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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반증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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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2022-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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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변증법(dialectics)을 그리스어로 디알레크티키( διαλεκτική)라고 하는데 그 뜻은 문답식 대화를 의미합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두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성적 주장을 통해 진리를 확립하고자 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모순을 통해 진리를 찾는 방법으로, 변증의 방식은 정 명제와 반 명제를 사용하여 이들 간에 모순되는 주장의 합 명제를 찾거나 최소한 대화가 지향하는 방향의 질적 변화를 일구어내는 논법입니다. 이는 서양 문명에 있어서 문법이나 수사법과 더불어 중요하게 취급된 자유 인문입니다. 고대와 중세에 수사법과 변증법은 둘 다 대화를 매개로 설득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변증법적 접근의 목표는 이견을 합리적인 토론으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반증 논리도 이들 중 하나로 여겨지는데, 하나의 전제가 모순에 도달하는 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하여 모순된 전제를 제거하는 것이 진리로 가는 길임을 보여주려고 한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것이 문답법으로 통했으며, 소크라테스에게는 철학적 방법 그 자체였습니다. 소피스트가 부정(不正)을 정의(正義)라고 우기는 비윤리적 기변술(奇辨術)로 이 방법을 사용하여 사회 정의와 윤리를 무참히 짓밟고 젊은이들의 정신을 타락시키고 있을 때 소크라테스는 반증의 논리로 그들의 모순과 거짓을 폭로하고 진리로 가는 길을 제시하려 하였습니다. 소피스트는 언론의 공정성을 무시하는 지식의 장사꾼이었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그들을 궤변가로 불렀습니다. 이들은 자연 철학자들의 한계를 인간 이성의 한계로 보고 전통적인 관습과 문화를 바꾸는데 주력하여 종래의 귀족적인 덕 대신 겸손과 정의와 우애를 지향하였으나 결국에는 힘이 정의라는 논법을 사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인간이 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되면 이성을 강조하게 되고 이성의 한계에 부딪히면 이성을 무시하는 대로 나아가 감정과 느낌을 따라 행동하게 됩니다. 여기에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와 현대 상대주의 가치의 접점이 있습니다. 자유와 정의는 인류에게 더없이 귀중한 것이지만 소피스트와 상대주의자들의 자유와 정의는 전통적인 자유나 정의가 아닙니다.

자유와 정의는 인간에게 너무도 귀중한 가치입니다. 특히 자유와 정의는 약자에게 더없이 소중하고 요긴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정의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것으로 하나님께서 그것이 인간에 의해서 잘 보존되고 지켜지기를 바라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사람은 자유와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라고 또 노력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도 자유와 정의를 노골적으로 거부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인간에게 필요불가결한 보편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쁜 사람들이 실제로 자유와 정의를 바라지 않으면서도 겉으로는 정의를 외칩니다. 예수님께서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의 가르침은 행하고 지키되 그들의 행위는 본받지 말라고 하셨지만 나쁜 사람이 좋은 말하는 것을 듣는 것도 아주 힘들고 역겨운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나쁜 사람이 나쁜 말 하는 것이야 그러려니 하겠고, 좋은 사람이 좋은 말하는 것이야 더없이 좋은 것이고, 좋은 사람이 어쩌다가 나쁜 말 하는 것도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나쁜 사람이 좋은 말 하는 것은 정말 역겹습니다. 나쁜 사람이 좋은 말하는 것은 단순히 말뿐만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은 좋지만, 속마음이 악한 경우를 포함합니다. 이사야는 유대인의 제사가 하나님을 힘드시게 하였고 견딜 수 없이 괴롭게 하였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예수님은 거짓 선지자를 양의 탈을 쓴 이리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쁜 사람이 좋은 말 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쁜 사람들이 제사 드리는 것에 대하여 구역질이 난다고 하셨고 역겹다고 하셨습니다.

오늘날 ‘정의’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마음속으로 ‘정의는 무슨 정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세상에서는 옳은 것이 정의가 아니고 힘이 정의입니다. 현대 정치외교학에서는 아주 노골적으로 군사력이 전제되지 않은 외교는 악기 없는 연주회와 같다고 합니다. 정의가 설득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힘이 곧 설득력입니다. 세계에서 미국의 주장과 발언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정의롭기 때문이 아니라 힘이 세기 때문입니다. 국제외교 관계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고 어느 집단과 집단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은 힘 있는 자가 옳은 자이고 정의로운 자입니다. 권력이 세든지 돈이 많든지 해야 발언권도 힘이 있습니다. 심지어 교회에서조차 힘 있는 사람이 발언권을 갖습니다. 교회보다 더 심한 곳이 총회입니다. 교회가 좀 크고 상회비를 좀 많이 내면 그 교회 목사는 발언권이 셉니다. 교회가 세상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큰 교회 목사는 성경적이지도 않고 상식에 어긋나는 말을 해도 정치인들이 그 목사 말을 듣습니다. 정치인들이 그런 목사의 말이 옳기 때문에 듣는 것이 아니라 그 교회에 사람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들어주는 것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누군가 정의를 외치면 우리는 잘 새겨서 들어야 합니다. 정의뿐만이 아니라 오늘날에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불확실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제대로 아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정직해도 무지할 수 있습니다. 무지의 폐해가 정직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정직한 사람이 무지하면 온갖 거짓과 왜곡의 숙주가 되어 악에 기여하게 됩니다. 성경은 무지를 죄라고 합니다. 믿음이 무지를 상쇄시키지 못합니다. 올바르고 건강한 믿음은 바른 앎을 동반합니다. 믿음의 사람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자세히 살펴서 깨달아야 하고 또한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섭리하시고 보호하시고 다스리시고 사랑하시는 천지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펴서 알아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을 알기도 쉽지 않지만, 인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아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하나님과 그분의 창조와 섭리와 계시와 뜻을 아는 것이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듯이 창조물을 아는 것도 저절로 되지 않습니다. 철학과 과학과 예술과 컴퓨터 기술과 정치와 경제와 항공기를 조종하는 기술은 성경에서 배울 수 없고 그 분야의 이론과 원리를 통해 배워야 합니다. 소크라테스의 반증 논리도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천지를 이해하는데 나름 요긴한 방법입니다.

어떤 젊은 사람이 소크라테스에게 급히 달려와서 매우 흥분한 상태로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무슨 이야기인지 말해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청년은 “선생님의 문하생 중 한 사람이 선생님의 가르침에 대해서 좋지 못한 이야기를 하고 다닙니다. 그러니 그 사람을 문하생 그룹에서 당장 내쫓아야 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가 “나는 누가 어떤 말을 하면 세 가지 거르는 망으로 걸러서 받아들인다.”라고 하였습니다. 그 세 가지 filtering은, 첫째 Truth이고, 둘째는 Good or Bad이고, 셋째는 Necessity라고 하면서 첫째 테스트 질문을 하였습니다. ‘Did you see it with your own eyes?, Did you hear it with your own ears?’ 그러자 그 젊은이는 직접 듣거나 본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너는 첫 테스트에서 떨어졌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하였습니다. “네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냐, 아니면 나쁜 이야기냐?” 그 청년이 “좋은 이야기는 아니고 나쁜 이야기입니다.”라고 하자 “너는 두 번째 테스트에서도 떨어졌다.”라고 하였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네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중요하고 필요한 이야기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젊은이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라고 하자 소크라테스는 “그렇다면 나는 너의 이야기를 듣지 않겠다.”라고 하였고 합니다. 이것을 가리켜 소크라테스의 Disprove의 논리라고 합니다. 무엇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증명하는 것을 prove 라고 하는데 Disprove는 '반증하다' 또는 '반박하다'라는 뜻입니다. 즉 어떤 것이 옳지 않고 틀렸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이 Disprove 논리를 통해 제자들을 깨우치고 가르쳤습니다.

한번은 그가 제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살인이 나쁘기 때문에 신이 하지 말라고 했느냐, 아니면 신이 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나쁘냐?” 그러자 유티프론이라는 제자가 “그야 살인이 나쁘니까 신이 하지 말라고 했겠지요.”라고 대답하자 “틀렸다.”라고 하면서 그 대답이 틀렸음을 Disprove 하였습니다. 이를테면 살인이 나쁘기 때문에 신이 하지 말라고 했다면 살인이 나쁘다고 규정한 신은 살인하지 말라고 한 신보다 더 높은 존재가 되기 때문에 그를 신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나는 요즈음 소크라테스의 이 Disprove 방법을 적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정보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먼저는 그것이 사실이냐를 확인하고, 그다음은 그것이 좋은 이야기인지 나쁜 이야기인지를 판단하고, 마지막 세 번째는 그것이 지금 꼭 필요한가를 확인하여 받아들이면 가짜에 덜 휘둘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세상을 살아가자면 이런 지혜도 필요합니다.

“이 세대의 아들들이 자기 시대에 있어서는 빛의 아들들보다 더 지혜로움이니라.”(눅 16:8)

황상하 목사 (퀸즈제일교회)
ⓒ 아멘넷 뉴스(USAam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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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ㅂㄷㄱ님의 댓글

ㅂㄷㄱ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거짓에 속지 않도록 말씀으로 무장하고 깨어있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 방침에 반대하여 불법집회를 열어 많은 국민들을 감염시키고 교회건물 보상에 무리한 요구를 하여 철거명령을 받은 교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교회 교인들이 교회를 지킨다며 폭력을 휘두르고 화염방사기까지 만들어 대항하는 모습들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왔었습니다. 정말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것이 국민들이 기독교를 더욱 욕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기교회를 지켜도(?) 온나라의 전도의 길을 막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요?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 목사를 지지하는 글들을 써 올리는 어느 유명 사모님의 블로그였습니다. 정치적인 분이신 것은 알았지만 정말 실망이 크고 놀랐었습니다...

우리들 모두 자기들의 정치색이 복음의 길을 가리는지, 거짓을 분별하는 일에 방해가 되는지 잘 생각해보고 깨어있어야 할 것입니다. 좋은 글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ㅂㄷㄱ님의 댓글

ㅂㄷㄱ

황상하목사님께 아픈 이야기 하나 드리겠습니다.
9/5/20에 "마녀사냥 패러디하는 미 CDC의 COVID-19 Report"라는 글을 쓰셨지요?
거기서 정부와 언론과 전문가들이 거짓정보를 낸다며 비판하셨습니다. ".. 온갖 기저질환으로 사망한 경우까지 모두 COVID-19으로 인한 사망자로 통계를 작성한 것입니다.,,"
그러나 목사님의 그 주장은 한쪽 말만 듣고 성급히 하신 주장이라는 것이 그 이틀 전, 9/3 로이터 통신의 기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목사님이 주장하신 그 부분이 거짓된 정보라고 말합니다.
"..  The claim that the CDC “admitted that only 6% of… (COVID-19-related) deaths recorded actually died from Covid” is false ..."
https://www.reuters.com/article/uk-factcheck-94-percent-covid-among-caus/fact-check-94-of-individuals-with-additional-causes-of-death-still-had-covid-19-idUSKBN25U2IO

제가 며칠전 목사님의 다른 글에 올린 댓글에서도 말했습니다. 비판할 때는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고요. 불과 2년 전 목사님조차도 거짓된 한쪽 주장만 성급히 듣고 심지어 목사님 글의 2일 전에 나온 반론도 찾아보지 못하신체 성급히 사람들을 비판하셨습니다. 어쩌면 이 사실은 진리를 찾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말씀하신 목사님의 말씀을 증명해줍니다. 목사님마저도 거짓정보에 속아 사람들에게 그걸 퍼뜨리고 계셨으니까요....

어쨌든 목사님이 위에서 하신 이 말씀은 저도 목사님도 우리 모두에게도 적용되는 말일 것입니다. 
-- "무지의 폐해가 정직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정직한 사람이 무지하면 온갖 거짓과 왜곡의 숙주가 되어 악에 기여하게 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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