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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목사 (3) 설교단은 세상을 가르는 뱃머리다… 설교자의 야성'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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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2026-01-1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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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뉴욕지구한인목사회는 1월 15일 김기석 목사를 초청해 신년목회자세미나를 열었다. 김 목사는 정보 과잉과 AI 시대에 목회자가 겪는 위기를 진단하며, 세상의 욕망을 거스르는 '대항 서사'로서의 설교를 피력했다. 그는 허먼 멜빌의 <모비딕>, 세잔의 회화,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소설을 인용해 설교자가 잃어버린 '야성'과 '질문의 힘'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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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은 폭풍을 가장 먼저 예견하는 세상의 선두다" 김기석 목사가 설교자의 고독과 소명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AI사진)

 

"설교단은 세상의 선두입니다. 다가오는 폭풍을 가장 먼저 예견하고 가장 먼저 경고하는 곳입니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는 뉴 베드포드 항구의 작은 예배당이 등장한다. 뱃사람들이 출항 전 찾는 이곳의 설교단은 배의 앞머리 형상을 하고 있다. 매플 목사는 밧줄 사다리를 타고 그 높은 곳에 오른 뒤, 자신이 타고 올라온 사다리를 걷어차 버린다. 철저한 고립. 그것은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과 대면하여 다가올 진노와 폭풍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선지자적 결기다.

 

김기석 목사는 이 서늘하고도 장엄한 이미지를 뉴욕의 목회자들 앞에 펼쳐 보이며 말문을 열었다.

 

뉴욕지구한인목사회는 1월 15일, 한울림교회에서 김기석 목사(청파교회 원로) 초청 신년목회자세미나를 개최했다. 당초 소규모 대담으로 기획되었던 이 자리는, 김 목사의 깊은 통찰을 기대하는 목사회의 요청으로 확대되어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 목사는 특유의 인문학적 깊이와 영성을 결합해 '설교자의 존재 이유와 준비 과정'을 치열하게 파고들었다.

 

정보의 홍수와 AI 시대, 설교자의 설 자리는 어디인가

 

김기석 목사는 먼저 현대 목회자가 처한 딜레마를 냉철하게 진단했다. 과거 '정보'가 부족했던 시절, 목회자는 정보를 선점한 지식인으로서 권위를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정보가 범람하고, 챗GPT 같은 AI가 목회자보다 더 상세한 주석과 해석을 내놓는 시대다.

 

"과거의 권위로 강단에 서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단순히 성경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는 회중의 귀를 열 수 없습니다."

 

그는 세상이 주입하는 '주류 담론(Dominant Narrative)'의 강력함을 지적했다. 세상은 끊임없이 "너의 욕망을 충족하라", "경쟁에서 승리하여 중심이 되라", "남보다 앞서가라"고 부추긴다. 이것이 세상의 문법이다. 성도들 역시 이 거대한 욕망의 흐름 속에 살고 있다.

 

설교자는 이 흐름을 거스르는 '대항 서사(Counter-Narrative)'를 말하는 사람들이다. 김 목사는 "신앙의 문법은 세상과 정반대"라며 "나의 욕망을 어떻게 제약할 것인가, 그리고 그 자발적 제약이 왜 우리에게 구속이 아닌 해방과 기쁨이 되는가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상이 질주할 때 멈춰 서게 하고, 세상이 탐닉할 때 절제를 말하는 것. 그것이 설교자의 책무이기에, 설교는 본질적으로 세상과 불화할 수밖에 없다.

 

'붉게 달궈진 쇠'와 부젓가락 든 비겁함

 

설교의 본질을 논하며 김기석 목사는 프랑스 작가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소설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 속 한 장면을 불러냈다. 노사제는 젊은 사제에게 이렇게 일갈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벌겋게 단 쇠와 같다네. 그런데 자네는 손을 델까 무서워 부젓가락으로 흙이나 깨작거리고 있지 않은가?"

 

김 목사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오늘 우리의 모습이 이렇지 않습니까. 말씀을 있는 그대로 전하면 성도들이 상처받을까 봐, 혹은 내가 비난받을까 봐 적당히 식혀서, 긴 부젓가락으로 시늉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이어 에드워드 사이드의 <지식인의 권위>를 인용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지식인이 청중 속에 있는 권력자나 부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말을 자기 검열한다면, 그는 더 이상 지식인이 아니다. 설교자 역시 마찬가지다. 회중석에 앉은 '유력한 교인'을 의식해 메시지를 다듬는 순간, 그 강단은 죽은 것이라는 것.

 

김 목사는 예레미야 선지자의 고뇌를 덧붙였다. "하나님이 나를 속이셨다"고 탄식하며, 말씀 때문에 조롱거리가 되는 현실에 절망해 다시는 선포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예레미야. 그러나 결국 "심장이 불타는 것 같아 견딜 수 없어" 다시 거리로 나서는 그 불가항력적 소명.

 

김 목사는 "경계선에 서서 불타는 심장으로 '붉은 쇠'를 맨손으로 잡는 용기, 그것이 설교자의 야성"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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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잔의 시선과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교를 준비해야 하는가. 김기석 목사는 '언어의 갱신'을 주문했다. 그는 과거 딸에게 들었던 뼈아픈 비판을 고백했다. "아빠 설교는 너무 뻔해요. 기-승-전-헌금, 아니면 기-승-전-전도잖아요. 다음 문장이 뭔지 다 알겠어요."

 

예측 가능한 설교, 상투어(Cliché)로 가득 찬 설교는 아무런 사건도 일으키지 못한다. 김 목사는 "익숙함이 가장 큰 적"이라며 러시아 형식주의 문학 이론인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를 설교의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그는 탁자 위의 물병을 들어 보였다. "제가 보는 물병과 여러분이 보는 물병은 다릅니다. 내가 본 것만이 진실이라고 믿는 순간 오류에 빠집니다." 근대 회화의 아버지 세잔이 원근법을 깨고 하나의 사과를 여러 각도에서 그려내 사물의 본질에 다가갔던 것처럼, 설교자 역시 익숙한 성경 텍스트를 입체적으로, 낯선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질문은 멈춥니다. 텍스트가 낯설어질 때까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 질문의 틈새에서 비로소 말씀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나의 실존을 치는 '사건'이 됩니다."

 

그는 과거 미션스쿨 교목 시절의 경험을 나눴다. 기독교 용어를 전혀 모르는 불신자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교회 내부의 은어를 버리고 그들의 언어, 보편적 언어로 번역하려 몸부림쳤던 시간들이 지금의 '김기석표 인문학적 설교'를 만든 토양이었다는 고백이다.

 

결국, 실력은 '질문'에서 나온다

 

김기석 목사는 강의 내내 '답'을 주려 하지 않았다. 대신 목회자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밧줄 사다리를 걷어차고 하나님 앞에 홀로 서 있는가." "우리는 뜨거운 쇠를 맨손으로 잡고 있는가."

 

김 목사는 "진짜 실력은 정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라고 했다. 화려한 수사나 감정적인 호소는 없었다. 하지만 인문학적인 팩트와 통찰로 꽉 채워진 그의 언어는 참석한 뉴욕 목회자들의 가슴에 서늘한 불을 지폈다. 강단은 안락한 소파가 아니라, 폭풍우 치는 뱃머리임을 상기시키는 각성제였다.

 

ⓒ 아멘넷 뉴스(USAam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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