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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와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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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201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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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루츠씨가 쓴 “빈 카운터스”(Bean Counters)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자는 47년 동안 자동차 업계에서 일했고 지금은 ‘자동차 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그는 GM의 파산 원인이 사무실에 앉아 계산기를 두들겨 숫자와 데이터만을 토대로 기업을 운영한 빈 카운터스들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빈 카운터스’란 직역하면 ‘콩(bean)을 세는(counter) 사람들’이란 뜻입니다. 저자는 제품을 만들 때 최고의 상품을 만드는 것보다 숫자로 모든 이익을 환산하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빈 카운터스라고 하였습니다. 이를테면 빈 카운터스란 영업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되 그 이익을 숫자와 데이터로만 계산하는 재무와 회계전문가들이라는 뜻입니다.

2008년은 GM의 창업 100주년이 되던 해였습니다. 한 기업이 100년 동안 살아남는다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쇄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GM은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여 계속 발전해왔습니다. 그러나 창업 100주년이 되던 해에 파산까지 가고 말았습니다. 물론 외부적인 악재(惡材)들도 많았습니다. 미국 경제 자체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문에 휘청거렸고, 노조 문제 등도 심각했습니다. 그러나 GM이 파산에까지 이른 것은 바로 ‘빈 카운터스’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현장전문가가 아닌 재무전문가들이 회사의 최고경영진이 되면서 회사는 제품이 아니라 비용과 수치에 연연하게 되었고,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A차를 만드는데 썼던 부품을 B차에도 쓸 수 있는지, 조립시간을 단축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만 열을 올렸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감탄할 수 있는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일본 자동차 도요다가 어려움을 겪게 된 이유도 관료주의와 더불어 빈 카운터스 때문이었고, 이명박 대통령의 약점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업 관료주의 출신인 대통령에게 능력이란 곧 수단 좋은 것이기 때문에 장관들은 대통령의 질문에 모든 것을 숫자와 데이터로 보고하고 대답하기에 급급한 빈 카운터스가 될 수밖에 없게 하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숫자의 필요와 가치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카운터 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합니다. 숫자가 아니면 평가할 수 없는 것은 너무 많습니다. 거의 모든 것은 숫자에 의해 계산되고 평가됩니다. 어떤 크리스천 수학자는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 수학적 디자인을 하셨을 것이라고까지 하였습니다. 물론 수학 자체도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것이지만 창조 세계에서 무엇을 카운터 할 때 수학은 필수불수불가결한 것입니다. 그만큼 숫자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것들 중에 요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가치를 숫자로 표현하려는 것은 위험합니다. 돈은 적은 것보다 많은 것이 좋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돈을 단순히 무엇을 살 수 있는 통화의 가치로 평가할 때는 적은 것보다 많은 것이 좋지만 돈의 사회적 의미로 계산할 때는 적은 액수가 많은 액수보다 더 가치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 인천에 빈민촌인 괭이부리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골목에 판잣집 400여 가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마을이라고 합니다. 마을 사람 거의가 절대빈곤으로 최저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 마을에서 해마다 가난한 이웃을 돕기 위한 모금을 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이 마을에서 113만원을 모금했다고 합니다. 그 마을에 사는 김영광이라는 72세의 할아버지는 정부 보조금과 빈 병과 패지를 주워다 팔아서 생계를 꾸려가면서 매년 만원씩을 아프리카의 가난한 이들에게 보낸다고 합니다. 그 마을 사람들이 모금한 113만원이나 김영광 할아버지가 매년 아프리카에 보내는 만원은 액수로만 보면 많지 않은 돈입니다. 그러나 그 가치는 재벌 그룹 회장이 내는 수억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은 거의 모든 것의 가치가 숫자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좋은 직장은 원급을 많이 받는 직장이고, 좋은 교회는 교인이 많고 헌금이 많이 나오는 교회이고, 좋은 교인은 헌금을 많이 하는 교인이고, 성공적인 집회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집회입니다. 거의 모든 것의 평가를 숫자로 합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숫자로 평가할 수 없는 것도 많습니다. 의식 있는 사람이라면 이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회사나 학교나 정부나 그 어떤 곳에서도 모든 것을 지나치게 숫자로만 가치를 평가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일찍이 18세기에 영국의 철학자 흄이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다 환상에 불과하니까 불태워 버리라고 했다는데, 현대인들도 숫자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을 너무 무시합니다. 무엇보다 교회에서까지 모든 것을 숫자로 평가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예수님은 과부의 두 랩돈의 헌금을 부자의 많은 액수의 헌금보다 많은 것이라고 평가하셨습니다. 랩돈은 그 당시 화폐의 최소 단위입니다. 두 랩돈이라면 한국 돈으로는 이원 정도의 돈이고 미국 돈으로는 비숫한 단위의 돈이 없습니다. 그 정도의 액수는 땅에 떨어져 있어도 사람들이 줍지 않는 아주 적은 액수입니다. 물론 그렇게 적은 액수의 두 랩돈이라도 당시에는 지금보다 가치 있는 액수였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과부의 두 랩돈이 부자의 더 많은 헌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라는 예수님의 평가입니다.

요즘 십일조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십일조에 대한 책도 여러 권 나와 있습니다. 구약의 십일조는 기업이 없는 레위인의 생계를 위해서 또는 가난한 자와 외국인과 나그네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레위인들은 기업이 없이 성전에서 봉사하는 자들인데, 신약 시대에는 성전이 없어져서 성전에서 봉사하는 레위인들도 필요 없게 되었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서 십일조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신약 시대의 교회에도 마치 구약의 기업 없는 레위인들이 성전봉사를 하였듯이 다른 직업 없이 교회를 위해 일하는 목사와 전도사와 그 외의 여러 사역자들이 있습니다. 신약 교회에 레위인은 없지만 교회가 생계를 책임져야 할 사역자들이 있고 돌아보아야 할 가난한 자와 나그네가 있기 때문에 헌금이 필요합니다. 그 헌금이 재산의 전부이든 십일조든 월정헌금이든 교회의 형편에 따라 하면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칭찬하신 가난한 과부는 두 랩돈을 드렸는데, 그 헌금의 이름은 재산의 전부 라고 해도 되고 십십조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현대 교회가 성경에서 가르치는 헌금의 의미와 정신을 왜곡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고 목회자는 그것을 바로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숫자는 무엇을 계산하고 평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것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뜻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좋고 나쁜 것은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주는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가 있지만 무엇보다 성경이 그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소수보다 다수를 선택하지만 성경은 다수보다 진리, 하나님의 뜻을 따르라고 합니다. 진리를 좇기 위해서는 다수의 흐름이라도 거스를 수 있어야 합니다.

“적은 무리여 무서워 말라 너희 아버지께서 그 나라를 너희에게 주시기를 기뻐하시느니라.” 눅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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