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어린 목사를 '영적 아비'라 불렀다”… 울림있는 어느 한인교회 장로의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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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 2025-12-2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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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2025년 12월 28일, 넘치는교회가 창립 50주년 기념 임직식 및 한성수 원로장로 추대식을 가졌다. 한 장로는 답사를 통해 요트 클럽이 교회가 되기까지의 험난했던 이민사와, 스무 살 어린 담임 목사를 섬기며 깨달은 질서의 중요성을 회고했다. 그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기에 부족해도 지키는 것"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남겼으며, 이는 '교회 쇼핑' 시대에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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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립 50주년을 맞아 원로장로로 추대된 한성수 장로가 답사를 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이민 사회에서 '교회 쇼핑'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 없이 교적을 옮기는 것이 합리적 선택으로 여겨지는 시대, 한 예배당 맨 앞자리를 20년 동안 지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뉴욕 베이사이드, 반백 년의 풍상을 견뎌내는 동안 그 역사의 산증인이 된 한 평신도 리더의 은퇴식은 단순한 행사가 아닌 한인교회의 현주소를 묻는 거대한 질문이었다.
지난 12월 28일 오후, 창립 50주년을 맞은 넘치는교회(담임 주영광 목사) 본당은 새로운 일꾼을 세우는 임직식과 원로장로 추대식의 열기로 가득 찼다. 이날의 다른 하이라이트는 2005년 장로 장립 이후 20년 만에 원로의 자리에 오른 한성수 장로의 은퇴 순서였다.
20년 근속의 무게, "기적과도 같은 일"
이날 축사를 맡은 해외한인장로회(KPCA) 뉴욕노회 부노회장 최호섭 목사는 한 장로의 은퇴를 '기적'에 비유했다. 이민 교회 현실에서 평신도가 한 교회에서 시무장로 정년을 채우고 원로가 되는 일 자체가 희귀 사례이기 때문이다.
최 목사는 "한 장로님과 주영광 목사님은 스무 살 차이가 난다. 인간적으로 보면 아들뻘인 목회자다. 하지만 지난 세월 한 장로님은 단 한 번도 목사님을 가볍게 대하지 않고 늘 '우리 목사님'이라 부르며 존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원로가 되셨으니 손자 키우는 재미에 빠지실 텐데, 손자는 자식에게 맡기고 장로님은 계속해서 교회를 키우셔야 한다"는 뼈 있는 농담으로 회중의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끌어냈다.
요트 클럽에서 예배당으로, '공간의 구원'
답사에 나선 한성수 장로의 목소리에는 40년 이민 생활의 회한이 묻어났다. 그는 준비해 온 원고를 통해 자신의 이민사를 예수의 공생애 시작 나이인 '30세'에 빗대어 풀어냈다. 40년 전, 청운의 꿈을 안고 도착한 뉴욕은 낭만이 아닌 생존의 현장이었다.
"제가 처음 발을 디딘 이곳은 본래 부유층이 즐기던 '요트 클럽 하우스'였습니다. 세상의 유흥과 쾌락이 넘실대던 장소였지요.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 공간을 영혼의 안식을 구하는 거룩한 성소로 바꾸셨습니다. 바다 냄새가 나던 이곳이 기도의 향기로 채워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제 인생 가장 큰 기적이었습니다."
그는 '요트 클럽'이 '구원의 방주'가 되는 역사의 현장에서 자녀들이 유아세례를 받고 사회의 일꾼으로 성장한 것을 언급하며, 공간의 변화가 곧 한 가문의 영적 변화였음을 고백했다.
"스무 살 어린 목사님은 나의 선장이었다"
한 장로는 교회의 아픈 역사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성전 증축 과정에서 겪은 재정적 위기, 의견 차이로 인한 성도들의 분열은 그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때로는 거센 파도에 배가 뒤집힐 듯 휘청였고, 저 또한 뛰어내리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는 그의 말에서 당시의 고뇌가 읽혔다.
하지만 그는 위기를 극복한 동력을 '질서에 대한 순종'에서 찾았다.
"교회가 찢어지는 아픔 속에 하나님은 저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주영광 목사님을 보내주셨습니다. 인간적으로는 아들뻘이지만, 강단에 섰을 때 그는 저의 영적 아비였고 교회의 선장이었습니다. 세상의 비난과 내부의 갈등 속에서도 묵묵히 강단을 지킨 목사님께, 저는 장로로서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존경을 바칩니다."
부활의 동산에서 깨달은 '하나 됨'
가장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 대목은 최근 그가 아내와 함께 다녀온 교회 묘지, '무궁화 동산' 방문기였다. 은퇴를 앞두고 찾은 그곳에서 그는 충격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고 털어놓았다.
"묘비들 사이에서 생전에 얼굴을 붉히며 다투었던 분들, 갈등 끝에 교회를 떠났던 분들의 이름을 보았습니다. 죽음이라는 절대적 침묵 앞에서, 누가 옳고 그르냐는 논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곳은 단순한 공동묘지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결국 주님 품 안에서 다시 만날 '부활의 동산'이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싸웠지만, 결국 한 울타리 안에 거하는 식구였습니다."
"교회는 완벽해서 지키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한 장로는 남겨진 성도들과 후배 장로들에게 묵직한 신앙적 과제를 제시했다. 그의 결론은 '지킴의 영성'이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교회는 완벽하기 때문에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흠이 없고 문제가 없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기에, 상처가 있다면 싸매주고 부족하다면 내가 채워주며 지키는 것입니다. 올해 50주년은 결승점이 아니라 새로운 100년을 향한 출발선입니다. 이제 저는 운전대를 놓고 뒷좌석으로 물러나지만, 기도의 엔진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완벽한 교회를 찾아 헤매는 '노마드(Nomad) 신앙인'들에게 넘치는교회의 50주년과 한성수 장로의 은퇴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교회는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상처와 부족함까지 끌어안고 함께 지어져 가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넘치는교회는 이날 세워진 신임 장로와 안수집사, 권사들과 함께 그 '불완전하지만 거룩한' 동행을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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