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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17-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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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7c82eafeab4548f8cf1452afaa8d8b2_1487394874_13.jpg파이브 가이즈(Five Guys)란 햄버거가 지난달 미국에서 조사된 햄버거 선호도 조사에서 수년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인앤아웃 버거’를 누르고 1등을 차지했다고 한다. 파이브가이즈에 가면 우선 공짜 땅콩을 무제한 먹을 수 있어 좋다.

 

지난주 그 파이브 가이즈에 혼자 앉아 점심을 때울 때 벌어진 일이다. 내 앞의 테이블에선 아버지와 두 아들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마 중동사람같이 보였다.

 

식당으로 60대로 보이는 꾀죄죄한 할머니가 구걸을 하러 들어왔다. 노숙자 같았다. 작은 체구에 자기 소지품을 등에 메고 비닐 봉투를 들고 있었다. 그게 전 재산인 모양이다. 내 테이블은 그냥 스쳐가더니 내 앞 테이블에 가서 손을 내밀었다. 아버지로 여겨지는 사람이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돈을 건넸다. 5불짜리였다.

 

그 노숙자 할머니는 다른 테이블에도 갔지만 모두 고개를 저었다. 한참 있다가 보니 5불짜리를 건네준 그 아버지의 아들이 공짜 땅콩이 놓여있는 캐시어스 테이블 쪽으로 그 노숙인을 데리고 갔다. 그리고 땅콩을 그의 비닐봉지에 넣어주었다. 이 모습을 보고 파이브 가이즈에서 일하던 종업원들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노숙자가 식당에 들어왔다고 주인이 쫓아내는 일도 없었다. 손님으로 점심을 먹던 그 중동사람 가족들은 노숙자에게 돈도 주고 공짜 땅콩까지 챙겨주었다.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굿 사마리탄이 어디 따로 있는가? 저들이 바로 그들이라고 생각했다.

 

5달러의 현찰이 노숙인들에게 작은 돈은 아니다. 우리도 가끔은 그 정도의 캐시는 노숙자들에게 집어 줄 수 있다. 그런데 그들에게 마음을 여는 게 더 문제다. 마음이 열리지 않으니 지갑도 열리지 않는다.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그들은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 되고 만다.

 

마태복음 25장에서 주님은 재림하실 때를 예언하시면서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지 아니하였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지 아니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지 아니하였고 헐벗었을 때에 옷 입히지 아니하였고 병들었을 때와 옥에 갇혔을 때에 돌보지 아니하였느니라”라고 하시고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하셨다.

 

그럼 파이브 가이즈에서 본 그 60대 노숙인 할머니를 못 본 척 구경만 한 것이 내가 주릴 때 너희가 먹을 것을 주지 않았다고 책망하실 작은 자로 내게 오신 주님의 모습이셨을까?

 

레위기 19장에 보면 “포도를 딸 때도 다 따지 말고 땅에 떨어진 포도는 줍지 말아라. 너희는 이 모든 것을 가난한 자와 나그네를 위해 남겨 두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23장에서는 “너희는 곡식을 추수할 때 구석구석 다 베지 말며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고 그것을 가난한 자와 나그네를 위해서 내버려 두어라”고 말씀하셨다.

 

벳세다 들판에서 일어난 ‘오병이어 기적’ 현장…예수님께서 배고픈 군중들을 바라보시고 제자 빌립에게 “어디 떡을 사서라도 이 사람들을 먹일 수 없을까”라고 물으신 것을 보면 굶주리고 배고픈 사람들을 보시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주님의 그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사실은 기적의 발단이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미국교회당에는 푸드 팬트리(Food Pantry)란 것이 있다. 교회당에 찾아오는 굶주린 걸인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해 놓는 저장소다. 물론 오랜 저장기간을 필요로 하기에 통조림 음식이 주종을 이룬다. 과일, 야채 통조림에서부터 시리얼, 피넛버터, 젤리, 콩 등등 다양하다. 교인들이 도네이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담당을 맡은 자원봉사자가 음식의 유통기한 등을 늘 체크해서 목록도 만들어 놓는다. 이런 음식 이외에도 심지어는 저렴한 가격의 스토어 기프트 카드, 또는 자동차 개솔린이 떨어져 발을 동동 구르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개스스테이션 카드를 마련해 놓는 교회도 있다고 들었다.

 

한인교회당에도 다른 건 몰라도 푸드 팬트리는 있었으면 좋겠다. 저장소를 마련할 공간이 문제라면 교회 사무실 어디엔가 푸드 캐비넷이라도 만들어 놓고 교회가 피난처인줄 알고 찾아온 노숙자나 나그네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물론 주중에는 문을 꽉꽉 걸어 잠그기 때문에 노숙자들이 범접할 수도 없는 교회당들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들이 주중에 문을 열어 놓고 교회 사무실에서 행정업무가 진행된다면 교회에서 일하는 그 누구라도 사정이 딱한 나그네가 찾아 왔을 때 먹을 것이라도 제공할 수 있어야 교회당 높은 첨탑 꼭대기에 걸려있는 십자가 앞에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주일 하루는 찬양, 기도, 예배, 양육, 교제 등등으로 북적대다가 월요일이 되면 이 세상과는 단절의 벽을 쌓아놓고 독도처럼 섬으로 변해 버리는 교회라면 어떻게 교회 밖의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까?

 

배고픈 노숙자들을 위해 마련된 교회당의 푸드 팬트리는 아마도 나그네들을 위해 들판에 남겨두던 줍지 않은 이삭처럼 하나님의 긍휼의 도구가 될 것이다. 한번 실천에 옮겨보자.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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