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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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ㆍ2017-04-11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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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가 자주 찾는 베이사이드 공원에서 피어나는 꽃들과 새싹들을 보는 것이 참 좋습니다. 겨울동안 죽은 듯 완전히 없어진 것 같던 것들이 싹이 나는가 했는데 몇차례 봄비를 맞으면서 키가 훌쩍 커버렸습니다.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그런데 계절에도 봄이 있는 것처럼 인생에도 봄이 반드시 있습니다. 봄이 오기까지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사순절은 신앙의 봄을 기다리는 계절입니다. 오는 주간은 사순절의 마지막 예수님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기리는 고난주간입니다. 옛날에 이상하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는가’라는 노래를 많이 불렀던 기억이 살아납니다. 시인의 이름은 생각이 나지 않는데 80년대 우리는 “봄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얼음을 깬다”는 시의 구절을 많이 이야기 했었습니다. 그런데 교회는 또 믿는 가정들은 예수님이 함께 하시는 곳이기에 예수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거쳐 부활의 새벽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그날을 기다리며 어쩌면 우리가 더 깊숙히 우리 삶속에 자리잡고 있는 아픔, 부끄러움, 죄의 모습 이런 것들을 주님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할 것입니다. 그분이 우리의 이 모든 것들을 사랑때문에 다 감당하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어떤 죄도 예수님 십자가 앞에서 용서받지 못할 죄는 없다고 성경은 말씀합니다. 그 어떤 잘못을 저지른 아들이라도 아버지는 아들이 집을 나간 그 순간부터 동구밖에서 돌아오기까지 기다리신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봄은 반드시 옵니다. 제가 오래전 시카고에서 목회할 때 부활새벽맞이 예배를 미쉬간 호수에서 드렸는데 설교를 하면서 새벽 미명에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면서 흥분하여 “저것 보세요. 오늘 이 부활의 새벽 어둠을 뒤로 하고 해가 떠오릅니다.”라고 소리를 질렀더니 권사님 한분이 예배를 마친 후 웃으면서 “목사님, 목사님이 보지 못한 것뿐이지 태양은 부활절 새벽에만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항상 어느 날 새벽에라도 변함없이 떠올랐어요.”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우리가 보지 못한다고 태양이 어둠을 헤치고 아침에 떠오르지 않는 것 아닌 것처럼 하나님이 우리 인생에도 열어주시는 새 아침이 매일 있고 봄은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두가지 갈래길에 섭니다. 하나는 코람데오,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서려고 몸부림치는 것이 익숙해 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헛되고 부질없는 언행에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하나님 조차 속이듯 살아가는 뻔뻔스러움에 익숙해 지는 것입니다. 예수 잘못 믿는다는 사람들의 위험이 바로 그것입니다. 더욱 어린이처럼 맑고 순전해져야 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바리새인의 아집과 집착의 수렁에서 허부적거리는 것입니다.
다시 이해인 수녀의 ‘사순절 기도’를 생각합니다. “…살아 있는 거울 앞에 서듯 당신 앞에 서면 얼룩진 얼굴의 내가 보입니다./‘죄송합니다’라는 나의 말도 어느새 낡은 구두 뒤축처럼 닳고 닳아/자꾸 되풀이할 염치도 없지만/아직도 이말 없이는 당신께 나아갈 수 없음을 고백하오니/용서하소서 주님!/여전히 믿음이 부족했고 다급할 때만 당신을 불렀음을/여전히 게으르고 냉담 했고 기분에 따라 행동했음을/여전히 나에게 관대했고 이웃에겐 인색 했음을/여전히 불평과 편견이 심했고 쉽게 남을 판단하고 미워했음을/여전히 참을성 없이 행동했고 절제없이 살았음을/여전히 말만 앞 세운 이상론자 였고/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였음을 용서하소서./주님!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으라 하셨습니다./이 사십일만이라도 거울속의 나를 깊이 성찰하며 깨어 사는 수련생 되게하소서./이 사십일만이라도 나의 뜻에 눈을 감고 당신 뜻에 눈을 뜨게 하소서!/때가 되면 황홀한 문을 여는 꽃 한송이의 준비된/….참사랑에 눈 뜨는 법을 죽어서야 사는 법을/십자가 앞에 배우며 진리를 새롭게 하소서!…”
김정호 목사(후러싱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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