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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코브 목사님'-여호와는 나의 목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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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연201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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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는 나의 목자(4),
이브코브 목사님

한참을 고심 끝에 생각해 낸 것이 러시안 교회 뒷마당 사택에서 사시는 담임 ‘이브코브(가명)’목사님을 찾아가 상의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에게 상의를 해보면 그분은 로칼 러시안이니 무언가 좋은 대책을 마련해 줄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브코브 목사님의 사택을 찾았습니다. 이브코브 목사님 댁 방에서는 따뜻하고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습니다. 불빛만 보아도 얼마나 반갑던지요. “탕, 탕, 탕!” 세차게 문을 두들겼습니다. “크또 땀?(거기 누구요?)"하는 소리와 함께 깡마른 40대 초반의 ‘이브코브’ 목사님이 문을 조금 열고 그 틈새로 얼굴만 빠끔히 내어다 보셨습니다. 아, 이제는 살았습니다.

“쯔드라스 위쩨, 빠스뜨로 이브코브(안녕하세요, 이브코브 목사님.)" 반갑게 인사를 하는 우리를 향해서 “쯔드라스 위쩨, 브라더 이 시스트라, 노, 아니 브쇼 쁘리하질리.”(안녕하세요, 형제님 그리고 자매님, 그러나 그들은 (성경공부 반) 모두 돌아갔소." 하십니다. 우리는 그분을 목사님이라고 부르지만, 그분은 우리를 언제나 형제.자매라고 불렀습니다. (참고로 구소련 지하 교회 성도님들은 모두가 다 형제.자매로 통함). 직분보다는 더욱 친근하게 들리긴 하지요. “므이 저나욤 또제, 딱칵(우리도 그렇게 알고 있어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러면 된 것 아니냐? 하는 표정으로 어깨를 한 번 으쓱하시더니 더 볼 일이 없다는 듯 손으로 잡고 있던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어, 저~~… … ….”

이 시간까지 그들(우리 성경공부반)이 남아 있을 리 만무하고 우리가 그 사실을 몰라서 당신의 집 대문을 두드린 것은 아닐텐데…. 우리는 그 교회를 시간대로 빌려 쓰고 있었을 뿐 아니라 러시아인도 우리의 선교대상이라는 마음으로 어려운 그 교회에 경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도움을 드리고 있었기에, 그리고 평소에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내 생각에는 적어도 잠시 안으로 불러들여 차근차근 이야기라도 해보자라고 하시던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라도, 어떻게 이렇게 늦었느냐, 오늘 밤에 어디서 쉬겠느냐, 무슨 대책은 있느냐? 하고 물어 줄 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 문을 닫아 버린 것입니다.

이럴 수가….순간적으로 섭섭한 마음이들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무언가 말을 하기는 해야겠는데…, 입이 얼어붙어 버렸는지, 머릿속이 새카매지면서 단 한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난 육칠 개월 동안 극동대학 언어연수과를 다니며 매일 갈고 닦은 러시아 어, 실력이야 좀 부족하기는 해도 이런 때에 실력 발휘도 해볼 겸 무언가 한마디쯤 더 해볼만도 하건만…어찌 된 영문인지 단 한 마디도 생각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이미 굳게 닫혀진 문을 다시 두드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옳은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서 공산주의 [共産主義]가 만들어 낸 인격이나 신앙 인격의 변이를 잠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산주의란 우리가 잘 아는 그대로, 마르크스와 레닌에 의하여 체계화된 프롤레타리아 혁명 이론에 근거하는 것입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사유재산제(私有財産制) 대신에 재산의 공유를 실현함으로써 계급 없는 평등사회를 이룩하려는 사상 및 운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요어근인 '콤무네'(commune)는 다른 사람과의 나눔, 사귐을 뜻하는 라틴어로서 공동체의 재산을 증폭시켜서 일하는 능력대로 나누자는 취지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님은 부르주아사상이 만들어 낸 허상일 뿐, 신은 없다.'라고 주장합니다. 인간의 마음 속에 하나님을 제거해 버린 사상 속에서는 인간의 사상이 아무리 이론적으로 훌륭해도 타락한 인간의 본성은 그것을 지켜내며 승화시킬 수 있을 만큼 그렇게 선하지가 않다는 것이 나의 체험적 견해입니다.

이런 허망한 사상 속에서 70년이란 긴 세월을 지나는 동안 결국 그들은 “내 것은 내 것, 너의 것도 내 것”이라고 하는 새로운 형태의 이념이 자리하게 된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국가의 것은 무조건 내 집으로 가지고 가고 본다는 것이고 내 것은 귀하게 지키려고 하는 것은 타락한 인간의 본성이니까요. 따라서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생활습관 역시 부자의 것은 다 불의한 것, 우리가 가져도 가하다라는 형태로 알게 모르게 굳어져 있는 듯했습니다. 부자나라 미국에서 온 선교사들에게서 지원받는 모든 것은 당연하고 형제.자매들이 많이 가지고 있으면 나누는 것 역시 당연하기에 베푸는 자에 대해 감사한 마음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하는 것을 깨달은 때는 이미 너무 늦은 때였던 것 같았습니다.

좋게 생각하자면, 날씨도 춥고 바람마저 모질게도 차가웠으니 방 안에 식구를 생각하면 문을 너무 오래 열어 둘 수만은 없었겠지요, 또 그 목사님에게는 어린 자녀가 올망졸망 여덟인가 아홉이나 되었고 방은 몇 개인지 잘 알 수 없었지만 밖에서 보기에도 별로 크지 않은 판잣집이었습니다. 우리가 들어가 보아야 잠자리로 내어줄 장소가 없으니 난처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참고로, 러시아 교회 성도들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생명을 주시는 대로 모두 받아야 한다는 교리 때문에 산아제한은 금지된 교회 법이라고 했음.)

그리고 우리는 주일마다 비록 낡은 고물 자동차이긴 해도 자동차도 있었고, 보디가드겸 비상시 언어소통을 할 수 있도록 선교본부에서 배려해 준 러시아인 운전사를 대동하고 다녔으니, 이번에도 운전사와 함께 왔겠거니 생각을 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왔다는 선교사들이 설마 이렇게 아무 대책도 없이 그 먼 길을 그것도 밤중에 찾아왔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니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소심한 성격인 나는 지레 겁을먹고 새파래져 덜덜떨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한 채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그렇게 서 있었습니다.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뾰족한 묘안이 떠오르지를 않았습니다. 길도 낯설고 언어도 딸리는데….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은가? 그러기에 처음부터 이런 무모한 짓을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나는 갑자기 현기증을 느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구운 빵 한 조각과 커피 한 잔을 아침 식사로 때운 것이 고작입니다. 유난히도 몸이 약한 편인 나는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속을 비워둔 탓인지 시베리아의 매서운 바람을 견뎌내기에는 무리였습니다. 윙, 윙, 불어대는 매서운 바람이 면도칼처럼 살갗을 깊숙히 뚫고 뼛속을 찌르는 듯했습니다. 이빨이 딱딱 부딪히는 소리와 텅 빈 배에서 쪼르륵거리는 소리가 적막을 뚫고 천둥소리처럼 고막을 때리며 들렸습니다. 나는 갑자기 심한 허기를 느꼈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버리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시베리아의 혹한, 캄캄한 겨울밤에 낯선 거리로 내몰리게 된 것입니다.


다음에 계속 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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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2016-07-27 08:43
 64.xxx.47
 사모님의 글이 평범하지 않고 마치 훌륭한 문학작품을 읽는 듯 넘 좋습니다
 이 글이 올라 오지 않는다면 넘 서운하고 섭섭할 거 같아요.. ㅠㅠ
 길게 길게  오래 오래 써 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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