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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착함과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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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 2012-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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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들이 만나면 가끔 자기 교회의 신실한 성도나 못된 교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한 목사님이 목사와 교우들을 몹시 힘들게 하는 한 장로님에 대해 “열심이 있고 신앙이 좋아서 장로가 되었는데 얼마 안 가서 자기가 교회의 주인인 것처럼....”라고 하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친구 목사님이 우리교회도 그런 분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연세 드신 장로님이 “그러니까요 신앙 좋은 사람 장로 시키지 말고 착한 사람 시키세요.”라고 하였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한 목사님이 목회를 하면서 두고두고 그 장로님의 말씀이 생각이 나더라고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착한 사람보다 믿음 좋고 열심 있는 사람이 장로가 되어야지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는 믿음 좋고 열심 있는 사람보다 착한 사람이 장로가 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믿음 좋은 사람보다 착한 사람이 좋다는 것은, 단순히 착한 사람이 아니라 좋은 믿음에 성품까지 좋은 것을 말합니다. 교회의 일군은 신앙으로 자기 성격을 극복한 사람이면 더욱 좋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타고난 성품이라도 착해야 합니다. 싸움을 싫어하고, 남의 말 하는 것도 싫어하고, 겸손하고 착하고 부지런 하고 성실한 은사가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직분 자는 대접 받기보다 남 대접하는 것을 좋아해야 합니다. 여기에 영적 권위와 하나님 나라 능력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가볍게 보이지 않으면서도 너무 과묵하지도 않고 진중하면서도 도량이 넓고 아량이 깊은 이웃집 아저씨 같으면서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영적 권위는 착함과 지혜를 통해 나타납니다.

사람 좋고 착한 것도 다 하나님의 은혜요 은사입니다. 신앙을 착함과 성실과 윤리와 정직과 부지런함과는 다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믿음이 좋다는 것은 착하고 성실하고 정직하고 부지런하고 윤리적이고 신실하며 지혜로운 것까지를 포함합니다. 남을 배려해야하고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하고 예의가 있어야 하고 은혜를 알아야 합니다. 그런 것들이 없다면 믿음이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진정한 믿음은 못된 성품과 습관을 극복하되 그런 것이 없어도 믿음은 좋다는 말은 할 수 없습니다. 착하고 지혜로운 사람 되는 것을 피해서 하나님 나라의 일꾼 되는 길은 없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문예부흥(르네상스)은 참으로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13 세기에 일어난 문예부흥을 종교적 속박으로부터 해방이라고 하였고, 교회는 문예부흥을 하나님께 대항하는 반역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문예부흥의 열매는 16-17세기의 자연과학의 발전을 통하여 18세기에 계몽주의로 나타납니다. 계몽주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반기독교 적이라는 점입니다. 자연과학과 계몽주의는 창조 세계에서 하나님을 부인하고 몰아냈습니다. 그와 같은 사상은 신학과 교회와 신자들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쳤는지 모릅니다. 자연과학과 계몽주의는 철학과 과학과 문학과 정치 경제 모든 것을 이용하여 기독교를 공격하였습니다. 그 결과 구라파의 모든 교회는 다 문을 닫게 되었고, 교회는 거의 사교장이 되었으며 믿음이 좋던 사람도 다 믿음을 버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세속화의 물결로부터 교회를 지키려고 한 것이 실존주의와 근본주의입니다. 실존주의는 사상적으로 진보주의에 가깝고, 근본주의는 보수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두 사상이 교회의 세속화를 막는데 상당히 기여하였지만 실존주의도 근본주의도 역시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근본주의는 자연과학과 계몽주의로부터 교회의 세속화를 막기 위해 반지성적 방어벽을 쌓았습니다. 근본주의의 약점은 세속성으로부터 교회를 지키는데 반지성적으로 반발하며 대처한 것입니다. 보수적인 신앙은 당연히 반지성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들은 신자가 과학이나 의학의 도움을 받는 것을 불신앙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감기나 몸살에 걸려도 약을 먹지 않고, 수술을 해야 하는 데도 기도만 하는 것을 믿음 좋은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신자는 가요나 동요를 불러도 안 되고, 소설을 읽어도 안 되고, 영화나 연극을 관람해도 안 되고, 교회 밖에 것은 무엇이든지 속된 것이라고 멀리했습니다. 신자는 반지성적이고 반문화적이고 반정치적이 되어야 신실한 신자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들은 이 세상의 것은 무시하고 내세만을 바라보는 내세 지향적인 특징을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경제가 부흥하면서 내세만을 지향하던 그들이 이 세상의 맛과 위력을 알게 되어 소위 기복신앙으로 변한 것입니다.

문예부흥과 계몽주의에 뿌리를 둔 진보주의는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를 부인하면서 인본주의를 추구하였습니다. 인본주의의 특징은 인간을 존중하면서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사람을 무시합니다. 인간을 무시하는 데는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상의 뿌리가 있습니다. 인본주의가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사람을 존중한다는 것은 스스로 속이는 것입니다. 인본주의와 진보주의를 선호하는 지성인들의 약점은 이 사실을 간파하지 못하면서도 그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인본주의의 극단인 공산주의의 실패가 그 사실을 증명하였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면 사람을 무시할 수 없게 되어 있고, 사람을 무시하면서도 하나님을 두려워한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합니다. 인본주의에 뿌리를 둔 진보주의에도, 반지성적 방어벽으로 인본주의를 막으려 하는 근본주의에도 착함과 지혜의 은사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위험한 것입니다.

“빛의 열매는 모든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에 있느니라.” -엡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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