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위해 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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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요ㆍ2017-03-16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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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국회가 제시한 탄핵사유 5가지 중 최순실과 관련 ‘국민주권 위반과 법치주의 위반’ 부분 한 가지만 인정되어 파면이 결정되었습니다. 아니, 그 한 가지만으로도 탄핵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결정이었습니다.
저는 마침 운전 중에 헌재의 발표를 라디오로 생중계되는 것을 듣고 있었습니다. 이정미 재판관이 탄핵결정문을 읽어내리는 가운데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말에 다들 예상은 했지만, 무겁고 힘들었던 리더십에서 파면당하는 모습에 가슴 아픔을 느꼈습니다.
탄핵을 두고 촛불과 태극기로 국론의 분열되는 현상은 가정과 교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태극기 들고 나가고, 아들은 촛불 들고 나가고, 교회에서도 앉으면 나라 걱정에 찬반이 갈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마음 아픈 것은 헌재 결정 이후 탄핵 반대집회 참가자 중 시위를 벌이다가 사상자가 발생한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헌재 결정보다는 결정 이후 박대통령의 반응에 더 관심이 있었습니다. 인용 되든 기각이 되든, 이 모든 일로 온 나라가 소용돌이에 빠지고, 국내외 국민이 밤을 설쳐가며 걱정하게 한 것은 결국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일이었습니다. 성도가 교회주차장에서 넘어져도 결국 담임목사 책임인데,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연루된 일로 나라가 몸살을 앓았으니 왜 대통령 책임이 아니겠습니까?
특별히 나라 각계각층에서 헌재 결정 이후가 더 중요하니 결정에 승복하고 나라가 하나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우려를 내놓는 상황에서, 탄핵반대를 외치며 끝까지 대통령 옆에서 응원했던 국민들을 진정시키며 국론이 더 이상 분열하지 않고 안정을 조속히 취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국민의 힘을 모아 달라는 대국민 메시지가 헌재 결정 발표 직후는 못했더라도, 하루가 가기 전에는 있어야 했는데 ‘책임지는 리더십’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리더의 위치는 정말 외롭고 힘든 자리입니다. 주어진 힘과 명예만큼이나 엄청난 무게의 책임감에 숨을 못 쉴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이번 파면 맞은 대통령을 보면서 작은 책임들로 지친 한 지교회의 목회자로서 연민마저 느낍니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를 향하여 가시는 길에, 가슴을 치며 슬피우는 여자의 큰 무리가 따라오는 것을 보시고, 주님이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십니다.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눅 23:28).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교회는 정치적 성향으로 분열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십자가의 복음은 진보 보수 위에 있는 공통분모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으로는 촛불 혹은 태극기 들고 나갈 수 있어도 교회는 십자가만이 우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골고다를 향하여 가시던 주님이 “자녀를 위하여 울라”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이런저런 말보다는 눈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한요(베델한인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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