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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면 누가 교계를 지키나?"… '강재구 소령' 신드롬에 빠진 뉴욕교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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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2025-12-1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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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뉴욕지구한인목사회 제54회기 이취임식에서 김정호 목사는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지키라'는 설교를 통해 교계의 정치화와 영웅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영웅이었던 '강재구 소령'을 언급하며 비뚤어진 영웅주의가 교계를 망치고 있음을 지적했고,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그레샴의 법칙'을 인용해 비본질적 권력욕이 교회의 본질을 흐리고 있음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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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목사는 이날 설교에서 교계 내 팽배한 나르시시즘과 정치적 야합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에 빗대어 통렬히 비판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지구를 지킬 것인가." 왕년의 코미디언의 유행어였던 이 독백이, 오늘날 목회자 세계에서는 웃지 못할 비극이자 현실이 되었다. 스스로를 난세의 영웅으로 착각하며 과대망상에 빠진 리더십들이 교계를 피로하게 만들고 있다. 성탄의 기쁨을 나누어야 할 축제의 자리에서, 뉴욕 교계를 향한 한 목회자의 진단은 서늘하리만큼 냉철했고 뼈아팠다.

 

뉴욕지구한인목사회(이하 목사회)는 12월 14일 주일, 뉴욕동원장로교회에서 제54회기 이·취임식 및 성탄축하예배를 가졌다. 신임 회장 박희근 목사가 이끄는 새로운 리더십의 출범을 알리는 자리였으나, 이날 강단에 선 기획혁신위원장 김정호 목사의 메시지는 단순한 축사보다는 현 교계상황에 대한 비수에 가까운 질타였다.

 

김 목사는 에베소서 4장 1~3절을 본문으로 '성령이 이루신 하나됨을 지키라'는 제목의 설교를 전하며, 무너져가는 교계의 연합 정신을 해부했다.

 

촛대는 언제든 옮겨질 수 있다

 

김정호 목사는 '연합'의 정의부터 다시 세웠다. 그는 연합이 인간적인 노력이나 정치적 타협, 혹은 친목 도모의 결과물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김 목사는 "사람이 노력해서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이미 구속사적으로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교계 연합 활동이 단순한 세 과시나 이익 집단의 카르텔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였다.

 

그는 에베소 교회를 향한 예수의 경고를 인용하며 "사명을 잃어버린 공동체는 조직만 남고 생명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회개하지 않으면 촛대를 옮기리라"는 말씀은 단순히 교회가 문을 닫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통로가 바뀐다는 뜻이며, 이는 현재 뉴욕 교계가 직면한 엄중한 위기 상황임을 시사했다. 김 목사는 "조직은 살아있으나 생명력을 잃은 껍데기만 남을 수 있다"며 교계의 정치꾼들을 향해 경종을 울렸다.

 

'강재구 소령'과 비뚤어진 영웅주의

 

메시지의 울림은 김정호 목사 자신의 내밀한 고백에서 깊어졌다. 김 목사는 자신의 중학생 시절 장래 희망이 육군사관학교에 가서 대통령이 되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그의 영웅은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수류탄을 끌어안고 산화한 '강재구 소령'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그것이 애국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목사가 되고 보니, 목회자 세계에 그런 비뚤어진 영웅주의와 망상을 가진 인간들이 너무나 많더라."

 

김 목사는 자신을 희생하는 십자가 정신이 아닌, 자기가 나서서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메시아 콤플렉스'가 교계를 병들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겨울 건강 악화로 의사에게 "살려면 삶의 방식을 바꾸라"는 경고를 들은 후 실천 중인 세 가지 훈련을 소개했다. '외로워지는 훈련', '버리는 훈련', '떠나는 훈련'이다.

 

그는 벤자민 하디의 저서 『퓨처 셀프(Be Your Future Self Now)』를 인용하며 "죽을 날을 생각하고 오늘을 사니 욕심이 사라지더라"고 고백했다. 자신이 맡고 있던 대부분의 교단 직책을 내려놓았음에도 "지구는 멈추지 않고 잘만 돌아가더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는 자리를 탐하고 감투에 연연하며 '사람'을 쫓아다니는 일부 교계 인사들의 행태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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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를 병들게 하는 '흡연실'과 그레샴의 법칙

 

이날 설교의 하이라이트는 경제학 용어인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을 교계 현실에 대입한 대목이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이 법칙은 질 나쁜 화폐가 유통되면 양질의 화폐는 장롱 속으로 사라진다는 이론이다.

 

김 목사는 이를 "담배 연기가 자욱한 방"에 비유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양화) 사람들은 매캐한 냄새가 싫고 폐암에 걸리기 싫어 방을 떠난다. 한두 명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결국 그 방에는 담배 피우는 사람들(악화)만 남아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한다."

 

그는 현재의 교계가 바로 이 '흡연실'과 같다고 진단했다. "건강하지 못한 리더들은 채워지지 않는 인정 욕구와 허망한 권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보상받으려는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다"며 "이런 이들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설치는 통에, 상식적이고 건강한 목회자들은 조용히 교계 활동을 접고 떠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연합, 사람이 아닌 방향성

 

설교의 결론은 다시 '본질'로 회귀했다. 김 목사는 신임 회장 박희근 목사가 시무하는 동원장로교회의 웹사이트를 언급하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교회 웹사이트에 나와있는 '하나님 중심, 말씀 중심, 교회 중심'. 투박하지만 이 세 가지 원칙이야말로 뉴욕 교계가 살 길이다."

 

그는 부회장 목사의 "지금이 초대교회 순교의 시대보다 어렵겠는가"라는 말을 인용하며, 이를 이사야 선지자의 외침에 비유했다. 밑동 잘린 그루터기에서 새싹이 돋아나듯, 비관적인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누구인지 잊지 않는 싸움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목사는 "연합은 탁월한 영웅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흙탕물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인내와, 서로를 용납하는 평안의 매는 줄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설교를 마쳤다.

 

행사는 박희근 목사의 취임으로 마무리되었으나, 참석자들에게는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는 묵직한 과제가 남겨졌다. 그것은 화려한 취임사의 레토릭보다 훨씬 더 무겁고 시급한 시대의 요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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