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거인들이 떠난 자리에 무엇이 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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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 2025-12-3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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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요약] 2025년은 종교계의 거목들이 잇달아 타계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부터 미국 보수 기독교의 대부 제임스 돕슨, 논란의 텔레반젤리스트 지미 스와가트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리더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뉴욕에서는 보물과 같았던 지혜자 조정칠 목사, 느티나무 같았던 인격의 장철우 목사와 이은수 목사, 퀸즈장로교회 김성국 목사 등이 올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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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제임스 돕슨, 지미 스와가트 등 종교계 거물들이 대거 세상을 떠나며 한 시대가 저물었음을 알렸다. (AI 사진)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타임라인을 뒤덮었던 것이 불과 몇 달 전이다. 대중문화의 별이 지는 것에 전 세계가 애도했지만, 영혼의 세계를 지탱하던 거목들의 잇단 부고는 그보다 더 깊고 묵직한 진동을 남겼다. 2025년은 단순한 이별의 해가 아니라, 20세기 후반 세계 종교 지형을 형성했던 '올드 가드(Old Guard)'가 퇴장하고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는 분기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88세)의 타계는 가톨릭 교회의 거대한 전환점을 시사했다. 최초의 남미 출신이자 예수회 출신 교황이었던 그는 바티칸의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기후 위기와 빈곤 문제에 천착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단순히 한 종교 지도자의 상실을 넘어,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해온 가톨릭 교회가 직면한 과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보수 복음주의의 상징적 퇴장, 그리고 통계의 경고
미국 개신교, 특히 보수 복음주의 진영의 타격은 더욱 뼈아프다. '가정의 가치'를 내세워 미국 정치와 종교를 결합시켰던 '포커스 온 더 패밀리'의 창립자 제임스 돕슨(89세)이 8월 21일 사망했다. 이어 텔레반젤리스트의 명암을 보여준 지미 스와가트(90세)와 '프로미스 키퍼스' 운동을 이끌었던 빌 매카트니(84세)의 별세는 1980~90년대를 호령했던 '문화 전쟁' 세대의 종언을 고했다.
이들의 퇴장은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다. 통계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PRRI(공공종교연구소)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인의 비율은 2006년 23%에서 2020년대 중반 13.6%까지 급감했다. 반면 비백인 기독교 인구는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돕슨과 스와가트가 대표하던 '백인 남성 중심의 복음주의'가 인구통계학적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흑인 투표권 운동에 헌신했던 AME 교단 레지날드 T. 잭슨 감독(71세)의 타계는 교회가 사회 정의와 인종 문제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에 대한 무거운 숙제를 남겼다.
젊은 활동가와 106세 수녀, 극단적 대비
올해의 부고 명단에는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는 두 인물이 포함되어 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운동의 선봉장이자 기독교 민족주의를 설파했던 31세의 젊은 활동가 찰리 커크는 유타주에서 피격당해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렸으나, 흑인과 이민자, 타 종교에 대한 혐오 발언으로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반면, 로욜라 시카고 대학 농구팀의 채플린으로 106세까지 현장을 지킨 진 돌로레스 슈미트 수녀(Sister Jean)의 삶은 전혀 다른 울림을 준다. 휠체어에 앉아 학생들에게 "일어나 목적을 갖고 살라"고 격려하던 그의 모습은 이념과 갈등을 넘어선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웅변했다. 커크가 분노를 동력으로 삼았다면, 진 수녀는 환대를 무기로 삼았다. 2025년은 이 두 가지 상반된 에너지가 충돌하고 소멸한 해였다.
이름 없는 별들, 통계 뒤에 숨겨진 진짜 영웅들
언론은 유명 인사들의 부고를 타전하기 바쁘지만, 사실 교회를 지탱해 온 것은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수많은 목회자와 선교사들이다.
라이프웨이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매년 약 3,500명에서 4,000명의 교회가 문을 닫고, 수천 명의 목회자가 은퇴하거나 소천한다. 올해 2025년에도 전 세계 오지에서 복음을 전하다 풍토병이나 테러, 혹은 노환으로 숨진 선교사의 수는 파악된 것만 수백 명에 이른다.
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성 베드로 광장에서 배웅을 받지도, 제임스 돕슨처럼 수천만 청취자의 애도를 받지도 못했다. 그러나 한국 교회와 이민 교회의 밑바닥을 다진 것은 바로 이들이다.
보물과 같았던 지혜자 조정칠 목사, 느티나무 같았던 인격의 장철우 목사와 이은수 목사, 퀸즈장로교회 김성국 목사 등이 올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지미 카터 같은 유명인의 죽음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지만, 이름 없는 사역자들의 죽음은 성도들의 가슴에 비석을 세운다.
거인들은 떠났다. 이제 남겨진 텅 빈 강단은 누가 채울 것인가. 화려한 카리스마나 정치적 영향력이 아닌, 진 수녀의 미소나 이름 없는 목회자의 눈물 같은 '진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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