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현실의 변화와 미래를 위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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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ㆍ2018-02-06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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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종교사회학)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에서 올해 초에 목회자 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목회 현실이 과거와는 크게 변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전래 초기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는 새로운 종교이자 새로운 문물의 전달자였다. 구 질서를 혁파하고 새로운 나라의 기틀을 세우는 데 중요한 자원이었다. 그래서 당시에 교회에 다닌다는 것은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그리고 목회자는 존경받는 어른이었다. 교회에서 가장 학식이 높으며 성경에 대한 지식이 뛰어난 사람이었고, 마을에서도 대소사에 빠지지 않는 유지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환경에서 교회는 날로 부흥 성장하였다.
오늘날 교회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 이전처럼 십자가를 세우기만 하면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는다. 교회를 세워도 3년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하고 1년에 문을 닫는 교회가 수천 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전국에 있는 교회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교회들은 서로 경쟁하는 상황으로 내몰렸고 다른 교회가 어찌 됐든 우리 교회가 부흥하는 것이 최우선의 가치가 되었다. 어떠한 중앙집권적인 권력에도 의지하지 않고 각 교회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는 종교개혁의 전통은 개교회의 이기주의로 변질되었다.
교회에 다닌다는 것은 더 이상 신뢰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사회신뢰도 조사에서는 10년간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조금도 상승하지 않았고, 이번 조사에서는 목회자도 한국 교회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자들의 한국 교회에 대한 전반적 신뢰도(긍정률)는 35.5%로 매우 낮았고, 12년 조사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으로(27.7%) 하락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한국 개신교의 개혁 활동에 대해 53.2%는 ‘개혁을 이뤄오지 못했다’, 46.4%는 ‘개혁을 이뤄왔다’고 평가해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다. 작년 한 해 종교개혁 5백 주년을 맞이하여 교계에서 갖가지 행사를 벌였으나 이러한 일들이 무색함을 보여준 결과이다.
목회에서의 어려움
지금은 교회 성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일 예배에 참석하는 장년 수가 늘었다는 응답도 증가했지만, 줄었다는 응답도 증가했다. 작년에 있었던 각 교단 총회에서 거의 모든 교단이 교인 수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실제로 교인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나마 성장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교인 수 100명이 넘는 중형 교회 이상의 규모에서 많았고, 100명 미만의 소형 교회에서는 정체라는 응답이 훨씬 많았다. 이에 따라 목회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회 규모도 평균 264명으로 12년도의 450명보다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된 여러 조사 결과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이다. 이것은 일종의 학습효과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동안 성장일로를 걷던 한국 교회가 최근 들어 정체 또는 감소의 경험을 하고 있고 목회를 준비하던 신학도들은 너도나도 교회 부흥과 성장을 꿈꿔왔지만, 이것이 쉽지 않은 현실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한국 교회에서 젊은 층 이탈이 심해지고, 가나안 성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목회자들의 이상치도 현실화된 것이다.
그래서 현재 목회 환경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교인 수 성장이 더딤’이 30.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요즘 가장 큰 고민을 물은 결과에서도 ‘교회 성장의 어려움’이 44.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목회자들은 목회자들이 꼽은 한국 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신앙의 실천 부족’(26.6%)과 함께 ‘지나친 양적 성장 추구’(23.6%)를 꼽았다. 일종의 내면의 갈등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교회 성장이 어렵긴 하지만 지나친 양적 성장은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목회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일이 아니며 목회자 스스로도 목회에 충실하면 일정 정도 만족감을 누리며 교회 또한 부흥 성장하는 결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현 시무교회에 대한 항목별 만족도를 알아본 결과, 모든 항목에서 만족도(긍정률)가 50%를 넘지 못했으며, 12년과 비교하여 크게 하락하였다. 시무교회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긍정률)는 44.3%로 12년 대비 27.5% 하락했고 교회 성도들과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에서도 전체적으로 12년 대비 만족도가 하락하였다. 이에 따라 소명에 대해 후회해 본 경험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21.9%가 후회한 적이 있다 고 응답했으며, 특히 40대 이하의 젊은 목회자들에게서는 34.7%로 높게 나타났다.
미래 목회를 위한 준비
교회 성장이 멈춘 현 시대에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청된다. 우리 사회가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며 경제 성장을 구가하던 시기에는 교회도 양적인 성장을 경험했지만, 어느 정도 경제 성장을 이루고 더 이상 성장이 어려워진 요즘에는 사람들이 외부 활동보다는 자기 성찰과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제 교회도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현실에서 말로 전도를 하는 것은 더 이상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삶을 통해서 본을 보이고 기독교의 참된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요즘 사회에 요청되는 전도 방법이다. 목회자의 전도 경험이 16% 하락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마찬가지로 목회적 실천도 약화되었는데 5년 전에 비해, 설교 횟수와 상담 횟수, 그리고 선교사 파송 비율도 줄어들었다. 이것은 목회자의 성실성이 부족해졌다기보다는 기존의 목회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해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목회자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서도 ‘기독교 복음을 주변에 전파하는 것’(16.8%)이나 ‘영적 깨달음을 얻게 도와주는 것’(20.5%)보다 ‘정직, 도덕, 이웃 사랑의 언행일치 삶’이 42.8%로 가장 많이 나온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성도들의 신앙과 일상생활의 일치 정도에 대해 20% 이상, 목회자 자신에 대해서는 30%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응답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에서 필요한 것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지역 사회의 복지와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53.0%로 높지 않았다. 이에 대한 개신교인의 긍정률은 76.3%인데 반해 비개신교인의 긍정률은 불과 17.2%로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주소이다. 또한 목회의 다섯 영역 중 봉사는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목회의 다섯 가지 분야 중 봉사를 본인 교회의 강점으로 꼽은 목회자는 1.9%에 불과하였고, 이것은 12년 조사보다도 더 감소한 수치이다.
이제 한국 교회는 교회 성장 이후기를 준비해야 한다. 목회자의 만족도와 목회적인 실천 등이 많이 약화된 것은 한편으로는 교회의 위기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목회 패러다임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으며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가나안 성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가나안 성도의 비율이 23.3%로 나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 교회의 위기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었고, 최근에는 가나안 성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후에 나름대로 대안 마련을 요청하고 이런저런 노력을 해왔지만 여전히 기존의 목회방식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다른 차원의 대안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더욱 복잡하고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이게 답이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다변화 사회 속에서 결국은 각 교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거기에 적절한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는 목회하기가 더욱 어려운 시대가 될 것이다. 최근의 한국 교계의 경험에서 보듯이 대형교회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또한 카페 목회나 도서관 사역이 효과를 보았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 하는 것도 위험성이 크다. 특정 지역의 특정한 환경에서 성공한 방법이 다른 지역의 다른 여건에서 똑같이 성공을 거두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교회의 특성과 성도들의 정서,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가 가장 뚜렷한 목회자 스스로 전문성을 가지고 대안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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