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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흥용 목사 "보수와 진보의 전쟁 대신 균형잡힌 개혁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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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ㆍ201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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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몇 년간 한인 기독교계에는 신사도운동과 WCC가 뜨거운 감자입니다. 이런 이슈들은 사람마다, 교단마다 견해 차이를 많이 보입니다. 게다가 같은 교단 안에서 조차 찬성과 반대가 공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른 각도로 보면 교단에 상관없이 보수냐 진보냐에 따라서 의견의 차이가 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 4만 2천 개 이상의 교파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교단들이 존재하는데, 뿌리가 같은 교회와 교단들 끼리는 어느 정도 대화도 가능할 법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교단 안에서 조차도 보수와 진보가 서로 보고 이해하는 것이 달라서 어떤 사안들에 대해서는 신학적 견해 차이로 인해서 서로 논쟁을 벌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논쟁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다양한 생각을 나누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기의 생각이 더 분명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상대의 의견에 대한 존중없이 안하무인 격으로 자기 쪽 이야기만 열심히 하게 되고, ‘나는 반드시 맞고 상대는 무조건 틀리다’는 식으로 접근하기 쉽습니다.

요즘의 WCC와 신사도 운동에 대한 논쟁의 글을 읽다 보면 ‘난 옳고 너는 틀리다.’는 생각에 상대방에게 죽기 아니면 살기식으로 달려드는 분들을 보게 됩니다. 물론 나름의 논리도 있지만 내 생각과 다르면  바로 집중 공격이 이루어 지는 것을 보면서 이건 심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식의 태도는 곧 상대방에게도 뭔가 들을 만한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태도입니다. 이런 현상은 마치 사도 바울이 회심전 율법 충만한 정의감으로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하는데 열심이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나님이 자기 편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자기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는 순간 신학적 오류와 영적 오만이 발생합니다. 자신의 신학적 논리를 단순히 증명하는 선에서 넘어서 상대를 이기려 들면, 신학 논쟁을 가장한 감정 싸움으로 변질되기 쉽습니다. 들을 수 있는 귀는 막히게 되고, 교회가 사역에 써야 하는 에너지를 낭비하게 됩니다. 논쟁이 격해지면 상대의 의견에 대한 존중은 없어지고, 나는 맞고 너든 틀리다는 식으로 접근하기 쉬워집니다.

참고로 보수와 진보의 차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들의 특징을 조금씩 나열하고자 합니다. 교회의 보수주의자들은 자기 믿는 것을 방어하려는 욕구가 강합니다. 특히 진리 수호의 욕구가 강하여 본받을만 한 자세를 보여 주지만 반대로 자신들의 믿는 것을 진리라고 믿다보니 자신들과 다른 생각에 대해서는 격하게 달려드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보수주의자들에게는 기존의 권위와 권력, 위계 질서, 전통을 자신의 존재를 정의하고 유지해 주는 심리적 안정 장치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따라서 이들은 다른 생각이나 조그만 변화에 대해서 조차 거북해 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개방적 자세와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의 욕구가 더 강합니다. 진보주의자들에게 기존의 권위, 위계 질서, 전통 등은 현재 자신들의 삶을 억압하는 원인이며, 보다 더 자유로운 환경과 삶을 얻기 위해서는 변혁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봅니다. 진보주의자들은 그래서 교회와 사회 제도의 모순에 대한 개혁 의지가 강합니다. 미국에서는 대체적으로 도시 안쪽에 있는 교회들이 진보적 성향이 강하며 도시 바깥의 교회일수록 보수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내가 보수 혹은 진보란 의미는 지금까지의 나의 경험과 타고난 기질로 이해하고, 내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불과 합니다. 보수가 곧 진리는 아니며,  내가 진리를 어떻게 이해하는냐는 태도와 이해 방식 입니다. 진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수와 진보 모두 불완전하며, 어느 한쪽만 가지고는 온전한 교회의 모습을 가질 수 없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가치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서 서로 그 입장이 뒤바뀔 수 있습니다. 보수안에서도 진보적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진보안에서도 보수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보수의 가치가 오늘 진보의 가치로써의 역할을 하고, 어제 진보의 가치가 오늘 보수의 가치로써의 역할을 감당하는 예는 많습니다.

그런데 보수와 진보 사이에는 잊지 말아야 하는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중도라는 또 다른 집단의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들 중도층의 존재는 종종 쉽게 무시되고, 인식되지 못합니다. 이 부류의 분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가치관이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치우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리고 보수와 진보의 지루한 논쟁에 끼어들기 원치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슈에 대한 보수와 진보 양쪽 논리를 나름대로 평가합니다. 때론 보수와 진보 양쪽을 위해서 중재에 나서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침묵하며 지냅니다. 잘못 끼어들면 양쪽 모두로 부터 공격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모 아니면 도, 흑 아니면 백으로만 접근하려는 분들의 발언들이 쎈 분위기 속에서는 마태복음 7장을 종종 생각해 봅니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외식하여, 먼저 네눈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속에서 티를 빼리라.” 주님의 말씀을 자신에게 대입해 볼 때 비로써 상대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대화할 수 있는 여유로운 자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자기만 옳다고 우기는 사람은 스스로를 위선자로 만들 수 있는 위험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내 편이 아니고, 내가 하나님 편이 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노력도 지나치면, 남에게 상처주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이제는 보수 혹은 진보라는 대립의 각을 세우고 서로를 공격하는데 에너지를 쓰지 말고, 말씀(Word)과 행위(Deed)의 균형잡힌 개혁 정신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말씀과 행동을 매일의 삶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균형을 이루어 가느냐 고민하는 것이 보수냐 혹은 진보냐를 따지는 것 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또한 개혁 정신은 지속적인 개혁(Always Reform)을 요구합니다. 이는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해당합니다.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남보고는 변하라고 요구하는 사람이나 집단은 위선자이며 자정 능력을 상실한 썩은 집단에 불과합니다.
 
야고보서 2장의 권면이 생납니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너는 믿음이 있고 나는 행함이 있으니 행함이 없는 네 믿음을 내게 보이라 나는 행함으로 내 믿음을 네게 보이리라 하리라…아아 허탄한 사람아 행함이 없는 믿음이 헛것인 줄을 알고자 하느냐?” 말로 아무리 내가 옳다고 떠들어도 행동과 삶으로 보여주지 못하면, 무슨 가치가 있습니까? 아이들도 어른들이 어떻게 하는가를 보고 모방합니다. 교회가 이래서 싸우고, 저래서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이 교회를 어떻게 좋게 볼 수 있습니까? 교회의 분열을 만드는 논쟁에서 벗어나서 서로에게 교훈을 얻는 협력과 연합의 관계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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