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 (4) 영적 침체? 믿음 부족 아닌 '루틴 부재' 탓... 하루 30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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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2026-01-20 03:17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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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김기석 목사가 뉴욕 목회자들에게 번아웃 극복의 실제적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강단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허무함을 고백하며, 이를 이기는 힘으로 거창한 영성이 아닌 '지적 루틴'과 '목회와 무관한 몰입'을 꼽았다. 특히 산책(散策)을 '목적 지향적 꾀(策)를 흩트리는(散) 행위'로 재해석하며, 생각의 전환을 위한 신체적 쉼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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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석 목사가 번아웃을 겪는 목회자들에게 "삶의 뼈대가 되는 루틴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AI사진)
"강단에서는 '가난의 영성'을 피를 토하듯 선포했습니다. 그런데 내려와서 마주한 교인들의 식탁 교제 주제는 주식과 부동산이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는데 속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도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설교자의 선포와 회중의 삶 사이, 그 아득한 괴리는 베테랑 목회자에게도 깊은 내상을 남겼다. 뉴욕지구한인목사회가 1월 15일 한울림교회에서 개최한 신년 목회자 세미나 현장. 강사로 나선 김기석 목사(청파교회 원로)는 번아웃(Burnout)에 대한 질문에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듯 솔직한 경험담을 꺼내 놓았다. 목회자의 영적 침체는 믿음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지독한 현실의 무게와 반복되는 소진 때문임을 시사하는 순간이었다.
김 목사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까지 가장 극심한 번아웃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나면 찾아오는 알 수 없는 공허함은 목회자의 숙명과도 같았다. 그러나 50대 중반을 넘어서며 그는 일종의 '익숙함'을 통해 이를 넘어섰다.
그는 이를 "일종의 타락이자, 세상이 다 그렇지 않느냐는 체념"이라 표현하며 씁쓸하게 웃었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연약함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관조의 깊이가 깔려 있었다.
삶의 뼈대를 세우는 '지적 루틴'의 힘
김 목사가 제안한 번아웃 탈출구는 기도원이나 금식 같은 영적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는 '루틴(Routine)'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기계적인 처방을 내놨다. 삶의 뼈대가 튼튼해야 인생이라는 집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는 후배 목회자들에게 아무리 바빠도 매일 아침 30분씩 원어 성경 읽기와 기독교 고전 읽기를 실천할 것을 주문했다. 어거스틴이나 교부들의 글을 읽으며 시공간을 초월한 대화를 나누라는 것.
"국가대표를 관리하는 지인인 스포츠 심리학 박사가 제게 그런 말을 했습니다. 남자들에게 푸쉬업 10개는 운동도 아니라고요. 시시해 보이죠. 하지만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푸쉬업 10개를 한 사람의 몸과, 하다 말다 한 사람의 몸은 전혀 다릅니다. 독서와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조금씩 쌓아올린 지적 루틴이 결국 위기 상황에서 목회자를 지탱하는 '영적 근육'이 된다는 설명. 현장의 참석 목사들은 '시시해 보이는 꾸준함'이 갖는 위력에 동감했다. 영성은 한순간의 뜨거움이 아니라 매일의 성실함으로 완성된다는 지적이었다.
목회와 무관한 '딴짓'이 필요한 이유
두 번째 처방은 역설적이게도 '목회와 전혀 관계없는 일에 몰두하라'는 것. 목회라는 중압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 혹은 '숨구멍'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김 목사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저는 한때 1905년부터 1907년 사이, 구한말 역사에 미친 듯이 빠져들었습니다. 전문가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공부했죠. 목회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림이 될 수도, 악기 연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목회가 너무 버거울 때 그곳으로 도망가면 숨이 쉬어지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목회자가 강단 아래서 한 명의 인간으로 돌아가 순수한 즐거움을 느낄 때, 오히려 목회를 지속할 힘을 얻는다는 것이다.
산책, 꾀를 흩트려야 길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그는 '걷기'의 철학적 의미를 짚으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김 목사에게 산책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꽉 막힌 사고를 뚫어주는 영적 행위였다.
"산책(散策)의 산은 '흩을 산'이고 책은 '꾀 책'입니다. 즉, 무언가를 도모하려는 인위적인 꾀와 생각을 흩트려 버리는 것이 산책의 본질입니다. 글을 쓰다 막혔을 때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싸매봐야 해결되지 않습니다. 몸의 동작을 바꿔야 생각의 흐름도 바뀝니다."
생각이 막히고 영혼이 고갈될 때, 억지로 돌파하려 하기보다 걷기를 통해 목적 지향적인 사고(策)를 잠시 내려놓으라는 조언이다. 김 목사의 답변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목회라는 고된 여정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회중 목사들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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