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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교제는 좋은 관습을 망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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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 201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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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동물학자 포르트만(Adolf Portmann, 1897.5.27.~1982.6.28.)이 아주 재미있는 이론을 내 세웠습니다. 즉 짐승은 태어날 때 완성된 형태로 태어나고 사람은 미완성 형태로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조기 출산으로 한살이 돼야 비로소 다른 포유류들이 태어날 때와 비슷한 발육 상태에 도달한다는 것입니다. 임신 기간이 21개월이 돼야 다른 동물의 새끼처럼 태어나서 곧 걷기 시작하고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인데, 지나치게 짧은 임신 기간 때문에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극히 미숙한 상태로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미숙한 상태로 태어난 인간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일 년 정도는 어머니의 자궁에 있을 때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환경 속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 기간에 아기는 어머니의 자궁 대신 '사회적 자궁' 속에서 극진한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기간에 인간다운 기본 특성들이 형성되는데, 아기는 성인들로부터 끊임없이 밀착된 보살핌을 받기 위해 울음을 포함한 온갖 수단으로 자기의 존재를 알려 항상 관심과 주목의 중심에 있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유아의 이 나르시시즘은 생물학적 요구에 의한 것으로서 인간에게 가장 뿌리 깊은 욕망의 하나이며, 이 욕망은 타자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망인데, 이것이 결국 부와 권력과 명성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탐욕으로 이어지는 것이고, 그것이 조기 출산에 따르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과 결부되어 욕망이 뿌리를 내리는 것이기에 그 욕망을 제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동물은 어미 뱃속에서 완성되고 사람은 사회 속에서 완성되어 간다고 하는 이론입니다.

아직까지 인간의 마음과 생각이 어떤 원인에 의해 착하게 혹은 악하게 작동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고 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간이 문화를 만들지만 인간은 자기가 만든 문화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웅덩이에 맑은 물이 계속 들어가면 맑은 웅덩이가 되고 더러운 물이 계속 들어가면 더러운 웅덩이가 되는 이치와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성폭행이 하루에 평균 52건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인구비율을 감안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외에 학교 폭력도 상상외로 많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조사대상 110개국에서 104위라는 것도 이런 것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국 경제의 눈부신 성장, 스포츠의 괄목할만한 성과, 드라마의 인기, 노래와 춤이 소위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많은 한국인은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성폭력이나 학교 폭력 같은 것은 모두가 약자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면에서 원시적인 약육강식의 범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특별하고, 교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크게 부흥한 나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교육열과 교회 부흥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나라에서 원시적 형태의 범죄가 이렇게 많이 저질러지는 원인을 우리는 어떻게든 설명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을 만드는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홍익인간이란 단군신화에 나오는 환웅천황의 건국이념인데 그 뜻은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세계 제일의 교육열과 특기할만한 교회부흥이 사회 범죄율을 낮추지 못하는 원인을 추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요즘은 기독교인의 수가 줄어드는데도 기독교인의 범죄율은 높아가고 있는 현실은 교회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만듭니다.

한국인들의 이런 부끄러운 면들은 생물학적 원인 때문이 아닙니다. 한국인의 약점이 핏속에 유전인자 때문이 아니라 한국 문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요즘 태어나는 한국 어린이들은 모두가 학교에서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친구를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사람에게 배웠든지 아니면 영화나 잡지나 소설이나 문화를 통해서 배웠을 것입니다. 또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물론 사람은 외부로부터 좋은 영향도 받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선한 영향보다 악한 영향을 더 잘 받습니다. 인간의 악한 생각의 원인에 대한 사람들의 설명이 어떠하든지 간에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의 타락 때문이지만 환경적 요인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고린도전서 15장 33절에 “악한 동무들이 선한행실을 더럽힌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말을 현대어로 번역하면 “나쁜 교제는 좋은 관습을 망친다.”는 뜻인데, 사실 이 말은 주전 4세기경의 그리스의 희곡작가 메난드로스가 쓴 ‘타이스’라는 희곡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바울이 고린도서를 기록할 당시에 이 말이 민간에 격언처럼 사용되고 있어서 인용한 것입니다. 바울이 이 격언을 사용하여 고린도 교회 성도들을 교훈하고 있는 것을 보아 이 격언이 성경의 가르침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잠언 13장 20절의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 미련한 자와 사귀면 해를 받느니라.”는 말씀이 그 격언과 같은 교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일본을 미워하지만 일본을 가장 많이 본받았습니다. 요즘 한류라는 것도 거의 일본을 흉내 낸 것입니다. 드라마나 노래나 춤도 일본에 진출하는 것이 일차적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일본인들에게서 배우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한국인은 일본인보다 위증은 600배 이상 많이 하고, 무고를 4,000배 이상 많이 한다고 합니다. 이 통계가 맞는다면 한국은 도덕적 야만국입니다. 일본 사회에서는 거짓 말 하고 살기가 힘들고, 한국 사회에서는 거짓 말 안 하고 살기가 힘든 것입니다. 영어 표현에 ‘guilty by association’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까이 하면 그것이 유죄다.’라는 뜻입니다. 한국 속담에도 ‘모진 놈 옆에 있으면 벼락 맞는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한국 사회에는 모진 놈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미국에 살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때 연대 교수인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가 외설 문제로 사회가 떠들썩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소설이 외설이냐 아니냐를 두고 여론이 둘로 갈라졌었지만 법원은 마광수의 유죄를 선언했고, 연대 국문과 학생들은 마광수가 옳았다고 주장하는 글을 발표하였습니다. 진보적인 사람들은 성적인 퇴폐 문제를 문제시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만연한 성폭력의 상당한 책임이 마광수 같은 주장 때문일 것입니다. 그의 주장은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성을 금기시 하지 말고 자유롭게 허용하면 호기심이 줄어들어 성범죄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 주장에 예상외로 고무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고 호기심이 많은 청소년들은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인들의 윤리의식 가운데 아주 부족한 점은 비겁함에 대한 역겨움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약자에게 강한 것을 자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권위의식입니다. 그 권위 의식에서 성폭력이 저질러지고 학교 폭력이 저질러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범죄에 대해 역겨워 해야 합니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장애자가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가 있는데, 거기에 장애자 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 프로를 보면 문명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요즘 한국인들은 한류열풍에 자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부정적 인간관계를 다루는 드라마, 퇴폐적인 노래와 춤이 한류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도 아닌 강남스타일에 열광하다니...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강남스타일을 좋게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노래 가사가 너무 노골적으로 퇴폐적이고 춤 동작 또한 지나치게 퇴폐적으로 노골적입니다. 인간은 스스로 만들어 놓은 악한 동무(나쁜 교제)에게 속아 성폭력이나 학교 폭력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그와 같은 악행에 내성(耐性)이 생겨 역겨워 하지도 않게 되는 것입니다. 퇴폐문화,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인 사고와 행동, 강남스타일 같은 한류, WCC와 같은 교회의 세속화, 교회 연합회 활동에서 진영과 파벌을 형성하는 것, 이단적 가르침에 귀 기울이는 것도 나쁜 교제입니다. 바울 사도는 “착각하지 마십시오. 나쁜 교제는 좋은 관습을 망칩니다.”(고전 15:33)라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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