 아픔을 잊지 않으면서 그 아픔을 역사의 비전으로 승화하고 있다. “지난 날 아프고 슬픈 역사는 지나가고 새롭게 발전하는 오늘을 낳았고 다시 내일의 힘찬 미래 대한민국을 창조하기에 우리는 6.25동란의 의미와 가치를 정직하고 바르게 후손들에게 생생히 일러주어야 하겠다” 글쓴이의 바람이다. 개인의 처절한 아픔과 슬픔을 못 이겨 주먹으로 땅을 내려치며 통곡하는 대신, 그 땅 위에 건강하고 힘찬 민족 공동체를 세우자고, 특히 후대에 호소하고 있다.
순교한 아버지를 기억하는 아들의 글이라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고인의 삶에 대한 미화 또는 영웅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전쟁이 발발하고 피랍될 때까지 2개월 동안 고 김동철 목사가 보여준 행동은 분명 영웅적이었다. 교회 문을 닫아걸고 피난길에 오르지 않은 그의 목회자로서의 결단. 가장으로서 부인 안마리아 (1900-1990) 사모와 슬하 여섯 아들을 남쪽으로 일단 피난부터 시켜야 하는 보호본능을 누르고, 당당하게 일상을 이어간 아버지. 교회에 스탈린과 김일성 초상을 걸라는 강요에 맞서 예배당 안 보다 밖에 거는 것이 선전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 설득해 성소의 훼손을 막아낸 그의 지혜와 용기.
이런 영웅적 면모가 있었던 아버지 고 김동철 목사의 순교 정신은 평소 그의 소명 의식과 생활의 연장이었다. 목사로서 지켜야 하는 삶을 양보하거나 포기하지 않으니 당연히 도달한 곳이 믿음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는 십자가의 자리였던 것이다.
고 김동철 목사의 초지일관한 삶이 그를 이끌고 간 자리 골고다 언덕. 거기서 그는 마지막 말씀을 전했다.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날마다 말씀을 상고하고 기도로 무장해야 할 것입니다. 어려움을 피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어려움이 왔을 때 믿음을 저버리지 않도록 준비된 신앙이 절실한 때입니다.” 동족상잔을 포함해 인간 삶을 떠나지 않는 역사의 시련 속에서 내 뜻대로 마옵시고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할 수 있는 믿음의 용기가 곧 신앙이란 외침으로 들린다. 지금 이 혼란한 시대에 절실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다시 미국 혁명전쟁으로 돌아가서, 미국의 혁명정신을 가장 정확히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는 토머스 페인 (Thomas Paine)은 자유의 열매를 따길 원한다면 자유를 지켜야 하는 곤함을 이겨야 한다고 했다. (Those who expect to reap the blessings of freedom, must, like men, undergo the fatigues of supporting it.)” 순교자 고 야성 (野聲) 김동철 목사의 삶과 죽음이 그랬듯.
이길주 교수(버겐커뮤니티칼리지 역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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