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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해결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유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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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 200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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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의 노벨 평화상은 방글라데시(Bangladesh)의 그라민(Gramin)은행의 총재인 무하마드 유누스(Muhamad Yunus)란 분이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1940년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고 장학생으로 미국에 유학하여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고국인 방글라데시로 돌아가 방글라데시의 명문인 치타공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방글라데시는 가난한 나라입니다. 게다가 1974년에는 대홍수로 국토의 절반이 물에 잠기게 되었고 홍수와 기아와 질병으로 10만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참담한 현실 앞에 유누스는 무력감을 느꼈고 대학 교수로서의 자기의 일에 회의를 갖게 되었습니다.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미래지향적인 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난과 질병으로 죽어가는 마당에 대학 강단에서 가르치는 일은 가난한 사람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로만 느껴졌습니다. 하루 두 끼 먹는 것이 꿈이라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을 찾아 그는 대학 강단을 떠났습니다. 그가 처음 찾은 곳은 치타공 대학 가까이에 있는 조부라 마을이었습니다.

당시 방글라데시 농촌에서 가장 흔한 부업 중 하나는 대나무 제품을 만들어 파는 일이었습니다. 조브라 마을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대나무 제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하루 종일 일해도 50페이샤 밖에 벌지 못했습니다. 이 돈은 2센트에 해당하는 돈입니다. 그들이 만든 제품을 직접 시장에 내다 팔면 돈을 더 벌 수 있지만 재료 구입비를 빌려주는 고리대금업자들이 중간에 개입하기 때문에 정단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하루에 필요한 재료 구입비 20센트를 고리대금업자에게 빌려서 종일 잡업을 하여 얻는 이익이 겨우 2센트라는 것은 고리대금업자들이 얼마나 폭리를 취하는가를 짐작하게 합니다. 유누스는 조부라 마을의 형편을 자세히 조사한 결과 42명의 마을 사람들에게 27달러만 대출해 준다면 고리대업자의 횡포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누스는 이들에게 27달러를 돈이 생기면 갚으라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 주었습니다. 이것이 그라민은행의 출발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장벽은 사회적 통념이나 가진 자들의 편견만이 아니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 자신들이 장벽이었습니다. 그가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갔을 때 사람들은 그를 믿어주지 않았고 무엇보다 가난한 사람들 스스로가 보다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그가 발견한 것은 사람들이 이대로는 그들이 처한 가난으로부터 헤어날 길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들은 가난을 대물림하면서도 아무런 대책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누스는 마음속으로 “저들은 나의 고객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극단적인 절망적 상황에서 비논리적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의 계획은 이 가난하고 희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은행을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은행이란 투자 가능성이 있는 중산층이나 부자들의 비즈니스를 위해 돈을 빌려주고 그 이자를 받아 돈을 버는 자본주의 산업사회에서 가장 이기적인 비즈니스입니다.

그러나 유누스 총재는 이 경제원칙을 뒤엎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을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의 첫 과제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었습니다. 즉 가난한 사람들은 게으르고 교육을 받지 못했고 의지가 없어서 돈을 빌려주면 못 갚는다는 자본가들과 일반인들의 통상적인 편견을 깨뜨렸습니다. 그 다음은 가난한 사람들 스스로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는 절망적인 장벽을 허무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돈을 빌려주려고 해도 돈을 쓸 줄을 몰라 사람들이 마다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그들을 설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것이 경제를 전공한 그에게는 참으로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신감과 사랑과 신뢰감을 빌려(?)주었습니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대부분 아무리 노력해도 고리대금업자들의 빚쟁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편입니다. 유누스는 가난한 사람들을 고리대금업자들의 횡포로부터 벗어나도록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그 일을 위한 첫 투자가 조브라 마을의 42명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영업을 할 수 있도록 빌려준 27불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쭈그리고 앉아 대나무 광주리나 의자를 만들어도 2센트 밖에 벌 수 없는 그들에게 27불은 큰돈이었습니다.

여성이 바깥출입을 하는 것이나 외간 남자를 만나는 것이 통제된 사회여서 그는 여성의 집을 방문하였을 때는 커튼 밑으로 돈을 주고받았습니다. 그가 준 것은 돈이 아니라 믿음과 사랑과 자신감이었습니다. 그의 노력으로 그라민 은행은 가입자 600만 명 중 58%가 가난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나머지 사람들도 곧 가난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가 처음 가졌던 돈은 27달러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27달러는 통상적인 27달러의 가치로 평가할 수 없는 너무나 고귀한 것이었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27달러의 가치를 무한의 가치로 상승시켰습니다.

올해 66살인 무하마드 유누스는 빈민들에게 담보 없이 소액 대출을 해 주어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그라민 은행의 총재로서 빈곤 해결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 받아 그가 창설한 그라민 은행과 함께 2006년 노벨평화상 수장자로 선정되었습니다. 노벨 평화상 심사위원들로부터 빈곤 해결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평가받은 유누스의 업적은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이루어 낸 결과입니다.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는 말이 사실이 아님을 유누스는 증명해 보였습니다.

유누스의 마이크로 크레딧 대출 방식은 1980년대 중반 빌 클린턴 당시 아칸사 주지사 요청으로 미국에 처음 전파돼 현재 미국 500여곳 빈민촌을 비롯해 전세계 52개국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마이크로 크레딧은 미국, 영국,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으로 수출돼 빈곤퇴치를 위한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라민 은행의 소액융자 프로그램은 전 세계에 도입되어 수백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절대빈곤상태를 벗어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회복하도록 하였으며, 가난 없는 세상을 향한 유누스 총재와 그라민 은행의 도전과 성취는 세계 지도자들과 언론의 호응과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약점은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것이고, 국민의 평균 소득율과 실업 율이 이율배반적으로 동반상승하게 하는 것인데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이렇다 할 해결책이 없는 때에 유누스의 마이크로 크레딧 프로그램은 가히 21세기의 희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유누스야말로 노벨상 수상후보 0순위라고 강조하지만 유누스 자신은 그의 꿈은 오직 온 세상의 빈곤을 박멸하는 것이요 “가난”이라는 용어를 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미국이 하지 못한 일, 유엔이 하지 못한 일, 아니 교회가 하지 못한 일을 한 사람의 회교도가 해냈습니다. 그가 한 일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운 일입니다. 모두가 기뻐할 일입니다. 하지만 나는 한 사람의 기독 신자로서 매우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뜻이고 성경이 그렇게도 강조하는 가르침인데 그 가르침대로 살지 못함에 얼굴이 뜨겁습니다.

그는 또한 지난 달 제 8회 서울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상 자체가 귀한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가 비록 회교도지만 그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마음은 기쁘면서도 나 자신이 초라해 짐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노벨 평화상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오슬로에서 열리며 상금은 스웨덴 돈으로 천만 크로네인데, 약 136만 달러입니다. 이 상금이 그가 처음 투자했던 27달러처럼 소중하게 사용될 때 얼마나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까를 생각하면 없는 주머니라도 털어서 몇 푼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입니다.

“너희 땅의 곡물을 벨 때에 밭모퉁이까지 다 베지 말며 떨어진 것을 줍지 말고 너는 그것을 가난한 자와 객을 위하여 버려두라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 레 23:22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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