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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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공필ㆍ2017-02-21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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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속담에 호랑이와 관련된 것이 제법 많이 있다. 가장 흔한 것이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이다. 이 말은 “아무리 위급한 경우를 당하더라도 정신만 똑똑히 차리면 위기를 벗어날 수가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는 호랑이 굴에 자원해서 들어가지는 않은 경우다. 하지만 반대로 속담은 아니지만 호랑이 굴에 자원해서 들어가야 하는 경우의 사자성어가 있다. <불입호혈 안득호자(不入虎穴 安得虎子)>, 즉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는다”는 뜻이다.
지금 한국의 경제를 비롯한 국제관계가 바로 호랑이 굴 앞에 있는 듯하다. 아니 어쩌면 호랑이 굴에 이미 들어와 있는지 모른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안보를 핑계로 힘겨루기하고 있다.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배치를 놓고 중국의 반대로 인해 한국은 엄청난 경제 손실을 보고 있다.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상품, 예를 들면 화장품에 트집을 잡아 한국으로 반송되고 있고, 한류문화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중국 매체에서 퇴출을 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굴 안에 한국은 들어와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 재협상을 밝혔고, 바로 다음 날인 1월 23일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이유는 단 하나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두는 보호무역 정책이다. 이로 인하여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멕시코는 화폐(페소) 가치가 20%나 떨어지고 증시도 떨어졌다. 한국의 기업들은 지금까지 멕시코에 공장을 세워서 물건을 만들고, 미국으로 들여올 때 세금을 내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그 물건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리겠다고 선언을 하였다. 그러면 한국 기업은 세금을 내고 멕시코산 물건을 미국으로 수출하거나 아니면 미국 안에 공장을 세워야 한다. 이래저래 단가는 올라갈 것이고 경쟁력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한국은 미국이라는 또 다른 거대한 굴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전에도 있었음을 기억하고 지혜를 얻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지난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자국 산업 및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면서 이미 협상이 거의 끝난 한국과 미국의 FTA 내용에 추가하겠다며 시간을 끌었던 전력이 있다. 특별히 자동차와 의약품에서 그랬다. 그때 한국 협상팀은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마련하여서 한미 FTA가 미국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며 이해를 시켰다.
좋든 싫든 간에 한국은 호랑이 굴에 들어왔다. 만일 한국이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고 호랑이 새끼를 잡으려고 했다면 크게 잘못한 것이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을 한 것이다. 물론 예상하지 못하게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깊이 호랑이 굴에 들어왔을지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호랑이 새끼라는 목표가 있다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미국은 특히 많은 규제를 만들면서 귀찮게 할 것이다. 필자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예를 들어 같은 한국 자동차가 한국과 미국의 안전규정이 달라 한국에서 팔리는 자동차는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가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나 생활용품, 또는 식료품과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중국이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면 지금 당장은 단가가 올라가겠지만, 상품 브랜드의 가치는 결국 올라갈 것이고, 주식도 올라갈 것이며, 회사는 좋은 인상을 받게 되고 결국 한국의 신용도는 올라가게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입장에서 두 나라를 본다면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략을 수정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를 통해 명분을 얻고자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한국은 실리를 챙기면서 중국의 명분을 살려 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라는 기치를 들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할 것이다. 여기에 한국은 미국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기업 경쟁력을 갖추어서 한국의 상품이 미국에 유익함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것이다. 불확실한 국제관계 속에서 새로운 수출 길을 밝혀야 하는데, 그 방법은 기업과 국가의 신용도를 올리는 것이다. 그 신용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서 호랑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거기에 맞추는 것이다. 그래야 한국의 이익이 극대화될 것이다.
결국, 거대한 힘인 미국과 중국의 기준을 통해서 한국 상품의 질을 높이고 이미지를 향상하는 것처럼, 교회와 성도들은 세상이라는 거대한 호랑이 굴 안에서 성도다운 질을 높이고 아름다운 향기를 발하는 이미지를 갖추려면 위대한 기준인 성경과 그리스도 앞에 철저히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성경은 교회를 세상에 남겨 두시면서 세상에서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선포하라고 사명을 주셨다. 그리스도는 세상에서의 삶의 모범을 통하여 남아 있는 성도들에게 그리스도를 닮아 세상의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하라고 명령하셨다. 세상이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교회와 성도들에게 덤빈다 하더라도 놀라지 말라. 우리는 세상을 정복하는 성도들이다. 세상이 아무리 불확실성의 모습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리스도로부터 확실성을 받았기에 하나님의 영광을 드높이며 살 수 있다.
정공필목사(라스베가스장로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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