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년 전에는 저항했는데, 왜 교회는 권력에 순응하는가" 3.1절 정신을 깨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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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 2026-03-02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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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107년 전 총칼에 맞섰던 3.1 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자리에서, 권력에 순응하는 현대 교회의 뼈아픈 현주소를 묻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맹목적 굴종을 '순종'으로 포장해 온 역사를 반성하며,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교회가 회복해야 할 참된 저항과 복음의 본질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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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절을 맞아 뉴욕 한인 목회자와 성도들이 교회의 본질을 묻는 토론을 진행했다. (AI사진)
107년 전 총칼 앞에 맨몸으로 맞섰던 교회는 오늘날 세상의 불의에 저항하고 있는가, 아니면 기득권 권력에 순응하고 있는가. 도발적이고 묵직한 질문 하나가 맨해튼 한복판에 모인 한인 교인들의 정적을 깼다.
지난 1일 오후 5시 뉴욕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한인연합감리교회(담임 김진우 목사)에서 연합감리교회(UMC) 뉴욕연회 한인 코커스 인종정의동아리 주관으로 3.1절 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우리의 3.1절, 우리의 교회'라는 주제로 마련된 이 날 행사는 단순한 역사를 회고하는 것을 넘어, 현시대 교회가 잃어버린 야성과 신앙적 저항의 의미를 묻는 치열한 논쟁의 장이 되었다.
역사학자 이길주 교수의 사회로 류영철 목사, 김영동 목사, 김진우 목사가 발제자로 나섰고, 이어 회중들과 깊이 있는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저항의 야성을 잃어버린 교회, 그 원인은
발제 직후 마이크를 잡은 최진하 목사(UMC)의 질문이 논의의 불씨를 당겼다. 최진하 목사는 예수와 초대교회, 본회퍼, 마틴 루터 킹 목사, 3.1 운동을 열거하며 기독교가 본래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하려는 권력에 맞서는 '저항의 종교'였음을 명확히 했다. 최진하 목사는 "그런 전통 속에서 성장한 교회가 지금은 권력에 저항하기보다 순응하는 집단으로 변했다"며 그 원인을 발제자들에게 물었다.
답변에 나선 류영철 목사는 '우상숭배'와 '집단 이기주의'를 지목했다. 류영철 목사는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의 개념을 빌려 "교회가 돈과 권력을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고 있다"며 "하나님의 은혜가 모든 사람을 향함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그 은혜를 자신들만의 소유물로 여기는 집단 교만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역사의 변곡점을 짚은 김영동 목사의 분석도 이어졌다. 김영동 목사는 "초대교회 교인들은 기득권에 저항하다 순교의 길을 걸었지만, 4세기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 교회는 제국의 권력과 결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교회 역시 양적 성장에 매몰되는 과정에서 교회의 본질을 놓치고, 구조적 억압에 순응하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길을 택했다는 자성이 뒤따랐다.
신앙적 순종인가, 맹목적 굴종인가
토론은 한영숙 은퇴목사(UMC)가 반론을 제기하며 한층 뜨거워졌다. 한영숙 목사는 성경이 제사보다 '순종'을 강조하며 예수 그리스도 역시 순종의 본을 보였음을 짚었다. 한영숙 목사는 "교회를 단순한 저항 공동체나 사회 운동 단체로 규정하면, 성도들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목적의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질문자였던 최진하 목사는 '저항'과 '순종'이 반대 개념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최진하 목사는 "하나님의 뜻이 불의에 맞서는 것이라면, 권력에 대한 저항이 곧 하나님을 향한 순종이 된다"고 선을 그었다. 목사는 교인들을 투쟁의 현장으로 선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시대에 무엇이 하나님의 뜻인지 분별하도록 돕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영동 목사는 교회가 역사적으로 '순종'이라는 단어를 오용해 왔음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김영동 목사는 "교회는 기득권에 순응하는 것을 마치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인 양 가르치며 성도들의 마음을 식민지화했다"고 지적했다. 불의에 눈감는 맹목적 굴종은 신앙이 아니며, 진리에 서서 잘못된 권력에 맞서는 것이야말로 구세주를 따르는 참된 제자의 길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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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워싱턴에서 열린 "Faithful Resistance: 이민 정의를 위한 공적 증언" 행사에서 연합감리교인들과 여러 교파의 지도자들이 미 국회의사당을 향해 행진했다. (왼쪽 3번째 김진우 목사, 4번째 토마스 비커튼 감독, 5번째 김정호 목사, 6번째 김영동 목사) - 연합감리교뉴스 사진 캡처
보라색 회중과 니고데모의 밤
실제 목회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고민도 여과 없이 쏟아졌다. 김영동 목사는 정치적 성향이 혼재된 이른바 '보라색 회중(Purple Congregation)'을 목회하는 경험을 나누었다. 김영동 목사는 최근 워싱턴 D.C.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했던 일을 언급하며,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보수적인 성도가 오히려 대화의 장을 열어준 일화를 소개했다. 말로 가르치려 들기보다 행동으로 신념을 보여줄 때 성도들과 깊은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김영동 목사는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니고데모를 언급했다.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니고데모가 잃을 것이 두려워 밤에 예수를 찾아왔지만, 훗날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위해 나섰던 변화에 주목했다. 신앙적 양심에 따라 당장 나서기 어려운 이들도 존재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과 연결을 맺고 응답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위로를 전했다.
김진우 목사 역시 다양한 형태의 저항을 존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진우 목사는 "누군가 골방에서 눈물로 기도하는 것도, 거리로 나가 목소리를 내는 것도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사명에 따른 거룩한 저항"이라며 서로의 다른 방식을 응원할 때 아름다운 큰 물결을 이룰 수 있다고 정리했다.
침묵하는 성직자와 다음 세대의 과제
평신도의 날카로운 질문은 교회의 현실을 정조준했다. 한 성도는 "사회 운동가처럼 활동하는 일부 유명 목회자들이 한국의 정치 현실은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북한의 인권 문제나 잘못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한다"며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모순된 상황에 왜 다른 현직 성직자들은 침묵하는지 물었다.
류영철 목사는 "모든 부모가 자녀를 올바로 사랑하지 않고 모든 정치가가 국민을 위하지 않듯, 목회자 역시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나와 다른 입장을 비판하고 정죄하기 전에 먼저 상황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 성찰의 끝에서 "나는 여기에 선다(Here I stand)"는 단단한 신앙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민 사회 다음 세대를 향한 우려도 컸다. 다른 성도는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주는 외부 단체들의 활동을 언급하며, 2·3세들에게 3.1 운동의 본질을 가르칠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의 부재를 안타까워했다.
이에 목회자들은 커리큘럼 부족의 현실을 겸허히 인정했다. 그와 동시에 청년 세대 스스로 문화적 예술을 통해 역사를 재해석하려는 자발적 움직임에서 새로운 희망을 본다고 입을 모았다.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복음의 진수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다음 세대와의 연대가 105년 전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핵심 열쇠로 제시되었다.
ⓒ 아멘넷 뉴스(USAam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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