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된 한인 사회는 '0'으로 수렴한다" 뉴욕 한인사회가 살아남을 유일한 적분 공식
페이지 정보
탑2ㆍ 2026-02-12관련링크
본문
[기사요약] 시민참여센터(KACE) 김동찬 대표가 설립 30주년 기념 저서 「적분의 힘」 북 토크쇼를 통해 한인 사회의 생존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1992년 LA 폭동 이후 정치력 신장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개인이 흩어지는 '미분'의 사회가 아닌, 작은 힘을 모아 무한대의 영향력을 만드는 '적분'의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1세대의 친목 중심 단체 문화를 청산하고, 전문 프로그램 중심의 커뮤니티 센터 건립과 정체성 교육의 시급함을 주장했다. 이 뜨거운 담론은 오는 13일 뉴저지로 이어진다.
![]()
▲시민참여센터(KACE) 김동찬 대표가 설립 30주년 기념 저서 「적분의 힘」 북 토크쇼를 통해 한인 사회의 생존 전략을 제시했다
"수학에서 미분은 잘게 쪼개는 것입니다. 계속 쪼개다 보면 결국 무엇이 남습니까? '0(Zero)'입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반면 적분은 쌓아가는 것입니다. 티끌 같은 힘이라도 계속 모이면 나중에는 무한대의 힘이 됩니다. 지난 30년, 우리 한인 이민 사회는 과연 적분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미분되어 사라지고 있습니까?"
영하의 강추위가 몰아친 지난 1월 30일 저녁, 후러싱제일교회. 시민참여센터(KACE) 김동찬 대표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시민참여센터 설립 30주년과 그의 신간 「적분의 힘」 출간을 기념하는 북 토크쇼는 단순한 출판 기념회가 아니었다. 그것은 1세대 이민자들이 일궈온 터전이 무너져가는 현실 앞에서, 다음 30년을 준비하기 위한 비상대책회의에 가까웠다.
LA 폭동의 연기 속에서 깨달은 '숫자'와 '존재'의 의미
김 대표는 1992년 LA 폭동을 한인 이민사의 가장 큰 '변곡점'으로 지목했다. 당시 한인들은 미국에 와서 열심히 일해 좋은 집을 사고,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면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고 믿었다. 하지만 폭동이 터지고 가게가 불탈 때, 공권력은 한인들을 지켜주지 않았다.
"우리가 미국 사회에서 '카운트(Count)'되지 않는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세금은 냈지만, 투표하지 않았고 목소리를 내지 않았기에 정치인들에게 우리는 투명 인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가 20년 넘게 '8080 캠페인'(유권자 등록 80%, 투표 참여 80%)을 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유대인 커뮤니티를 예로 들었다. 미국 인구의 2%에 불과한 유대인을 누구도 '소수계(Minority)'라 부르지 않는다. 그들은 높은 투표율과 결집된 정치 자금, 그리고 로비력으로 미국 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김 대표는 뼈아픈 현실을 지적했다. "뉴저지의 유권자 등록률은 90%가 넘지만, 한인은 이제 겨우 50%를 넘겼습니다. 60대 이상 시니어들은 투표장에 가도 복잡한 투표용지와 기계 조작의 어려움 때문에 포기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젊은 세대는 부모에게서 투표의 중요성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여전히 '소수계' 딱지를 떼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
▲시민참여센터(KACE) 김동찬 대표는 부모들의 맹목적인 '공부 제일주의'가 오히려 자녀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경고했다.(AI사진)
"공부 잘하는 자녀? 정체성 없으면 '성공한 이방인'일 뿐"
이날 토크쇼에서 청중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 것은 차세대 교육에 대한 김 대표의 통찰이었다. 그는 한인 부모들의 맹목적인 '공부 제일주의'가 오히려 자녀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경고했다.
"집에서는 왕자, 공주로 컸지만 사회에 나가면 '너는 어디서 왔니?'라는 질문에 부딪힙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미국인'으로서의 자아와, 타인이 규정하는 '이방인'으로서의 자아가 충돌할 때 아이들은 정체성의 위기를 겪습니다.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밥상머리 교육입니다. '우리는 코리안 아메리칸이다'라는 뿌리를 심어주지 않으면, 그들은 하버드를 나와도 불안한 경계인으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충격적인 예화 하나를 들었다. 미국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한 청년이 취업난 속에 우버 배달을 하며 고군분투했지만, 아버지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다그쳤다. 결국 그 청년은 아버지에게 사죄의 편지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문명사적 전환기"라며 "자녀가 실패하고 넘어져도 언제든 돌아와 기댈 수 있는 '비빌 언덕'을 우리 커뮤니티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친목 단체의 종말, 이제는 '시스템'으로 승부해야
한인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단체 난립과 분열에 대해서도 그는 메스를 들이댔다. 세탁협회, 청과협회 등 과거 한인 경제를 지탱했던 직능 단체들은 이미 와해 직전이다. 1.5세와 2세들이 부모 세대의 3D 업종을 물려받지 않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회장 타이틀만 남는 친목 도모형 조직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가 제시한 대안은 유대인 커뮤니티 센터(JCC)나 중국계 커뮤니티의 모델이다. 부동산을 소유하여 자생력을 갖추고, 그 안에서 교육·문화·복지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거대한 건물을 짓고 1층에 마트와 푸드코트, 위층에 비즈니스 오피스를 입주시켜 그 수익으로 비영리 단체를 지원합니다. 우리도 'K-푸드', 'K-컬처'를 앵커(Anchor)로 삼아 수익을 창출하고, 그 자원으 전문 활동가를 키우는 '코리안 커뮤니티 센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남을 유일한 적분 공식입니다."
뉴저지에서 이어지는 두 번째 '적분'의 시간
이날 현장에는 KACE 이사장을 역임한 최영수 변호사와 존 리우 뉴욕주 상원의원도 함께해 김 대표의 30년 외길 인생을 증언했다. 리우 의원은 "30년 전 나에게 정치적 목소리의 중요성을 깨우쳐 준 사람이 바로 김동찬"이라며 "그가 뿌린 씨앗이 론 김, 린다 리 같은 차세대 정치인으로 열매 맺었다"고 회고했다.
김 대표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흩어지면 '0'으로 수렴하고, 모이면 무한대로 발산한다. 뉴욕의 뜨거웠던 열기는 이제 허드슨강을 건너 뉴저지로 향한다. 오는 2월 13일 금요일, 뉴저지 가톨릭 회관에서 두 번째 북 토크쇼가 열린다. 뉴욕 집회가 지난 30년의 회고와 진단이었다면, 뉴저지 집회는 앞으로의 30년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나누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 아멘넷 뉴스(USAamen.ne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