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년 전 거리로 나선 감리교 리더, 오늘은 뉴욕서 '현실의 평화'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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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1ㆍ2026-03-02 04:5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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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뉴욕의 연합감리교회 한인 목회자들이 3.1절 107주년을 맞아 토론회를 열고 과거 교회가 주도한 비폭력 저항의 신학적 의미를 조명했다. 발제자들은 교회가 순진한 낙관론을 버리고 평화를 조직하는 영적 현실주의를 회복해야 하며, 권력에 순응하는 대신 소외된 이들이 있는 시대의 광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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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감리교회 뉴욕연회 한인 코커스의 3.1절 107주년 토론회 현장. 왼쪽부터 사회자 이길주 교수와 3인(류영철, 김영동, 김진우 목사)의 발제자
107년 전 한반도를 뒤흔든 3.1 비폭력 만세 운동의 중심에는 감리교인들이 있었다. 민족대표 33인 중 개신교인은 16명, 그중 9명을 배출한 감리교의 촘촘한 조직과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했다. 오늘날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그날 감리교 선조들이 보여준 신앙적 결기를 현대 교회의 시대적 책임으로 다시 소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연합감리교회 뉴욕연회 한인 코커스 인종정의동아리는 1일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한인연합감리교회(Met Church)에서 ‘우리의 3.1절, 우리의 교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역사학자 이길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류영철, 김영동, 김진우 목사가 각각 발제자로 나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며 기미년의 독립 정신이 현대 교회에 던지는 현실적인 과제를 조명했다.
비폭력과 희년의 비전, 1919년 교회가 일어선 이유
1부 발제에 나선 류영철 목사(모닝사이드 연합감리교회)는 3.1 운동을 단순한 애국 운동을 넘어 인류 구원 역사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의 부름에 응답한 신앙적 결단으로 해석했다. 류 목사는 이사야서 60장 1절을 인용하며, 이사야서에 담긴 희년과 해방의 비전이 107년 전 독립선언문에 깃든 ‘상부상조와 홍익인간’ 정신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기독교는 소수 종교였음에도 무장 투쟁을 전개하던 타 종교 지도자들을 설득해 비폭력 저항을 이끌어냈다. "일본의 의리 없음을 탓하거나 보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동양 평화와 인류의 공존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선언문의 목적은 세계 평화를 지향하는 기독교적 가치관의 발현이었다. 기독교가 지닌 전국적인 교회 네트워크는 이러한 비폭력 저항이 단기간에 들불처럼 번지게 한 핵심 동력이었다는 것.
류 목사는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참담함을 대조하며 날카로운 현실 진단을 내놓았다. 1919년의 개신교는 억압받는 자들의 해방이라는 하나님의 역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회를 이끌었지만, 오늘날의 한인 이민 교회와 한국 교회는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는 지적. 류 목사는 "현재 교회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 가장 거스르는 위치에 서 있는 비극적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며 철저한 자기 고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순진한 도덕을 넘어, 평화를 조직하는 영적 현실주의
2부 발제자인 김영동 목사(Cheshire 연합감리교회)는 시선을 흔들리는 현재로 옮겨왔다. 김 목사는 20세기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의 ‘기독교 현실주의’를 빌려 3.1 운동의 본질을 파헤쳤다. 니버가 정의한 ‘빛의 자녀들’처럼 정의와 도덕적 호소를 앞세웠으면서도, 결코 현실의 권력 구조 앞에 순진하게 굴지 않았던 ‘조직된 도덕성’이 3.1 운동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민중은 단순한 감정적 만세 창호에 머물지 않았다. 세계 양심에 보편적 인류애를 호소하는 동시에,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이라는 정치적이고 조직적인 대안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김 목사는 "힘의 이동이나 권력자의 자비가 아닌, 정의를 조직하는 공동체의 용기가 역사를 움직였다"며 도덕성만으로는 제국을 무너뜨릴 수 없음을 간파했던 선조들의 현실 감각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통찰은 복잡한 갈등이 얽힌 현재 미국 사회와 교회를 향한 무게있는 메시지로 이어진다. 김 목사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말을 인용해 "평화를 사랑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하는 자보다 더 치밀하게 조직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 속에서 교회는 그저 방관하거나 순진한 낙관론에 빠질 것이 아니라, 영적 현실주의를 바탕으로 평화를 조직해 내는 실천적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
정한 마음을 품고 시대의 광장으로 나아가는 교회
마지막 3부 발제자인 김진우 목사(UMC 뉴욕연회 한인 코커스 회장, MET처치)는 교회가 선택해야 할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김 목사는 더 나은 프로그램이나 예산이 교회의 내일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시편 51편 다윗의 기도를 인용하며, 교회가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정한 마음과 정직한 영'을 구하는 내면의 본질적 회복이 선행되어야 함을 짚었다.
김 목사는 교회가 자신의 연약함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질그릇처럼 초라해 보일지라도 그 안에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이라는 보배가 담겨 있다면 충분하다는 것. 1919년 재판정에서 "천하 일반 사람이 생을 같이 하도록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고백한 이승훈 장로의 일화를 소개하며, 시대의 고난을 함께 짊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교회의 참된 능력임을 재조명했다.
김 목사는 성전 안에 머물던 107년 전 기독교인들이 거리로 나섰듯, 오늘날의 교회 역시 현대의 광장으로 향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연방 이민 단속의 공포에 떠는 이웃, AI 기술 발전으로 존재 의미를 잃어가는 이들의 소외된 마음이 바로 교회가 찾아가야 할 새로운 광장이다. 누군가의 두려움 곁에 앉아 이름을 불러주는 공동체가 될 때, 비로소 성령의 새로운 물결이 시작된다는 결론.
저항과 순종, 그리고 다음 세대를 향한 치열한 질문들
발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기미년의 뼈대 위에 현대적 신앙을 입히려는 치열한 논의가 오갔다.
최진하 UMC 목사는 "과거 권력에 저항하던 교회가 오늘날 왜 권력에 순응하는 집단으로 변모했는가"라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다. 류영철 목사는 이를 교회 내에 자리 잡은 집단 이기주의와 우상숭배의 결과로 진단했다. 김영동 목사 역시 기독교가 로마 국교화 이후 기득권과 결탁해 온 씁쓸한 역사를 짚었다. 양적 성장에 매몰되어 복음의 본질적 저항성을 잃어버렸다는 뼈아픈 자성이 현장을 채웠다.
하지만 교회가 무조건적인 저항의 전위대가 되는 것에 대한 날 선 우려도 터져 나왔다. 한영숙 UMC 은퇴목사는 "교회를 저항의 공동체로 보기 시작하면 결국 하나의 정치적 운동 단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도들이 특정 사회 운동이나 이념의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현실적인 반론. 맹목적인 저항이나 권력에 대한 맹종 모두 복음의 본질인 '순종'의 의미를 훼손할 수 있다는 날카로운 통찰이 이어졌다.
이에 발제자들은 교회의 정치적 도구화를 철저히 경계하며 목회자의 역할을 다시 정의했다. 최진하 목사는 목사가 교인들을 투쟁의 현장으로 선동하는 대신, 하나님의 뜻을 스스로 분별할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진우 목사는 저항의 스펙트럼을 넓게 해석했다. "거리로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골방에서 드리는 깊은 기도와 치열한 일상을 묵묵히 살아내는 것 역시 저항의 또 다른 이름"이라며 각자의 자리에서 피어나는 신앙적 결단을 존중했다.
무거운 공기 속에서 다음 세대를 향한 평신도의 절박한 호소도 이어졌다. 한 성도는 "107년 전의 역사를 가르칠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부재한 탓에 정작 이 자리에 2, 3세 청년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미주 한인 사회 일각에서 특정 이념에 편향된 역사 교육이 확산되며 3.1 운동의 기독교적 가치를 훼손하는 현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구태의연한 시스템 속에서 교회가 다음 세대에게 역사적 진실을 어떻게 물려줄 것인지 묻는 매서운 질문이었다.
김영동 목사는 절망 대신 현장에서 싹트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희망을 제시했다. 미주에서 태어난 2세 청년들이 기성세대의 문법을 벗어나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3.1 운동의 정신을 스스로 체화하고 있다는 것. 퍼포먼스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한인 청년이 파티 형식의 예술 무대에 한국인의 정체성을 녹여내는 사례를 소개했다.
김 목사는 "청년들은 이미 교회 밖에서 더 능동적인 평화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며 교회가 기득권의 논리를 벗어던지고 이들의 언어에 응답할 때 비로소 진정한 세대 간의 연대가 회복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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