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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목사의 치명적 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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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202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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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나는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부교역자 생활을 해 보았다. 한국에서는 주일학교를 설교 맡아 하였는데, 어느 날 주일학교 부장 장로님께서 젊잖게 타이르는 듯한 말을 나에게 했다. 그 말은 주일학생들에게 설교가 너무 길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툭 튀어져 나온 한마디로 인해 그 교회를 그만두는 불상사가 생겨난 것이다. 그 말의 진의는 “그럼 설교를 하지 말라는 말이시네요”라는 의미의 말이었는데 그 목소리 톤이 누가 들어도 화가 난 그런 말투였다는 것이었다. 그 말투가 씨가 되어 부목사가 장로님에게 화를 냈다는 것으로 인해 교회를 사임하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그 후 미국으로 이민을 와 역시 부목사로 재직 중, 한 분의 장로님이 나에게 담임목사에 대한 부정적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말을 마음에 담고 지내던 중 어느 날부터 교회에 적잖은 분쟁이 생겼고 교회는 매우 시끄러운 양상으로 가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전에 장로님이 나에게 담임목사에 대한 들려준 이야기가 내가 그렇게 말을 했다고 소문이 도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나는 그 장로님에 대한 분노가 쌓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그 장로님을 행해 분노의 한마디를 했다. 그 분노의 한마디로 인해 역시 난 그 교회를 사임해야만 했던 철모르게 저질렀던 과오가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나는 그때부터 목회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분노해서는 안 된다는 자세로 목회를 해 왔다. 그런데 그런 각오를 가지고도 때때로 목사로써 해서는 안 될 분노를 몇 번이나 반복하면서 교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그런 목사였다는 것을 시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제 목회 말년에 뒤돌아보니, 목사의 분노는 목회자의 치명적 올무였다는 것을 나는 많은 실패를 통해서 배웠고 또 그 교훈을 가슴깊이 새겨 놓고 있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한 번의 분노로 인해 30년 목회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교계를 보면 나와 같은 실수를 많은 목사들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와 같이 자기 잘못된 성품을 다스리지 아니하고 시도 때도 없이 자기 성질을 언행으로 발산하는 목사가 눈에 뜨인다는 것이다. 자기 의견이 관철되지 아니하면 소리소리 지르고 그 소리 지른 언행을 얼마나 정당화시키는지 안타까울 때가 많다.

가만히 보면 혈기를 부리고 분노하는 목사들 나름대로 자기 이론이 분명하다. 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서란다. 이 땅에 의를 세우기 위해 분노한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자기 상식에 벗어나게 행동하는 인간들에게는 언어폭력을 써도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교회에서 목사에게 대드느냐는 것이다. 또 선배목사에게 못되게 구는 수준이하의 후배 목사, 못된 장로, 못된 성도들을 가만히 놔둘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화를 내는 것은 의로운 분노라는 것이다.

노회나 총회 모임에 가면 이런 의분에 찬 목사들이 많다. 노회를 위해 총회를 위해 혈기를 부리고 분노하고 심지어 쌍욕까지 하면서 의를 세운다는 것이다. 이런 분노가 과연 예수님께서 목사들에게 그렇게 원하셨던 바램이었을까?

주님의 의는 참고 인내하고 겸손하고 용서하는 그런 의이지 언어폭력을 써가면서 분노하는 그런 의는 아니지 않은가. 그러면 혹자는 예수님도 외식하는 바리새인들을 향해 분노했기에 나도 불의를 보고 분노하는 것은 타당하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분명히 예수님도 분노하셨다. 그러나 예수님은 분노하고 심판할 자격이 있으신 분이다.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분노를 할 자격이 있는가? 우리는 다 죽을 자이고 다 용서받은 자이고 다 머리를 들 자격이 없는 종들이다. 용서받은 자가 용서하지 못하고 분노를 쏟아낸다면 그건 자기가 하나님이 된 것 아닌가? 자기가 심판자가 된 것 아니가? 어쩌면 우리는 모두 마귀에게 속아 내가 심판자가 되어 분노의 칼을 휘두르는 미련한 자라는 것을 깊이 새겨봐야 할 것이라 여겨진다.

목회 30여년을 되돌아보면 목사는 말씀을 잘 전하는 것으로, 키 크고 잘 생긴 외모로, 찬양을 잘 하는 것으로, 성령 충만하여 기도를 많이 하는 모습으로 이미지가 심어지는 것이 목사가 아니라 온유하고 겸손하고 진실하고 선한 모습으로 목사의 이미지가 평가되어야 진짜 목사라는 것을 70세가 다 되어 깨달았으니 정말 무지한 목사였다는 것을 고백한다.

그리고 마지막 내가 주님 앞에 섰을 때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은 주님 닮은 성품으로 한평생을 살았는가 라는 평가 외에 뭐가 있겠는가?

이민사회에 많은 성도들이 교회를 등지고 있다. 장로, 권사, 안수집사 등 중직들이 아예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분들이 이외로 많다. 그 이유가 뭘까? 또 목사끼리 적이 되어 만나면 분노부터 쏟아내는 모든 것들이 바로 목사들의 분노 때문에 많은 분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는 것 아닌가?

목사들의 분노로 인해 사모님들이 울고 있고, 많은 성도들이 울고 있다. 그리고 목사들끼리 적이 되어 있다. 누가 이 아픔을 치유하여 줄까?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실족하게 하는 것이 없을 수는 없으나 그렇게 하게 하는 자에게는 화로다 그가 이 작은 자 중의 하나를 실족하게 할진대 차라리 연자맷돌이 그 목에 매여 바다에 던져지는 것이 나으리라”(눅17:1-2)

한준희 목사(뉴욕성원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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