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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로 딴돈은 도적질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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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 200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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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소득은 도적질이나 다름없다

뉴스데이 25일 보도에 의하면 앤니 도넬리(Annie Donnelly 38)라는 회사원이 복권을 사기위해 3년 반 동안에 이백삼십이만삼천구백십구달러의 회사(Great South Bay Surgical Associates)돈을 썼다가 덜미가 잡혔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온통 “바다이야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요행을 바라는 사행심은 동서고금에 차별 없음이 분명합니다.

바둑을 잘 두었던 중국 상인 하두강(賀頭綱)이 어느 날 고려 예성강에 갔다가 아름다운 부인을 보자 탐이 났습니다. 그는 그 부인의 남편을 꾀어, 내기 바둑을 두었습니다. 부인을 빼앗을 생각으로 처음에는 일부러 져주었습니다. 판이 무르익어가자 하두강은 자기가 이번에 또 지면 많은 물건을 주고 이기면 그의 아내를 받겠다며 내기를 제의했습니다. 계속 이겨 자신이 생긴 그 남자는 선뜻 내기에 응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기만 하던 하두강이 아니었습니다. 하두강은 단숨에 바둑을 이기고 아름다운 부인을 빼앗아 배에 싣고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때서야 남편은 비로소 후회하고 뉘우치며 이별의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사행심이 있는 한 그 사행심을 부추기는 자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복권(福券)을 처음 발행한 것은 로마의 폭군 네로입니다. 로마를 불태우고 나서 건설자금이 모자라자 강제로 복권을 팔아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로마의 아우구스투스도 재산이나 노예를 나눠주기 위해 복권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중세에 접어들면서 교회 재산과 황실 재정을 늘리는 수단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에서도 복권을 발행했습니다. 아슈톤의 “영국 도박사”에 의하면 16세기 중엽 영국 황실에서는 1등 저택, 2등 보석, 3등 장신구를 내 걸고 3파운드짜리 복권을 팔아 30만 파운드의 황실 재정을 벌어들였다고 합니다. 당첨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현재의 형태와 같은 복권은 1930년 이탈리아의 피렌체 지방에서 발행한 “피렌체 복권”이 시초라고 합니다.

조선왕조실록 태종 14년 기록에 의하면 도박놀이가 고려 말년에 성행하였다고 합니다. 경박한 무리가 사행심으로 이 짓을 하다가 처자(妻子)를 빼앗기고 가산(家産)을 탕진(蕩盡)하는 자가 나오기에 이르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조정에서는 태조 때부터 도박을 금지하였으나 없어지지 않아 태종 때 다시 유사(攸司)에 명하여 엄중히 금지하였습니다. 그리고 도박을 하다 체포된 이들에게 곤장 80대에서 100대를 때리고, 도박으로 얻은 물건은 관에서 몰수하였습니다. 이후에도 조선은 수시로 도박을 엄금하고 처벌했습니다.

근대에 와서는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후원하기 위해 1947년에 발행된 올림픽 후원권이 근대복권의 효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56년 산업부흥과 복지자금 조성을 목적으로 발행한 애국복권, 1969년 주택은행에서 발행한 추첨식 주택복권,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대전엑스포복권 발행을 시작으로 체육복권에 이어 기술, 복지, 기업, 자치, 관광 복권이 잇달아 나왔고 ,즉석식 복권의 발행과 함께 복권시장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한동안 인터넷복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며 당첨금도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그런데 “바다 이야기”로 드러나게 된 사행성 오락장의 경품용 상품권은 온통 대한민국을 청와대에서부터 시골 농가의 안방까지 휘젓고 있습니다. 그저 잔잔히 부를 포크송 노래 제목 같은 “바다 이야기”는 사행성 게임 프로그램입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 재학생들을 주축으로 2000년 설립된 벤처 게임개발회사 ㈜엔버스터는 2004년 8월부터 ㈜에이원비즈와 함께 “바다이야기”의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 그해 12월31일 시장에 정식으로 출시했다고 합니다.

“공짜라고 하면 양잿물도 많이 먹으려 한다.”는 속담이 있는 것을 보면 불노소득을 좋아하는 것은 인지상정인 듯싶습니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와 기업이 함께 사행심을 부추겨도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의 주머니는 열지 못하고 가난한 서민의 주머니만 턴다는 사실이 한숨을 깊게 합니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은 사행 심리에 흔들리지 않고 실업이나 실직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사행성 도박이나 오락에 주된 피해자가 되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내 집권기에 발생한 문제는 성인오락실과 상품권뿐”이라고 말했다니까 남은 임기 동안에 그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우려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언제까지 이런 문제로 청와대와 국회 사람들과 공무원들만 탓할 일은 아닌 듯합니다. 모든 책임을 앞 선 사람에게만 돌리는 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한국인들의 치명적인 도덕적 약점은 불로소득선호 풍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경향이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그 정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극심하다 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불로소득은 대부분의 경우 도둑질이나 다름없습니다. 모든 경제적 가치는 원칙적으로 노동을 통해서 생산되므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소득을 얻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노동해서 생산한 것을 정당한 근거 없이 차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불로소득은 다른 사람들이 노동을 제공하고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지 못한 그 몫을 차지하는 것이므로 도둑질이나 다름없으며, 정의에도 어긋납니다. 따라서 정부는 어떤 개인이라도 불노소득을 취하지 못하게 법으로 통제해야 하고 개인은 요행을 바라는 사행심(射倖心)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입니다.

“침상에서 악을 꾀하며 간사를 경영하고 날이 밝으면 그 손에 힘이 있으므로 그것을 행하는 자는 화 있을진저.”-미가 2: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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