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 지식인의 미국 비판의 의미
페이지 정보
황상하ㆍ2022-04-02관련링크
본문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키예프에서 마치 밀리는 것처럼 희생자를 내면서까지 철저히 우크라이나군을 속여 모든 관심을 그곳에 묶어 두고 동남부에서는 차원이 다른 공격을 단행하여 단바스와 마우리폴을 완전히 장악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러시아군은 열압력탄을 쏟아붓는 잔인한 공격을 감행하면서 민간인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계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신나치주의자들인 아조프 대대에 대한 보복으로 잔인한 공격을 가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남부 마우리폴 지역에서는 치안을 담당하는 러시아군이 시민들에게 각종 공과금을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로 내라고 하는 것을 보아 그곳의 전황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협상 회의에서 러시아군의 즉각 철수와 우크라이나 중립화 등이 포함된 임시 평화계획안 협상에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나라 협상팀의 15개 항으로 이뤄진 평화안 초안에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외국의 군대 주둔이나 군사기지 배치를 하지 않는 안이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군사 작전을 중단하고 철군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협상은 상당히 진전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양국 지도자나 외교부 또는 군 관계자의 입장들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협상이 진전도 있고 현실적으로 가고 있어 희망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다음 순간 또 다른 온도의 정보들이 흘러나오고 있어 낙관하기 이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안타깝습니다. 주된 협상 내용은 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중립화 요구와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 요구를 놓고 양쪽이 절충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중립화나 안전보장이 당사자인 두 나라가 협의하고 타협하여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크라이나 협상팀 대표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우크라이나가 스웨덴이나 오스트리아와 같이 군대를 보유한 중립국 모델을 러시아에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안전보장은 당사국들의 범위를 벗어나는 문제입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과 영국, 터키 등이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담보해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과거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이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약속한 ‘부다페스트 조약’의 실패 경험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 문제도 양쪽이 접점 모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크림반도와 단바스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처음에는 러시아군 철수와 반환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최근 이번 협상과 분리해 다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전황도 비참하였지만, 협상이 결렬되면 전쟁은 점점 비참하게 진행될 것이고 휴전과 종전 그리고 협상마저 어렵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양국이 협상을 거듭하고 주변국들이 도와주어도 협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나라는 미국입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은 미국이 성사시키려고 마음먹으면 당장이라도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의 지도자들로부터 흘러나오는 온도가 다른 이상한 발언들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합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였습니다. 이번 나토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나토 회원국들에 대한 안보 공약을 재확인하려는 목적이라고 합니다. 당사국들이 협상하는 마당에 나토 정상들이 모여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는 것은 전쟁을 끝내기 싫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한 의심을 더욱 확인하게 되는 발언이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과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나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이 우크라이나에 들어갈 수도 있고 화학무기를 쓸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더는 권좌에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이 발언은 나토 정상들을 비롯한 세계 모든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는 전쟁을 끝낼 마음이 없다는 의미뿐 아니라 3차대전도 불사하겠다는 위협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주류 언론들과 함께 러시아와 푸틴 악마화 프레임을 만들어 가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 발언은 나토 정상들까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게 하였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놓고 바이든 대통령을 향하여 말조심하라고 하였습니다. 백악관은 대통령의 발언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바이든을 향해 저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란 말인가 할 정도로 미국 대통령의 위신과 격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바이든은 사과는 하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나쁜 결정보다 더 나쁜 것은 즉흥적 결정(decision-making of an accident)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쁜 결정은 의도가 있지만, 즉흥적인 결정은 아무런 목적도 없는 순전히 감정으로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도자는 많은 전쟁이 즉흥적 결정 때문에 발발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 언론들과 사람들의 관심은 바이든이 실수한 발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매우 심각한 또 다른 문제입니다. 대통령이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는 것이 이번만이 아닙니다. 그럴 때마다 언론은 그 문제를 이슈화하면서 대통령을 방어합니다. 이런 프레임 안에서 대통령은 말조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러한 혼란 중에 사람들은 중요한 본질 문제에 관해 관심이 멀어집니다. 이것은 공산주의자들이 국민을 현혹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시카고대 존 미어샤이머 교수가 지난 2014년에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우크라이나 위기는 왜 서구의 책임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였습니다.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그 글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의 근원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확대”라면서 “미국과 유럽 동맹들이 이 위기의 대부분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014년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돈바스 지역에서 친 러시아 성향 반군 세력이 일어선 시점입니다. 지금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의 대표 이론가로, 미국의 지나친 대외 개입 자제를 촉구하는 학자입니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미국의 대외 정책을 비판한 것 때문에 러시아 나팔수라는 말까지 듣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존 미어샤이머 교수의 글을 러시아 외교부가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인용한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그가 러시아를 이롭게 하려고 그와 같은 주장을 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로서 학자적 양심으로 사실을 말한 것입니다. 그의 애국심을 의심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는 웨스트포인트 출신의 애국적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진정 미국을 위하고 모두를 위하는 미국의 바람직한 역할이 무엇인가를 제시하였습니다. 자신의 주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인용되면서 십자포화를 받는 가운데 그는 주간지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이 2008년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를 나토에 가입시킬 의사를 밝힌 것(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나토의 부쿠레슈티 선언)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라고 지적하였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이고 푸틴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발언이나 정책은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언론을 통해 우크라이나 수호의 도덕적 정당성을 강변하며 노골적으로 러시아를 지나치게 비이성적인 국가로 ‘악마화’하려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는데, 미국을 사랑하고 아끼며 염려하는 지식인들은 그 같은 미국의 주도를 경계하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국제정치학자들은 이제 서구 정가와 언론에서 우크라이나 수호의 도덕적 정당성을 강변하며 러시아를 지나치게 비이성적인 국가로 몰아가는 경향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미국 외교가에서 ‘푸틴 광인론’의 대표 주자이자, 대 러시아 강경책을 설파하고 있는 전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 마이클 맥폴은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제 러시아인들은 푸틴 편이냐 아니냐로 갈린다”고 역설했다가 “지나치게 위험한 발언”이라는 주변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고 삭제했습니다. “악당을 벌해야 한다”는 도덕적 논리가 국제정치 공간에서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분쟁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존 미어샤이머 교수와 함께 대표적인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로 꼽히는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2일 야후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의 오판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비해 강하기 때문에 섣불리 승리를 낙관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유럽과 미국이 이 전쟁에서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긴장 완화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미국과 나토, 유럽연합(EU) 등이 우크라이나를 향한 지원책을 쏟아내는 가운데서도 직접 군사 개입은 자제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와 EU 가입을 추진하지 않는 것 역시 현실주의적인 해석에 바탕을 둔 판단입니다. 왜냐하면, 우크라이나로의 군사 진출 자체가 서구 대 러시아의 전면전, 곧 핵전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미국이 이러한 판단을 토대로 대응하면서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이 성사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몹시 나쁜 다른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애국적 지식인들의 미국 비판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루는 미국의 정책이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르시되 너도 오늘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더라면 좋을 뻔하였거니와 지금 네 눈에 숨겨졌도다”(눅 19:42).
황상하 목사 (퀸즈제일교회)
ⓒ 아멘넷 뉴스(USAamen.net)
댓글목록
ㅂㄷㄱ님의 댓글
ㅂㄷㄱ
우크라이나 현지에 남으신 김교역 선교사님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현지에 남기로 작정하신 선교사님이 4가정이 있는데 (90가정은 탈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중 한분이십니다. 이분은 그곳에서 포위되 죽어가는 민간인들에게 먹을 것을 공급하시다가 며칠 전 국경 근처에서 구호물자를 준다는 소식을 듣고 차 기름값을 간신히 마련하여 목숨을 걸고 몇시간을 달려가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교단이 다르다는 이유로 나누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사람은 시민들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었는데 상대방은 자기 교단을 생색내기 위해 그곳에 갔나봅니다. "교단이 다르다"는 이유라니... 교단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예수님께 속한 동역자들 아닌가요? 정말 어이없는 일입니다.
삼십년을 넘게 현지에서 사역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남은 사람들을 차마 떠나지 못하고 거기서 죽기로 마음먹고 남으셨나 봅니다. 황상하님의 글은 읽지 않기를 권합니다. 진위를 알 수 없는 사실들을 잔뜩 나열해 놓았고 알아도 몰라도 그만인 내용들입니다. 심지어 러시아군이 시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다는 듣기 불편한 주장까지 있습니다. (그런 사실이 일부 있었다고 칩시다. 러시아군이 수많은 시민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왜 아무 말이 없는지요???)
우리는 단지 죽어가는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현지에 남아계신 선교사님들을 위해 그리고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기 위해 매일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김교역 선교사님과 그곳의 시민들을 위해, 그리고 한사람이라도 더 예수를 믿고 천국갈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