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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로서 만족(滿足)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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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202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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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요즈음 뜻하지 않은 말을 많이 듣는다.

“이번에 교단장 부회장에 출마 한번 해야지.”

“교계가 엉망이야 목사님 같은 분이 나와 교계를 정화해야 할 것 같아요.”

“이제 교계 회장 한 번 할 때가 되었잖아.”

사실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니다. 다 공감하는 말이고 어느 정도 나도 관심이 없지 않아 있다.

 

25여년을 교계 안에서도 일을 해 보았고 교계 밖에서도 간접적으로 참여도 해 보았다. 그러다 보니 교계 일 특히 교회협의회의 일이 눈에 환히 보일 때가 많다. 어떤 점이 문제점이고 어떤 점이 장점이라는 것이 더더욱 눈에 뜨인다. 눈에 보이다 보니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야기 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교계를 들여다보면 어떤 때는 화도 난다. 도대체 교계 회장 자격이 있어서 회장이 되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상식이하의 지도력을 가진 단체장이 회장 노릇을 하고, 회장이 되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뛰어들지 않는 것은 늘 내 자만심 때문이다. 

 

내가 하면 뭔가 개혁을 할 수 있다는 생각, 내가 하면 뭔가 달라질 것이란 생각이 늘 지금까지 교협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기 때문이다. 더욱이 회장을 하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도 생각이지만 그래도 뉴욕 교계에 교회협의회 회장이라는 직위가 얼마나 나를 유혹하는지 나는 잘 안다. 그렇게 높아지려는 명예욕을 가져보려는 내 생각이 얼마나 잘못 되어 있는지 알고 있기에 나는 오래전부터 “난 교협회장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자존심이다. 

 

하지만 교협을 위해 내가 가진 달란트를 활용하여 좀 더 나은 교협이 될 수 있기를 늘 기도하고 교협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늘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직위를 떠나 일을 하라면 합니다. 단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전 일을 합니다.” 그것이 나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내가 교계 단체장을 원하지 않는 것은 바로 사명감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목사를 꿈꿔왔던 나는 그 꿈이 실현되기까지 참 험난한 길을 걸어 왔다, 일찍 목회자의 길을 선택해 놓고도 곁길로 빠져나가 복음성가 가사 대로 ‘세상에서 방황할 때 나 주님을 몰랐네’였다.

 

목사로 기름부음을 받을 때, 더 이상 내가 목표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하나님의 종으로만 일평생 살기로 맹세하고 맹세하면서 그 좋은 직장 버리고, 장남으로 연로하신 부모 버리고, 나를 지원해 주신 선배 목사님들의 사랑을 버리고 이민 길로 나섰고 이민 목회를 했을 뿐이다.

 

나는 목사로서도 감당할 수 없는 은혜를 입은 자다. 그래서일까 목회도 잘 못한다. 교회도 크게 부흥시키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명설교가도 아니다. 또한 영혼 사랑하는 마음도 크지 못하다. 그런 나에게 하나님께서 목사로 불러주시고 지금까지 주신 은혜를 생각하면 목사가 된 것조차 감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목사로서 난 족하다. 더 이상 무슨 더 큰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회장이 되겠다고 하겠는가?

 

이런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는 나는 지금 행복하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많지 않은 성도들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나를 만족스럽게 하는지, 작은 교회지만 성도들이 매주일 말씀에 은혜를 받고 흥분되어 세상으로 향하고 있는 지금이 한없이 행복하다.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여기기에 난 더 큰일을 할 인물은 못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교계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늘 편치 않다. 좀 더 격있는 목사상이 회복되었으면, 그런 존경받는 목사님들의 모습을 교협이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비록 사명이 달라 내가 나서지는 않지만 그래도 누가 목회자 상을 회복시킬 그런 사명을 가진 교계 지도자가 나타나길 오늘도 기도한다.

 

전 목사로서 충분합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습니다. 전 목사만큼 명예로운 직분은 없다고 여기는 사람입니다. 회장님보다, 목사님! 그렇게 부름 받는 제 자신이 행복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서 겸손하라 때가 되면 너희를 높이시리라”(벧전5:6)

 

한준희 목사(뉴욕성원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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