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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국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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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 201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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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한일 축구전은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지나칠 만큼 많은 관심을 보였던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일본을 이긴 것은 더 없이 기쁘고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박주영 선수가 선제골을 넣을 때 젊잖게 앉아서 중계방송을 시청한 대한민국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었을 것입니다. 모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함을 지르고 손뼉을 치고 주먹을 불끈 쥐고 마치 자기가 골을 넣은 것처럼 좋아하였습니다. 나도 집사람과 중계방송을 보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뼉을 치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뭐라고 소리를 질렀는지 생각이 나지 않지만 그 소리에 저희 집 강아지가 놀라서 덩달아 짖어댔습니다.

올림픽에서 축구로 메달을 딴 것이 처음이라서도 아니고, 축구가 다른 게임보다 중요해서도 아닙니다. 일본을 이겨서 딴 메달이 금메달도 아니고 은메달도 아니고 동메달인데도 그렇게 열광한 것은 ‘일본’을 이겼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와 동메달을 놓고 싸웠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 대한민국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일본과 맞붙으면 그렇게도 승부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순수한 애국심은 아닌 것 같습니다. 순수한 애국심이라면 다른 나라와의 경기에서도 그렇게 승부에 집착하고 열광을 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아마도 일본에 대한 미움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본이 극악하고 파렴치한 죄를 뉘우칠 줄 모르는 역사의 전과자 국가라는 사실은 다른 여러 각도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어떻게 해서든지 일본은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그리스도인들과 불신자 모두의 마음이 하나라는 것이 여간 불편하지 않습니다. 형편은 일본도 같을 것입니다. 일본 그리스도인들이나 일본 불신자들도 대한민국을 이겨야 한다는 데 마음이 하나일 것입니다. 이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일본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순수한 애국심이 아니고 그들에 대한 미움 때문이라면 하나님 나라 원리에 역행하는 것이기에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애국이 무조건 자기나라 편을 드는 것이라면 정의에 어긋납니다.

도대체 국가란 무엇일까요? 런던 올림픽 한일 축구 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8.15 광복절이 한데 몰려 일본에 대한 대한민국 사람들의 관심을 고조시켰습니다. 이 모두는 국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한일 축구 전에서의 승리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온 국민들이 그렇게도 좋아하고 속 시원하게 생각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애국일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애국이나 국가에 대한 충성이 정의와 사랑까지 희생시키는 것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기독교인들은 국가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이것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기독교 안에서도 국가에 대한 두 가지 설명이 있습니다. 하나는 국가를 하나님의 창조의 질서로 설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타락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성경은 국가를 하나님이 지으신 것으로 말하기도 하고 또한 정의와 사랑에 역행하는 악의 세력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대체로 옛날에는 국가를 신성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충성, 애국이라는 것이 다 그런 국가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나라의 국민들의 충성과 애국이 우리와 같지 않습니다.

언젠가 스페인과 네덜란드가 월드컵 우승컵을 놓고 맞붙은 적이 있었는데, 경기 전 양국의 국가가 연주될 때입니다. 네덜란드 국가 가사가 사람들을 의아하게 하였습니다. ‘나는 독일인의 피를 물러 받았고 일생동안 스페인 왕에게 충성하였노라.’라는 가사의 국가를 네덜란드 선수들과 응원하는 이들이 함께 따라 불렀습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국가에 그런 가사가 들어갈 수 없습니다. 네덜란드는 16세기에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네덜란드 지역 총독이었던 빌렘은 스페인 왕 펠리페 2세에게 충성을 맹세했으나 이후 스페인의 폭정에 반대하여 독립전쟁을 일으켜 1588년 스페인을 몰아내고 독립을 쟁취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당시의 사람들은, 왕은 하나님이 점지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왕에게 대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여 스페인과 싸워 독립을 쟁취하였지만 왕에게 대항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국가(國歌) 가사에 ‘나는 일생동안 스페인 왕에게 충성하였노라.’고 하였습니다.

기독교 역사를 보면 국가가 기독교를 박해할 때는 국가를 부정적으로 보았고, 우호적일 때는 긍정적으로 보았습니다. 성경 자체가 국가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것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한 하나님 나라를 대항하는 악한 세력으로 설명하기도 하기 때문에 개인이나 교회가 편의적 국가관을 주장할 위험이 있습니다.

터툴리안은 국가를 부정적으로 보았고, 콘스탄틴 대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한 이후에는 유세비우스를 비롯하여 대체적으로 국가를 긍정적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어거스틴은 성경이 국가를 양면적인 것으로 설명한다고 믿었습니다. 루터의 국가관은 이원론적이었기 때문에 독일교회가 히틀러에게 협조하는 것을 정당한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칼빈은 어거스틴과 같이 국가의 양면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즉 국가란 하나님께서 세우셨지만 악해질 수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국가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하되 악한 것을 명령할 때는 거부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칼빈에게 영향을 받았지만 네덜란드의 아브라함 카이퍼는 국가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았습니다. 영국에서의 청교도들은 국가로부터 박해를 받았기 때문에 국가를 부정적으로 보았고, 그 영향으로 미국의 건국자들이 헌법을 만들 때 교회를 박해하는 악한 국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정교분리 원칙을 세웠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국가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기독교인은 토마스 홉스와 같이 국가를 필요악으로 설명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국가를 신성시 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국가의 역할이 신성한 것입니다. 이는 마치 교회의 어떤 직분 자가 신성한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이 신성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의 역할은 정의를 세우는 것입니다. 국가는 정의를 세우기 위해 물리적인 힘을 필요로 합니다. 정의란 질서를 세우는 것이고 그 질서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입니다. 만약 국가가 정의를 무시하여 약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극단적인 경우에는 국가를 전복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이는 히틀러와 같은 극단적인 경우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군사 독재 시절에 보수교회들은 마치 히틀러 당시의 독일 교회처럼 처신하였습니다. 2차 대전 당시 미국에 유학 중이던 본 훼퍼 목사는 히틀러의 악행을 저지하기 위해 자진 귀국하여 히틀러 암살 계획을 세우다가 죽었습니다. 지금 본 훼퍼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히틀러 군대의 허리띠에는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하신다.’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고, 미국 달러에는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하나님을 무조건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주한미국대사 물망에 올랐던 교포정치인이 “미국과 대한민국 사이에 분쟁이 생긴다면 어느 편을 들겠습니까?”라는 미국대통령의 질문에 “그 질문은 마치 어머니와 아버지 둘 중 어느 편을 들겠느냐는 질문 같군요.”라는 말로 난처한 질문을 받아넘겼다는데, 그분이 신실한 그리스도인이었니까 당당히 “정의의 편에 서겠습니다.”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무조건 우리나라 편드는 것이 애국이라면 그런 애국은 정의에 어긋나고 하나님 나라 원리에도 역행하는 것입니다. 국가도 애국도 하나님의 정의를 세우는 수단으로 기능해야 합니다.

"여호와의 말씀은 정직하며 그가 행하시는 일은 다 진실하시도다. 그는 공의와 정의를 사랑하심이여..." -시편 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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