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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와 취소 문화, 코로나바이러스와 취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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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ㆍ2020-06-1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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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 코로나바이러스로 많은 사회활동이 중지된 지금 이 단어는 과거 그 어떤 단어보다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영화 개봉, 콘서트, 심지어 스포츠 전체 시즌이 COVID-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취소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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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John Cameron on Unsplash

 

 

그런데 이 취소라는 단어는 최근 들어 사회적인 측면에서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바로 어떤 행사를 취소하는 경우가 아니라 사람을 취소(제거)할 때 쓰는 경우다.

 

한때는 문화적으로 수용되는 어떤 생각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갖는 경우, 그에 관한 근거와 건전한 논지를 바탕으로 토론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이제는 누군가가 문화적으로 다수가 선호하는 생각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거나 행동을 하면 우리는 그 사람을 취소(삭제)한다. 욕을 하거나 어떤 특정한 딱지를 붙이거나 또는 아예 인신공격을 해서 눌러 버린다. 음악가의 경우라면, 콘서트를 보이콧 한다. 운동선수라면, 그 사람의 유니폼에 불을 지르고 그 영상을 SNS에 올린다. 집단의 생각을 모욕한 사람은 이제 사회적 죄인이며 마땅히 받아야 할 고통을 대중으로부터 공개적으로 받도록 만든다. 여기서 기억할 점이 있다. 우리는 그 사람의 생각을 논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말하고 있다. 최대한 수치심을 느끼게 함으로 그 존재가 사라지도록 하고 싶은 것이다. 그 사람은 그렇게 취소될 것이다.

 

취소 문화와 동양 문화

 

동서양 두 가지 문화를 다 아는 사람으로서 나는 지금 서구에서 일어나는 이런 현상이 얼마나 동양적인지를 목격하고 있다. 나는 미국에서 나서 자랐지만 나의 혈통과 성장 배경은 중동 지역이어서 올리브 오일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서구는 개인 권리, 즉 개인이 무엇을 믿고 어떤 말을 하고 또 어떤 행동을 하는가를 중요시했다. 한 개인의 어떤 특정한 말과 믿음 그리고 행동 여부가 허용되는 한도 내에서는 그 속에 잠재된 장점은 언제나 토론의 대상이 되었다.

 

동양과 중동(이 두 지역을 통틀어 “동양”이라 부르겠다)에서는 집단이 더 중요하다. 동양에 사는 개인은 언제나 자신의 말과 행동 그리고 믿음이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고려해야 한다. 동양 문화는 “명예-수치 문화”다. 모든 개인은 그가 속한 공동체에 명예를 가져다주어야 하고,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말하거나 행동하고 또 믿어야 한다. 진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 진리가 공동체에 수치를 가져다준다면, 그 진리를 받아들이는 것을 숨겨야 한다. 이제는 무죄/유죄와 명예/수치의 혼합된 형태가 서양과 동양 전부를 휩쓸고 있다. 서구에서는 개인주의와 무죄/유죄 사고방식이 주류를 이루는 반면, 집단적인 명예/수치 사고방식은 쇠퇴해왔다. 그런데 취소 문화의 도래와 더불어, 사회적 관계라는 측면에서 명예/수치 사고방식이 서구에서도 점점 더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오늘날의 취소 문화는 기존 동양에 있던 명예-수치 사고방식의 21세기형 서구 버전이다. 수백 년간 이런 문화에 익숙한 동양인이 아직까지는 이 분야에서 뛰어나지만, 서양인들도 무섭게 따라붙고 있다. 

 

취소 문화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 하버드 대학에 입학 허가를 받은 한 학생의 입학이 결국은 최소되었는데, 그 이유가 그 학생이 16살 때 쓴 부적절한 메시지 때문이었다. 그 학생은 잘못을 뉘우치고, “나는 이제 전혀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고, 스크린샷에 드러난 어렸던 시절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썼지만, 하버드는 결국 그의 입학을 거부했다. 물론 그 학생이 했던 말은 매우 부적절했다. 그러나 사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하버드에 의해 취소되었고, 더 중요한 것은 수없이 많은 트위터에서도 최소되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밈(meme, 인터넷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 사이에 전파되는 어떤 생각, 스타일, 행동 따위)은 그 사건을 이렇게 요약했다. “나는 이 인간의 인생 전체를 끝장내고자 한다.”

 

COVID-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봄 방학을 맞아 마이애미로 여행을 간 몇몇 대학생들에게도 같은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중 몇 명의 실명이 뉴스 매체로 알려졌다. “코로나? 걸리면 걸리는 거지, 뭐”와 같은 미성숙하고 이기적인 발언 때문에 행여나 이 학생들이 미래에 어떤 회사에도 취업하지 못하고 아예 “취소”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취소 문화에서 하나의 잘못은 영구적으로 용서받지 못하는 낙인이 되는데, 그것은 비난이 단지 잘못된 행동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실수는 이제 한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되고 인간 자체를 수치스러운 존재, 그렇기에 취소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 얼마나 동양적 사고란 말인가? 줄리엣 노벰버(Juliet November)는 과거 동양과 서양이 달랐던 점을 이렇게 요약했다. “서구적인 방식에서 볼 때, 내가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는 내가 나쁜 짓을 했을 때다. 그러나 동양의 명예-수치 방식에서 볼 때, 내가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는 사회적 눈에 비추어 내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쁜 사람이 된다는 것은 달리 말해 단지 잘못을 고치는 것만으로는 구원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 즉, 사과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예수님과 취소 문화

 

서구 사회에서 우리는 종종 예수님을 의도는 좋지만 대부분의 경우 현실성이 떨어지는 분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곤 한다. 그런데 현대의 서구 사회가 점점 더 예수님이 살았던 고대 문화를 닮아가고 있는 현실은 예수님이 결코 시대에 뒤떨어진 존재가 아님을 암시한다. 사실상 예수님은 오늘날에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실성이 있다. 부모에게 절연 당하고 종교 지도자들에 의해 쫓겨난 맹인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극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요한복음 9장을 보면, 예수님은 맹인으로 태어난 한 젊은이를 만난다. 예수님과 바리새인들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난 계기는 예수님이 진흙을 눈에 발라서 그 젊은이의 시력을 치유했기 때문이었다(예수님은 안식일에 “일했다”). 바리새인들에게 심문을 받았을 때, 그 청년의 부모는 바리새인들이 너무도 두려웠기에 예수님이 아들을 고쳤다고 말할 수 없었다. 결국 바리새인들은 아들에게 물었다. “그 부모가 이렇게 말한 것은 이미 유대인들이 누구든지 예수를 그리스도로 시인하는 자는 출교하기로 결의하였으므로 그들을 무서워함이러라”(요 9:22). 출교,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수치였다. 

 

그들의 아들, 태어나 처음으로 세상을 본 그는 사회적으로 두려움이 없었다. 그는 바리새인 앞에서 일어나 당당하게 또 냉소적으로 대답하기를, 예수님이 자신을 고쳤다고 했다. 바리새인들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명예에 도전하는 그를 참을 수 없었고, 회당에서 출교시킴으로 공동체에서 줄 수 있는 가장 큰 수치를 주었다. 회당에서 출교당한 사실은 이제 그 젊은이의 정체성을 결정할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바리새인들은 그를 취소해 버렸다.

 

부당하게 당한 수치를 긍휼하게 여긴 예수님은 그 젊은이를 찾았다. 예수님은 부드러운 권세로, 자신이 약속된 메시아임을 밝혔다. 그는 청년의 육체적 시력뿐 아니라 영적인 시력까지도 회복시켰다(요 9:39). 예수님은 수치로 가득한 그의 정체성을 영광된 정체성으로 바꾸었다. 예수님은 위선자들에 의해 부여된 일시적인 사회적 영예를 오직 하나님만이 부여할 수 있는 초월적인 영예로 대체했다.

 

예수님은 취소된 자를 사랑한다

 

취소 문화에서 우리의 존재는 가장 최근에 저지른 실수에 의해서 정의된다. 사회적인 회복은 거의 찾기 힘들다. 그러나 취소되었다는 것으로 피해자가 정의되어서는 안 된다. 예수님은 무엇보다 모든 취소된 인간을 중요하게 여겼다. 수많은 그의 제자들 중에서도 세리, 열심당원, 창녀들 말이다. 예수님은 의심하는 도마를 취소하지 않았고(요 20:27), 그를 세 번이나 부인한 베드로도 취소하지 않았으며(요 18:27), 이복 형제 야고보가 믿음을 거부할 때에도 취소하지 않았다(요 7:5). 

 

아이작 왓츠(Isaac Watts)의 찬송가는 우리의 죄와 수치, 순전함과 명예가 어떻게 그리스도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지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주님은 공정하고 친절하다

온유한 사람은 그의 길을 배울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겸손한 죄인은

그가 베푸는 은혜의 방법.

자기 자신의 선함을 위해

그는 내 영혼을 수치심에서 구해주었다.

나의 죄책감 크고 커도, 그는 용서한다

구속주의 이름으로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수치에 분노로 반응할 때, 예수님은 사랑과 용서와 은혜로 응답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아니 내가 누군지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 세상 문화는 결코 그들에게 답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할 수 있다. 오늘날 일시적, 문화적 오만함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가 나사렛 출신의 중동 순회 설교자로부터 배워야 하는 이유다.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원제: Canceled: How the Eastern Honor-Shame Mentality Traveled West

작가: Abdu Murray(라비 재커라이어스 선교회의 부사장)

 

2005년 미국에서 시작되어 팀 켈러 목사와 존 파이퍼 목사 등이 이끄는 TGC(The Gospel Coalition; 복음연합)의 한국어 사이트(tgckorea.org)가 2018년 11월 오픈되어 성경적이고 복음적인 주제의 글과 동영상이 매일 새롭게 업로드 되고 있다. TGC코리아는 TGC는 물론 개혁주의 신앙을 전달하는 또 다른 인기 사이트인 Desiring God(존 파이퍼), Ligonier(R.C. 스프로울), 9 Marks(마크 데버), Unlimited Grace(브라이언 채플)의 수준 높은 자료들을 공식적으로 허락받아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 TGC코리아(https://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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