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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USA 한미동부노회와 필그림교회, 둘 다 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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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2017-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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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장로교(PCUSA) 동부한미노회가 교단관계 해소(교단 탈퇴)를 원한 뉴저지필그림교회(담임 양춘길 목사)에게 (교단관계 해소를)허용할 수 없다는 결정을 했다. 12월 6일(화)에 열린 정기노회에서 뉴저지필그림교회의 교단 탈퇴 건을 부결시켰다. 하지만, 뉴저지필그림교회는 노회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관계해소 특별위원회를 신설하여 적법한 절차에 따라 상회 기관에 청원할 계획임을 밝혔다.
 
미국장로교(PCUSA) 동부한미노회가 뉴저지필그림교회의 교단관계 해소(교단 탈퇴) 건을 부결시켰다는 아멘넷의 속보를 읽고, 그에 관한 상세한 보도를 접한 후에 의문이 생겼다. 노회가 필그림교회를 내보내 줄 생각을 처음부터 안했던 것이 아닐까? 나가겠다는 교회를 붙들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감정의 골이 깊어져 있는 사이에 동거를 하겠다고? 왜? 무엇 때문에, 그런 불편한 관계로 같이 있고 싶어 하는 것일까?
 
필그림교회가 교단에서 탈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때, 많은 성도들의 지지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동성애를 허용하는 교단에서 떠나겠다는 필그림교회의 결정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필그림교회는 언론을 적절히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필그림교회가 왜 PCUSA교단을 탈퇴하려고 하는지를 적극 홍보했다. 이 때, PCUSA 동부한미노회는 아무 소리도 못하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나에겐 그렇게 보였다.
 
문제는 '힘'에 있었다. 필그림교회의 '선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스탠드에 앉아 있는 관중일 뿐이었다. 휘슬을 입에 물고 있는 심판들은 노회원들이었다. '딴지'를 걸기 시작했다. 절차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지가 없어도, 노회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법이라는 힘, 법이 주는 권위와 권한, "법이오!"를 이길 장사는 없었다. 필그림교회가 고개를 숙여야 했다. 양춘길 목사가 머리를 조아려 사과를 했다. 그리고, 노회에서 하라는대로 다 따랐다. 시키는대로 하면, 내보내 줄 것으로 믿었었다. 헌데... 아니었다. 내보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PCUSA한미동부노회의 결정에 대하여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그럴 입장에 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런 결정을 한 과정에 잘못이 있었음은 지적해야겠다.
 
가장 큰 잘못은 NCKPC 총회장 심평종 목사가 저질렀다. 11월 17일 자로 동부한미노회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투표를 앞두고 유인물로 배포했다. 편지의 내용은 이랬다. "이번 필그림교회의 교단 분리의 건은 결코 한 교회의 일도 아니며, 동부한미노회의 안건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같이 생각하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 동부한미노회가 필그림교회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하든지 간에, 그 결정은 미국장로교에 속한 모든 한인교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더욱 교회의 머리되신 예수님께 기도드리게 된다. 총회장으로서 모든 한인교회와 임원회를 대표하여 부탁드리는 것은 이번 필그림교회에 관한 결정에 있어 모든 동부한미노회 노회원들께서 향후 한인교회에 미칠 영향을 심사숙고하여 결정에 임해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두번째 잘못은 동부한미노회 회원이면서 미국장로교 총회 한인목회실 스탶인 조문길 목사가 저질렀다. 조문길 목사는 발언을 통해 심평종 총회장의 서신에 대해 언급했으며, 필그림교회가 교단을 나간다면 향후 미국장로교에 남은 한인교회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필그림교회가 교단을 나가는 결정을 내리면 여러 교회의 평화와 연합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심평종 목사와 조문길 목사는 필그림교회의 교단 탈퇴안에 찬성해서는 안된다고, 반대표를 던져서 필그림교회를 PCUSA 동부한미노회에 붙들어 두어야 한다고, 노회원들에게 권유 내지는 지시를 한 것이다.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월권 행위를 한 것이다.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노회원들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크게 비난을 받아야 한다.
 
필그림교회에서 60만 불을 내놓겠다고 했다. 필그림교회 측의 이야기로는 "건물 시가 1,000만 불 중에서 총부채 480만 불을 뺀 금액 520만 불의 10%에 8만 불의 특별 헌금을 더 한 금액"이 60만 불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에 대하여 허봉기 노회장은 "교단에서 정한 방식은 없다. 필그림교회가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총회에서 요구하는 비율은 없다"고 말했다.
 
왜 필그림교회가 10%를 생각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필그림교회가 교단 탈퇴안을 공동 의회에 부의했을 때, 97%가 교단을 탈퇴하자는 쪽에 찬성표를 던졌다. 필그림교회에서는 이렇게 생각했을 수 있다. 교회의 재산(건물)을 교단 탈퇴안의 찬성과 반대의 비율에 따라 나누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그렇다면 97 : 3으로 나누어야 하지만, 마음을 크게 써서 10%를 제시했을 수 있다는... 나의 생각이다. 교단에서 정한 방식이 없는 상황에서 필그림교회가 그렇게 제시했다면, 그것은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심평종 총회장과 조문길 목사의 월권적인 발언 때문이었건, 60만 불이 적어서였건, 곱게 보내줄 수는 없다는 오기가 발동해서였건, PCUSA 동부한미노회는 필그림교회의 발뒤꿈치를 잡아 울타리 안에 묶어 두는 데는 성공했다. 그런데, 목적을 이루었다고 쾌재를 부르고 있을 형편은 아닌 것 같다. PCUSA 관계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결단코 이번 결정을 잘한 것으로 보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사족이다. 허봉기 목사가 두번 째로 노회장을 맡았을 때, 난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를 했었다. 그리고, 나의 기대대로, 나의 믿음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처음에 발생했었던 갈등이 해소되는 것으로 보였고, 양춘길 목사가 노회의 뜻에 따라 사과를 하고, 모든 절차를 노회의 지시와 감독 아래 진행을 했었다. 이런 결과(탈퇴안의 부결)가 오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다.
 
나는 허봉기 목사님을 참 좋아한다. 행사장 같은 곳에서 제법 먼 곳에 계시더라도, 내가 다가가서 인사를 드리는, 몇 안되는 목사님들 중의 한 분이시다. 첫 인사를 드린 지가 15년 정도 된다. 양춘길 목사님은 올 여름에 처음으로 뵙게 되었다. 어떤 언론사의 기도회가 필그림교회에서 있었다. 기도회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는데, 우연히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어 인사를 드렸었다. 내가 두 분과의 관계에 관하여 언급을 한 이유는, 내가 필그림교회의 편을 들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음을 밝히기 위함이다.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려고 한다. 필그림교회의 교단 탈퇴안을 표결하기 전에, 몇몇 노회원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동성애 반대자가 교단에 남아도 설 자리가 있다", "교회 재산 문제가 아니라 노회 정체성의 문제", "교단 탈퇴 과정에서 피해 있어" 등의 발언이 있었다. 그 발언들이 옹색하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나에게는 그렇게 들린다.
 
필그림교회의 교단 탈퇴안이 부결되자, 양춘길 목사가 자기가 냈던 노회원 탈퇴안을 철회했다. 이를 두고 양춘길 목사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간다고 했으면 나갔어야지 왜 생각을 바꾸었느냐고, 양춘길 목사를 좋지않은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생각이 짧거나 많이 모자라는 사람들이다. 양춘길 목사가 탈퇴안을 철회한 것은 대단히 잘한 결정이다. 양춘길 목사가 탈퇴안을 철회하지 않았으면, 그 안은 틀림없이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 안이 받아들여짐과 동시에, 양춘길 목사는 필그림교회의 당회장(담임목사)직을 잃게 된다. 비노회원이 노회에 속한 교회의 당회장(담임목사)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노회는 즉시 임시노회장을 파견할 것이다. 양춘길 목사는 즉시 필그림교회를 떠나야 한다. 더 이상 당회를 소집할 수도 없고, 공동의회를 열어 필그림교회 교인들의 의견을 듣거나 규합할 수도 없다. 한마디로 양춘길 목사와 필그림교회는 무관한,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는 사이가 되어 버린다. 때문에, 필그림교회의 당회와 교인들이 최종 선택을 할 때까지 양춘길 목사는 필그림교회 당회장의 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혹자는 지난 번의 공동의회에서 필그림교회 교인들의 97%가 교단 탈퇴를 지지했는데, 또 무슨 의사 확인이 필요하냐고 할런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 그때 찬성했던 97%의 교인들은, 교단 탈퇴를 원하는 교인들이 더 많으면 교단에서 필그림교회의 교단 탈퇴를 허용할 것으로, 또 교단 탈퇴를 지지하는 교인들과 반대하는 교인들의 비율에 따라 교회의 재산권의 분할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투표에 임했을 것으로 본다. 노회에서 교단 탈퇴안을 부결시킬 것으로는 전혀(설사 전혀는 아니더라도 거의) 예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헌데... 노회는 필그림교회의 교단 탈퇴안을 부결시켰다. 그 뿐만 아니라, 조문길 목사는 “피차간에 축복하고 인정하고 안타까워하면서 헤어질 수 있는 길은 먼저 목사님이 교단을 옮기고, 그 목사의 신앙과 노선과 용단과 신념을 동의하는 교인들이 따라가고, 남는 교인들은 남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저는 여러분들이 투표하는데 참고하라고 총회 한인목회실 입장에서 생각한 부분을 나누었다”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다. 양춘길 목사, 교단에서 탈퇴하고 싶어? 그러면 당신이 교단에서 나가! 당신을 지지하는 교인들은 당신을 따라갈 것 아냐? 그렇게 하면, 우리와 다툴 필요도 없고... 조문길 목사는 필그림교회를 향해, 나가고 싶어? 그러면 나가! 건물이랑 다른 재산이랑 모두 그냥 그대로 놔두고, 당신들 몸만 나가! 그렇게 말한 것이다. 나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어떤 집안에 시집와서 고생고생하며 살림을 일궈놓은 며느리가 있었다. 시집 식구들이 하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용납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고 있었다. 집을 나가겠다고 했다. 그래? 나갈테면 나가! 아무 것도 줄 수 없으니, 그냥 나가! 빈손으로 그냥 나가라고! 알았어? 라고 말하는 시집 식구들과 뭐가 다른가?
 
떠나겠다는 교회를 붙들고 있어야 할 이유가 무언가? 화해할 것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데, 서로가 으르렁 거리며 한 노회 안에 있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뭔가? 필그림교회는 속 좁은 행동은 하지 않았다. 사과 받을 것 다 받고, 속된 말로 '뺑뺑이' 돌릴 것 다 돌리고, 그러고도 마음을 열지 않은 것은 노회원들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노회는 마음을 열어 필그림교회를 보내주고, 필그림교회는 조금 더 쓰고, 그렇게 해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성도들이 그것을 기대하고 있다. 비기독교인들도 주시하고 있다. 사랑도, 화합도, 입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후기] 필그림교회가 상회 기관에 청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필그림교회의 결정을 지지한다. 싸움을 붙이는 것으로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이 건의 최종 결정이 어느 곳에서 나건, 그 결과가 PCUSA 교단을 떠나려는(떠나려고 생각하는) 교회들에게 하나의 준거(準據)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 주] 2016년 12월 16일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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