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볼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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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ㆍ2017-02-1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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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메리카 운동회’는 끝났다. 수퍼볼선데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날 리그 챔피언이 맞붙는 NFL 챔피온 결정전, 그게 열리는 날을 수퍼볼선데이라고 한다. 지난 2월 5일이 바로 그날이었다. 미국인 가운데 1억 1천만 명이 폭스TV를 통해 이 게임을 시청했다니 인구의 1/3이 수퍼볼에 매달린 것이다. 그러니 가히 아메리카 운동회라고 할 수 있다. 휴스턴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 부통령 마이크 펜스가 참석하고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 전 대통령,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이 참석했으니 정말 ‘국가운동회’인 셈이다.
난 미국에 꽤 오랜 살 긴 했어도 이 나라 사람들이 풋볼에 환장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딱 한가지는 공감하는 바가 있다. 1회성 한판승부라는 것이다. 풋볼은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챔피언 시리즈처럼 7전4선승제가 아니다. 프로농구 NBA 파이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풋볼은 양 리그 모두 32개 팀이 정규시즌에도 한판승부다. 한번 깨지면 구제불능이다. 물론 와일드카드 게임을 통해 패자부활전이 있기는 하지만 그 1회성이 암시하는 절박성과 단호함이 게임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것 같다. 지극히 내 개인적 해석이긴 하지만.
꼭 주일에 열리는 바람에 목회자들은 교회 출석률 때문에 열 받는 날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이번 수퍼볼은 역대 최초란 여러개의 수식어가 따라 붙게 되었다.
우선 이런저런 스포츠를 잡다하게 즐기는 사람들 입에선 ‘베스트 게임 에버(best game ever)’란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수퍼볼 역사상 최고의 드라마였다는 것이다. 1920년 오하이오에서 시작된 이 풋볼 경기 역사상 우선 연장전을 벌인 게 최초라고 한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후반 종료를 코앞에 두고 절묘하게 28점 동점을 이끌어 낸 것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드라마였다. 그런데 연장전에 들어가 6점을 더 보태 34대로 28로 아틀란타 팰콘스를 따돌리고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다.
또 있다. 전반전에서 3대 28로 형편없이 밀리던 뉴잉글랜드가 어떤 작전을 도입했길래 후반전에 들어가 25점을 뒤집을 수가 있었을까? 무려 10점 이상 차이로 역전승을 기록한 경우가 수퍼볼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전반전이 끝났을 때 아틀란타의 승리라고 믿는 사람이 99.5%였다고 한다. 난 100% 아틀란타의 승리라고 믿었다. 구단 사상 최초의 수퍼볼 우승을 노리는 아틀란타 팰콘스의 매트 라이언 쿼터백에게 박수를 보내며 그렇게 게임은 끝나는 줄로 알았다.
그런데 이럴수가! 어떻게 후반에 들어선 아틀란타는 그렇게 맥없이 무너지고 25점 리드를 당하던 뉴잉글랜드는 그렇게 성난 독수리처럼 달려 들 수가 있었을까? 명장 톰 브래디의 송곳 패스가 족족 성공하면서 25점 리드를 뒤집어 마침내 연장전에서 극적 승리를 거두는 순간 국가 운동회를 구경하던 1억 명 이상의 아메리칸들은 명승부란 말로는 표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차라리 기적이란 말이 옳았다. 정말 기적같은 역전승이었다. 그래서 이번 수퍼볼은 뉴잉글랜드의 승리라기 보다는 아틀란타의 패배란 말이 더 맞는 말이 되었다. 아틀란타는 다 잡은 꿩을 놓친 셈이었다.
사람들은 왜 스포츠에 열광하는가?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예측불허의 결과에 대한 묘한 궁금증과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만약에 같은 날 아리조나에서 열린 프로골프 PGA 웨이스트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에서 한중 탁구커플 안재형 자오즈민의 외아들 안병헌이 3라운드까지 기운차게 1등을 달리다가 4라운드에서도 안전하게 보기프리 게임으로 챔피언이 될 것이라 예정이 되었다면 누가 그 게임을 눈이 빠져라 시청하겠는가?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궁금증 때문일 것이다. 결국 마지막 날
오버파를 치면서 챔피언 트로피는 안병헌이 아니라 연장전 끝에 일본계 히데끼 마스야마에게 돌아가지 않았는가?
역사상 골프를 가장 잘 치는 사람, 그래서 ‘골프황제’란 별명이 붙은 타이거 우즈마저 그가 때린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골프의 세계요, 구기종목 스포츠의 세계다. 우승을 밥 먹듯이 하던 파머스인슈어런스 대회에 지난달 복귀전으로 참가했지만 컷오프 신세를 면치 못했다. 굴욕이었다. 지난주 유럽투어인 두바이데저트 클래식에 참가하여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역시 공은 그의 맘대로 튀지 않았다. 결국 그는 허리통증을 이유로 기권하고 말았다.
수퍼볼도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아틀란타에서 뉴잉글랜드로 그렇게 튈 줄을 누가 알았으랴! 더구나 경기는 단발성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이랑 닮은꼴이다. 하프타임에 이르렀을 때 스코어는 3대 28이었다. 여기 중요한 교훈이 있다. 지금까지 이겼다고 자만하지 말고 지금까지 지고 있다고 주저앉을 일이 아니다. 톰 브래디는 지금 내가 하는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후반전을 맞은 게 틀림없다. 그런데 아틀란타의 매트 라이언은 혹시 이 말을 깨닫지 못해 그냥 침몰당한 것일까? 좌우지간 인생이랑 비슷한게 수퍼볼이다.
한번 밖에 없는 인생, 이겼다고 자만할 일이 아니요, 지고 있다고 그냥 포기할 일도 아니다. 공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렇기에 후반전이 중요하다. 더구나 인생에 따라 연장전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냥 수퍼볼을 즐겼으면 그만이지 거기다 무슨 인생타령까지? 내가 지금 개똥철학을 외치고 있는건가?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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