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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 목사 “본능인가, 욕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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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20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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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우리 집 옆에 있었던 구멍가게는 내가 거의 매일 찾아 가는 가게였다. 식구들 칫솔이나 치약이 떨어지면 순식간에 달려가 사오기도 하고, 반찬거리로 통조림을 사오라는 어머니의 심부름에도 그 구멍가게에 가서 사오곤 했던 그 가게는 우리 집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활용품을 제공하는 유일한 단골가게이었다. 

그 가게에 가면 늘 마주치는 할아버지 몇 분이 계시는데 그분들은 그 가게에서 거의 매일 술을 드시기도 하고, 장기나 바둑을 두시면서 지내는 할아버지들만의 공간이 또 그 가게였다. 나는 그 가게에 갈 때마다 그 할아버지들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였고 또 할아버지들이 누구 집 할아버지들이라는 사실도 다 알고 있었다.

어느 날 뭘 사러 갔었는지 기억에는 없었지만 그날 난 그 할아버지들이 보고 있는 이상한 잡지를 보았다. 바로 색정적인 도색잡지였다. 그분들이 보고 있는 그 잠깐의 순간에 보여진 그 사진은 당시 순진했던 나에게는 큰 충격이 되었고 며칠 동안 그 사진이 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어떻게 할아버지들이 그런 잡지를 보고 있느냐 하는 충격이었다. 난 당시 할아버지들은 적어도 위엄 있고 존경스럽고 큰 어른으로만 여겼지 그렇게 저질스런 잡지나 보는 그런 사람들로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할아버지들은 그런 것을 보는 것에 초월하신 분들이고 이성이나 성적인 것에서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계신 분들로 여기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충격이 컸던 것이다.

한마디로 나이가 들어 늙어지면 이성이나 성적인 욕망에서 이미 해탈할 수밖에 없는 몸이 되는 줄 알았다. 즉 성적인 모든 것은 청장년 때 자식을 낳기 위해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는 데에만 가능한 것이지 어떻게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그런 성적인 것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내가 청소년 때 가졌던 성적인 지식이었다.

지금 나는 70 문턱에 와 있는 나이가 되었고, 더욱이 목사로 30여년을 훌쩍 넘긴 목회를 하면서 얼마나 경건 된 삶을 살려고 훈련하였으며, 거룩하지는 않아도 거룩하려고 주님 닮아 가려고 얼마나 많은 세월을 나 자신과 싸웠던가. 그런데 어느 날, 핸드폰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비키니 차림의 몸매를 자랑하는 여성들의 동영상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 있는 내 자신을 보고 내 스스로 충격을 받았다.

아니 왜, 내 눈이 쭉쭉 빵빵한 젊은 여성의 몸에 눈이 가는가? 나는 아직 덜 성숙된 인간이고, 아직 수준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더욱이 목사인 내가, 그것도 나이가 4-50대라면 이해가 되어도 70 나이에 그런데 눈 간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 이것이 덜 성숙된 인간의 모습인가, 아니 나의 성적인 자아가 잘못 형성된 것일까? 아무리 내가 나를 생각해 봐도 정말 인간이란 어쩔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시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그런데 더 희한한 것은 그렇게 나 자신을 비춰보면서도 여전히 젊은 여성의 몸매가 눈에 들어오고 또 그런 모습이 싫다고 느껴지지 않으니, 이게 70된 노인이 맞는가? 갑자기 임권택 감독이 만든 오래된 영화 만다라가 생각난다. 스님으로 삶을 받친 젊은이가 불공을 드리러 온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보고 욕정을 견디지 못해 손가락을 촛불로 지져대면서 그 고통으로 욕정을 제어해 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생각이 난다.

이것이 나만 그런 것일까,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이겨낼까, 나는 옆에 있는 목사님께 은근히 물었다. “목사님 핸드폰에는 몸매 좋은 여성들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안 뜨나요?” 같이 있던 목사님께서 한마디 한다. “저는 그런 동영상을 보다가 사모님에게 호되게 욕을 먹었습니다.” 또 다시 90세가 넘은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의 삶에서 가장 아쉬움으로 남은 것이 무엇이었나요?” 할머니의 대답은 “2차 대전 당시 나에게 마지막 키스를 해 주고 떠난 그 남자를 만나 보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지요.” 이것이 육체를 가지고 사는 인간의 순수한 모습 아닐런가? 육체를 가지고 있는 한 인간은 이성에 대한 아름다움과 사랑의 감정을 제어할 수 없다는 인간 한계 말이다.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스쳐지나가는 젊은 이성을 보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인간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 욕정이나 음란이 삶을 옭아매고 그런 음란에 중독되어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죄이다. 그리고 그것이 행동으로 실행된다면 당연히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 정죄 받아야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욕정은 누구에게나 스쳐 지나갈 수 있다. 그것을 죄라고 여겨 스스로 올무에 빠져야 있다면 아직 덜 성숙된 믿음의 한계 아닐까!

눈앞에 스쳐지나가는 이성의 모습을 믿음의 시각으로 보니 인간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도 하나님께서 만드신 놀라운 이성간의 끌림을 아름답게, 사랑스럽게 보이도록 만드신 하나님의 솜씨가 절묘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믿음의 눈으로 이성을 보니 젊은 여성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더 예뻐 보이려고 화장을 하고 있는 할머니들이나 일평생 함께 산 아내도 더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멋진 이성을 보고 음욕을 품은 것이 죄라면, 멋진 이성을 보고 이름다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마음의 삶을 더 더욱 풍요롭게 하는 사랑의 산물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야곱이 라헬을 연애하므로 대답하되 내가 외삼촌의 작은 딸 라헬을 위하여 외삼촌에게 7년을 봉사하리이다”(창29:18)

한준희 목사(뉴욕성원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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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ㄷㄱ님의 댓글

ㅂㄷㄱ

목사님의 솔직한 고백과 반성을 대하니 참 존경스럽고 저에게 많은 것을 생각나게하네요. 우리 인간들은 정말 얼마나 멀쩡해 보이는지 모릅니다. 살인자라도 교회에 와서 웃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참 선하게 보일 것입니다. 저 또한 수없이 많은 유혹에 넘어졌던 사람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저는 인터넷 포르노에 오랫동안 중독된 사람이었습니다. 음란죄를 지은 주에도 예배때 맡은 일이 있기에 할 수 없이 주일예배에 참석해서 일할 때는 마음이 얼마나 무겁던지요. 하나님께 죄송해서 더 열심히 일하면 그 모습을 사람들이 보고 더 칭찬을 하니 그 마음의 짐은 정말 말로 표현 못합니다. 그러면서 죄가 오래 지속될때는 죄책감도 엷어지고 무뎌졌습니다. 사실 남들도 다 이렇게 산다고, 또 우리는 인간이라 어쩔 수 없다고, 또 하나님이 인간을 이렇게 만드셨다고, 정말 수도 없이 많은 이유를 붙여 제 죄책감을 없애고 위로했었지요. 그렇지만 주일날 죄송하다고 잘못했다고 기도하고 주중에 또 죄를 지으면 그 때 느끼는 제 자신에 대한 환멸과 자괴감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주일, 저는 대표기도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 전날, 기도문을 작성하면서 저는 수없이 갈등하고 또 갈등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냥 매끈하게 넘어가는 그런 기도하고 내려오면 안되는 걸까? 주일 새벽 세시가 되어서야 저는 기도문을 완성하였고,,, 그날 저는 주일 1,2부 예배 대표기도때 결국 제가 얼마나 음란한 인간인지 모두의 앞에서 하나님 아버지께 고백하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는 회개의 영을 부어주시고 성도들에게는 용서의 영을 부어주셨나 봅니다. 그날 우리는 많이 울었고 또 웃었습니다. 저는 그제야 저를 바위처럼 무겁게 짓눌렀던 위선과 환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앞으로는 다시 그런 죄를 짓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저와 회중의 기도를 다 들으셨고 저를 지켜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심하지 않고 하루하루 조심하며 살아가야만 그게 이루어 질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숨겨진 음란죄로 괴로와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한준희 목사님처럼, 또 저처럼 그냥 사람들 앞에 고백하는 방법을 권합니다. 어짜피 우리들의 죄는 하나님께서 다 보셨고 다 아십니다. 사람들이 안다고 그 죄가 더해지는것도 덜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고백하면 하나님이 더 불쌍히 생각해서 더 각별히 신경써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대표기도의 자리를 그런 식으로 잘 활용하시기를 권합니다. 제가 해보니 정말 시원합니다. 쪽팔림은 잠시요 영생은 영원합니다. 아무리 입으로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해도 계속 음란죄를 짓는 사람들은 그 죄를 안고 천국에 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천국에 갈 수 없다고 성경에 나와있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을 믿고 있으니 천국에 간다고요? 하나님을 바로 알면 그런 죄를 지을 수가 없지요. 무서우니까요. 지옥에 가서야 내 마음에 주님이 가득한 것이 아니라 내 욕심, 욕정만 가득하구나 하고 깨달으실건가요? 그럼 이미 늦습니다. 특히 남자분들, 잠시 쪽팔리고(?) 영생을 얻으시기를 꼭 권면해 드립니다. 모두 화이팅! 할렐루야!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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