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절망을 밝힌 부활의 빛, 2020년 뉴욕·뉴저지 부활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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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3ㆍ 2025-04-1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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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부활절, 교회들마다 환경이 다를 수 있지만, 5년전인 2020년 팬데믹 당시의 부활절을 생각한다면 더욱 감사로 맞이 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4월, 코로나19가 뉴욕과 뉴저지를 뒤덮고 있었다. 연일 사망자는 최고치를 경신했고, 병상은 포화 상태였으며, 뉴욕시는 9.11 테러 이후 처음으로 그보다 더 많은 생명을 잃은 도시가 되었다. 당시 쿠오모 뉴욕주지사와 머피 뉴저지주지사는 "지금이 전쟁터"라고 표현했을 정도였다.
2020년 4월 부활절 무렵, 뉴욕과 뉴저지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아 확진자와 사망자 폭증으로 깊은 공포에 휩싸였다. 하루 사망자가 700명을 넘어서는 등 암울한 소식이 연일 이어졌고, '뉴욕 일시 중지' 행정명령 연장으로 비필수 모임 금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계속됐다. 정부의 '가장 힘든 주' 경고 속에 팬데믹의 어두운 그림자가 도시 전체를 덮었다.
텅 빈 예배당, 온라인으로 이어진 신앙의 끈
사상 초유의 팬데믹 상황 속에서 뉴욕과 뉴저지 한인교회들은 큰 혼란과 어려움을 겪었다. 주 정부의 강력한 행정 명령으로 이미 3월 중순부터 교회 문은 굳게 닫혔고, 성도들은 함께 모여 예배드릴 수 없었다. 대부분의 교회는 부활절을 앞두고도 온라인 예배 외에는 별다른 활동을 할 수 없었다.
많은 이들이 '첫 디지털 부활절(First Digital Easter)' 이라는 낯선 현실 앞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교회는 '드라이브 인 예배'를 추진하기도 했으나, 뉴욕과 뉴저지의 엄중한 상황과 당국의 불허 방침으로 무산되었다.
이런 암울한 분위기 속에 미주 한인 교계의 큰 어른인 퀸즈장로교회 장영춘 원로목사가 성금요일에 코로나19 합병증으로 별세했다는 소식은 한인 사회와 교계에 더 큰 슬픔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성도들은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신앙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부활절을 맞아 뉴욕과 뉴저지의 한인교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죽음을 이긴 생명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성도들과 함께 새로운 방식으로 예배를 드리고 사랑을 나누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온라인으로 전환된 부활절 새벽연합예배
매년 뉴욕과 뉴저지 일원의 한인 교회들이 함께 모여 드렸던 부활절 새벽연합예배도 팬데믹의 영향으로 전례 없는 변화를 맞았다. 대규모 대면 집회가 불가능해지자 뉴욕과 뉴저지 교협은 처음에는 연합예배를 각 교회별로 드리도록 안내했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이 악화하고 성도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부활의 메시지를 통해 위로와 희망을 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뉴저지교협은 부활절을 불과 3일 앞둔 목요일에, 뉴욕교협은 하루 전인 토요일에 각각 온라인 방식의 새벽연합예배를 개최한다고 긴급히 공지했다. 갑작스러운 결정이었지만, 이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부활 신앙을 함께 고백하려는 절박한 몸부림이었다. 두 교협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온라인 연합예배를 준비하며 성도들을 맞이할 채비를 서둘렀다.
각기 다른 방식, 하나 된 부활의 감격
뉴욕교협과 뉴저지교협은 4월 12일 각기 다른 플랫폼과 방식으로 온라인 부활절 새벽연합예배를 진행했다. 뉴욕교협은 회장 양민석 목사가 시무하는 뉴욕그레잇넥교회에서 소수의 임원만 참석한 가운데 예배를 드리고, 교회 방송 시스템을 통해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비교적 안정적인 방송 환경 속에서 예배가 진행되었다.
뉴욕 예배에서는 양민석 회장이 “찾아오신 예수”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며, 코로나의 공포 속에서도 부활하신 주님이 제자들을 찾아오신 것처럼 오늘 우리에게도 찾아오신다는 확신을 나누었다. 그는 “코로나19라는 세상의 권세가 결코 예수의 가시관을 이기지 못한다”고 강조하며 “죽음 이후의 생명, 패배 이후의 부활”을 힘주어 선포했다.
뉴저지교협은 회장 장동신 목사 등 임원들이 산돌교회에 모여 예배 순서를 진행했으며, 한국의 원팔연 목사를 설교자로 초빙하고 일부 순서자들은 줌(Zoom)으로 참여하는 등 보다 다채로운 구성을 시도했다. CTS 뉴욕 채널을 통해 유튜브로 중계되었으나, 장비 문제로 8분가량 늦게 시작되고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뉴저지 예배의 설교는 한국에서 사전 녹화한 원팔연 목사가 맡아 “부활을 믿는 우리는 천국 시민이다. 세상의 불안과는 다른 삶의 패턴으로 살아야 한다”고 외치며 “부활을 땅끝까지 전하자”는 도전의 말씀을 전했다.
두 교협의 연합예배 공지가 늦어지면서 많은 개교회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부활절 새벽예배를 준비해 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시기에 온라인으로나마 함께 드린 두 교협의 연합예배는 흩어진 성도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부활의 소망을 나누는 구심점이 되었다.
각양각색의 부활절 예배 준비
교회예배들의 온라인으로의 전환은 단순히 유튜브 송출 이상의 준비가 필요했다. 교회들은 찬양대의 녹음과 편집, 예배 영상의 사전 제작, 줌을 통한 실시간 교제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했다. 퀸즈장로교회와 예일장로교회, 후러싱제일교회, 뉴저지산돌교회 등은 각각 성가대원들의 영상을 모아 ‘버추얼 콰이어’를 구성했다. 성도들은 각자 가정에서 녹음한 찬양을 보내주었고, 교회는 이를 편집하여 온라인 예배 중 합창으로 틀었다. 떨어져 있지만 하나였다는 고백이 찬양으로 울려 퍼졌다.
프라미스교회는 목회자들이 직접 찬양을 드렸고, 뉴프런티어교회는 성도들이 찬양 “Way Maker”를 불러 스마트폰 영상으로 보내면 하나의 공동체 영상으로 편집하여 드렸다. 그 외에도 뉴저지 소망교회, 뉴욕한인교회, 뉴욕겟세마네교회 등은 찬양과 기도, 설교, 심지어 주일학교 어린이 메시지까지 온라인으로 편집해 예배를 구성했다. 팬데믹이라는 장애물 앞에서도 교회는 멈추지 않았다.
섬김과 나눔, 그리고 만남
한인교회들은 단지 예배로만 부활절을 지키지 않았다. 마스크 기부, 병원과 경찰서에 생필품 전달,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 나눔이 이어졌다. 프라미스교회는 4천 개의 마스크를 기증하고, 테스크포스를 구성해 성도 가정에 생필품을 나눠주었다. 찬양교회, 뉴욕마하나임선교교회, 뉴저지연합교회 등은 자발적인 구제헌금을 모아 병원 의료진과 성도들을 도왔다. 뉴저지 그레이스벧엘교회는 예배 후 사랑의 쌀과 마스크를 교회 마당에 두어 필요한 이들이 가져가도록 했다.
부활의 기쁨을 나누는 방식은 또 달랐다. 뉴저지 베이직교회는 구역장을 통해 떡과 계란을 각 가정에 배달하며 “부활 친교”를 나누었고, 뉴욕함께하는교회는 담임목사가 성도 가정을 방문해 부활절 선물을 전하며 함께 기도했다. 줌을 통한 교제도 활발했다. 프라미스교회는 예배 후 20가정을 줌으로 연결해 서로 인사하게 했고, 그레이스뉴욕교회는 성도들이 화상으로 만나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만들어낸 새로운 ‘가까움’이었다.
미국 교회와 한인교회들의 '첫 디지털 부활절' 풍경
2020년 부활절은 미국 전역의 교회들에게도 낯선 경험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조차 백악관에서 온라인으로 예배를 시청했고, 부활절 퍼레이드나 달걀 찾기 같은 전통적인 행사는 대부분 취소되었다. 주 정부마다 규제 강도가 달라 일부 주에서는 제한적인 대면 예배나 드라이브 인 예배가 허용되기도 했지만, 팬데믹의 진앙이었던 뉴욕과 뉴저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뉴욕과 뉴저지의 한인교회들은 놀라운 용기, 그리고 창의성과 적응력을 보여주었다. 비록 성도들의 몸은 떨어져 있었지만, 한인교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부활의 기쁨과 희망을 나누며 어둠 속에서 더욱 밝게 빛나는 신앙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2020년의 부활절은 코로나19의 광풍 속에서 드려졌던 예배였다. 가시관을 쓰신 예수께서 코로나라는 ‘왕관’을 이기신 사건을 기억하며, 한인교회들은 신앙의 본질을 되새겼다. 교회에 모이지 못했지만, 오히려 교회다움을 회복한 시간이었다. 찬양으로, 나눔으로, 기도로, 그리고 소망으로 부활의 주님을 맞이한 2020년 부활절은, 교회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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