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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섭리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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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 200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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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에서 사용하는 “섭리”(攝理)라는 말은 다른 데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용어입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병(病)을 잘 조리하는 것이나, 누구를 대신하여 처리하고 다스리는 것이나, 자연계를 지배하고 있는 원리 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기독교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다스리는 하나님의 의지 또는 은혜”라는 의미로 섭리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독교 내에서 사용되는 “섭리”라는 용어가 바른 의미로 사용되기보다는 오해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하나님의 섭리를 오해한 대표적인 경우가 이신론(理神論, deism)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신론은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등장한 철학 혹은 신학 이론입니다. 이신론은 성경을 비판적으로 연구하여 계시(啓示)를 부정하거나 그 역할을 현저히 축소하여 기독교의 신앙 내용을 오로지 이성적인 진리에 한정시킨 합리주의 신학의 종교관입니다. 신이 세계를 창조한 뒤에는 직접 간섭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이신론입니다. 영국 이신론은 프랑스의 이신론보다는 덜 반(反)기독교적이지만 초월적 하나님과 그의 뜻을 이성적으로 설명하려했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신론은 그것을 주장하는 학자나 또한 국가에 따라 차이가 많지만, 이신론의 공통적인 특징은 기적(하나님이 역사에 개입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자연주의, 계몽주의, 이성주의에 입각한 이신론은 현대 무신론 사상으로 발전하였고 교회 안에까지 영향을 끼쳐 하나님의 섭리를 오해하게 하였습니다. 영국의 J. 톨런드와 프랑스의 볼테르, 루소, 특히 미국의 건국자들인 토머스 제퍼슨, 벤저민 프랭클린 등은 대표적인 이신론자들이었습니다. 따라서 미국 독립선언서에 나오는 신은 기독교의 삼위일체 하나님이 아니라 이신론자들이 생각한 신, 즉 이성 또는 자연법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섭리란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을 뿐 아니라 당신이 창조하신 모든 것을 직접 다스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신론은 마치 시계태엽을 감아 놓으면 시계가 돌아가듯이 모든 것은 그것의 법칙에 의해서 운행되는 것으로 설명을 하여 하나님을 우주라는 거대한 시계의 시계공으로 묘사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신론적 설명에 사람들은 설득되어 하나님의 창조를 믿지만 창조계를 다스리는 하나님으로는 믿지 않습니다. 뉴톤의 만유인력의 발견은 사람들에게 우주가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불변의 법칙에 의해서 운행되는 것으로 믿게 하였습니다. 뉴톤이 만유인력을 간단한 수학의 등식으로 설명을 하였을 때 그 인상이 얼마나 강했던지 어떤 시인은 뉴톤을 찬양하는 시에서 “태초에 하나님이 가라사대/ 뉴톤아, 있을지어다./ 모든 것이 환해졌다.”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이 일일이 모든 것을 창조하실 필요가 없이 뉴톤만 만들어 놓으시면 나머지는 뉴톤이 다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묘사하였던 것입니다.

자연에는 자연 법칙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자연 법칙까지도 하나님께서 만드신 것으로 믿습니다. 뿐만이 아니라 하나님은 우주를 그 법칙에 맡겨두지 않으시고 모든 것을 직접 다스리십니다. 참새 한 마리가 떨어져 죽는 것까지 간섭하시고 머리털 하나까지 다스리십니다. 모든 것을 이신론자들처럼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에 또한 모든 것을 우연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를 믿지 않으면 우연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독교 신자들 중에는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를 믿으면서도 우연도 믿는 경우가 의외로 상당히 많습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는 우연이 운과도 구별이 모호하고 곧잘 운명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일에 대해서는 우연이나 운이나 또한 운명이나 사주팔자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과학을 그렇게 신뢰하면서도 수학적 확률이 그렇게 낮은 도박에 빠지는 이들이 많은 것을 보면 과학보다는 우연이나 운을 믿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학이 오늘처럼 발전한 시대에도 과학보다는 우연이나 운에 집착하게 하는 요인 중에 하나는 사회가 너무 복잡하고 무질서하게 되어 아무도 내일을 예측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경제학자 여섯 명과 원숭이가 함께 증권 투자를 했는데 경제학자들은 모두 손해를 보고 원숭이만 돈을 벌었다고 하는 유머가 있습니다. 곧 망할 은행이나 회사에게 신용평가기관에서 신용등급 트리플 A를 주는 현실은 사람들로 하여금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고 냉소적이 되게 합니다.

하지만 성경은 하나님의 섭리를 말할 때 일반적인 것을 전제로 말합니다. 즉 하나님의 섭리는 신자나 불신자나 참새나 머리털까지도 섭리하시는 것을 말씀합니다. 하나님의 섭리를 그렇게 믿지 않고 모든 것이 법칙이나 우연에 의해서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하나님의 섭리를 오해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섭리를 오해하게 하는 말 중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김종필씨가 즐겨 사용하는 이 말은 기독교 신자들에게도 상당한 설득력으로 가슴에 와 닿습니다. 즉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후에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것은 언뜻 생각하면 성경의 가르침과 같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과 인간이 할 수 없어서 하나님께 맡겨야 할 일을 결코 나누지 않습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일반적인 일이고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이란 기적 같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성경은 기적만 하나님이 다스리는 일이고 일반적이 일은 하나님이 다스리지 않는다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하나님이 다스리는 것으로 가르칩니다.

화란의 신학자 벌 카우워는 기적만을 바라는 것도 불신앙이라고 하였습니다. 기적만 하나님이 간섭하시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하나님의 섭리를 심각하게 오해하는 것입니다. 병이 기적으로 낫는 것도 약을 먹어서 낫는 것도 다 하나님께서 고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섭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성경은 구약의 요셉의 이야기입니다.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요셉이 겪은 일들은 거의가 우연적으로 일어난 일들입니다. 하지만 요셉은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였다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섭리는 첫째 거룩하고, 둘째 지혜롭고, 셋째 강력하고, 넷째 우리의 기도에 의해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주께서는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 하시며 인애가 크시사 뜻을 돌이켜 재앙을 내리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이신 줄을 내가 알았음이니이다.” -요나 4: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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