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 (8) 목회자들이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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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 2026-01-26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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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뉴욕지구한인목사회 신년 세미나에서 김기석 목사는 목회 갈등의 원인을 '비본질'에 대한 집착으로 진단했다. 그는 진리 문제는 타협할 수 없으나, 행정적 이견은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반대 의견을 설득할 때 공적 대결보다 사적 교감을 활용하는 '밥상 정치'의 지혜와, 거절을 인격 모독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의필고아(意必固我)' 없는 리더십을 주문했다. 이는 이민 교회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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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목사가 목회 유연성에 대해 대답하고 있다.(AI사진)
교회가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는 '신앙의 본질' 때문에 갈라지는 경우는 드물다. 분열의 씨앗은 피아노를 강단 왼쪽에 둘지 오른쪽에 둘지, 교사 예배를 9시에 할지 10시에 할지와 같은 지극히 행정적이고 사소한 문제에서 싹튼다.
김기석 목사(청파교회 원로)는 이를 "본질과 비본질의 혼동"이라 정의하며, 갈등의 한복판에 선 뉴욕 목회자들에게 묵직한 주제를 던졌다. "지금 당신은 진리를 위해 싸우는가, 아니면 당신의 자존심을 위해 싸우는가."
뉴욕지구한인목사회는 지난 1월 15일 한울림교회에서 '2026년 신년목회자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민 목회의 특수성상 당회나 운영위원회와의 갈등으로 속앓이를 하는 목회자들에게 김 목사의 메시지는 단순한 위로가 아닌, 구체적인 처세의 매뉴얼이자 목회 철학을 재정립하는 자리였다.
아디아포라: 본질은 지키되 비본질은 양보하라
이날 질의응답 시간,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교회 내 갈등 해결'이었다. 목회자의 비전이 당회나 리더 그룹에 의해 좌절될 때 겪는 내면의 상처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냐는 질문에 김 목사는 '아디아포라(Adiaphora)'라는 신학적 개념을 꺼내 들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모시는 신앙고백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습니다. 목숨을 걸고라도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교회 싸움의 태반은 비본질적인 것에서 시작됩니다. 내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면 무시당했다고 느끼는 그 감정이 문제입니다. 그것은 진리를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아집을 수호하는 것입니다."
김 목사는 목회 원칙을 명확히 제시했다. 장로가 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원칙에 어긋날 때는 나이를 불문하고 "사과하십시오"라고 단호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그것이 진리의 문제가 아니라면 "장로님 뜻대로 해보시라"며 한발 물러섰다.
그는 이것을 패배가 아닌 '유연함'이라 불렀다. 노자의 도덕경을 인용하며 "강한 것은 죽음의 친구이고, 유연한 것은 생명의 친구"라고 덧붙였다. 뻣뻣한 나무는 태풍에 부러지지만, 갈대는 굽혀서 살아남는 이치와 같다.
표 대결 대신 '밥상 정치'를: 설득의 기술
그렇다면 목회자의 비전을 어떻게 관철할 것인가. 김 목사는 회의 석상에서의 '표 대결'을 가장 하수로 꼽았다. 구성원들의 인식이 아직 비전을 따라오지 못했을 때 섣불리 안건을 상정해 부결되는 상황을 만들지 말라는 것. 다수결은 민주적 절차처럼 보이나, 교회 내에서는 종종 '편 가르기'의 도구로 변질된다.
"저는 사적 공간을 철저히 이용합니다. 밥을 먹으면서 '내 비전이 이런데 참 좋지 않냐'고 툭 던집니다. 그리고 얼마 후 또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대여섯 번 반복해서 들으면 성도들은 자연스럽게 세뇌가 됩니다. '아, 우리 교회가 그렇게 가야 하나 보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때 비로소 공적으로 결정합니다. 그때는 반대가 없습니다."
이는 목회자의 속도나 템포를 고집하지 않고 공동체가 함께 걸을 수 있도록 기다리는 '목회적 인내'다. 내 뜻을 꺾는 것이 아니라, 뜻이 스며들 시간을 버는 고도의 전략인 셈이다. 김 목사는 "내가 원하는 타이밍이 아니라, 공동체가 감당할 수 있는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이 리더의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의필고아(意必固我)가 없는 리더십
김 목사는 갈등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감정적 거리두기, 즉 '쿨(Cool)함'을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많은 목회자가 반대 의견을 자신의 인격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이며 깊은 내상을 입는다. 그러나 그는 관계를 객관화할 것을 제안했다. 누군가 나를 싸늘하게 대하면 '내가 목회를 잘못해서'라고 자책하기보다 '오늘 저분 기분이 안 좋은가 보다, 부부싸움을 했나 보다' 하고 넘기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메시지는 공자의 '의필고아(意必固我)'를 언급하며 정점을 찍었다. 자의적 판단(의), 반드시 하겠다는 집착(필), 고집(고), 아집(아)을 버리는 것이 군자의 도리이자 목회자가 지향해야 할 태도라는 설명.
"본질적인 것은 굳건하게 지켜야 영적 권위가 생깁니다. 그러나 비본질적인 것에는 여유를 가지십시오. 내가 대단해서 칭찬받는 것도 아니고, 내가 못나서 비난받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다름을 인정하고 물처럼 흐를 때 목회는 생명력을 얻습니다."
김기석 목사의 답변은 명쾌했다. 갈등은 피할 수 없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선택할 수 있다. 이날 세미나는 2026년을 시작하는 뉴욕 목회자들에게 '논리로 싸워서 이기는 법'이 아니라, '부드러움으로 감싸 안아 승리하는 법'을 남겼다. 이민 교회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 유연함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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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목사 2026 뉴욕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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