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룻기 묵상 (6) 복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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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순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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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자격도 어떤 조건도 갖추지 못한 룻에게 임하신 특혜는 놀라웠다. 만약에 룻에게서 그 이유를 찾아보려고 한다면 룻의 삶의 태도가 아니었을까. 룻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히 일했다. 오직 한마음 이삭을 주워 집에서 그녀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릴 시어머니 나오미를 공양하겠다는 한결같은 마음뿐이었다. 먼저 육신의 필요, 즉 식욕을 채워드림은 인간사의 기본적 욕구를 해결해 드리는 것이다. 하루 종일 귀 기울여 기다렸을 시모는 돌아온 며느리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대하여 공순한 태도로 대답하며 어머니의 말씀을 잘 경청한다. 답답하던 차에 말문이 열렸으니 얼마나 더했으랴. 하루 종일 밭에서 이삭을 열심히 줍다 돌아 온 며느리는 얼마나 피곤하고 지쳐있었겠는가. 말하기가 귀찮을 수도 있었겠고 불친절한 말투가 나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주고받는 대화는 잔잔하고 평화로워서 도대체 불편한 긴장감이라고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의 대화 내용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나오미는 무엇인가 중대한 일이 그들에게 임할 것을 예측하면서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다. 며느리 모압 소녀를 지극히 보호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사실 룻으로 말하자면 그 땅은 이방 땅이요, 그 민족은 이방 민족이요, 모든 것이 서툰 이방문화 가운데 하나하나 배워 갈려고 분주했을 것이다. 일편단심 시모 나오미가 룻의 삶의 이유였기 때문이다. 이방신을 섬기든 그녀는 시모가 섬기는 하나님을 따르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모든 것이 시모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열심히 일해야 하는 이유, 하나님을 섬겨야할 이유, 그 땅에 이민 와서 살아야 할 이유, 그 백성을 섬겨야 할 이유, 이 모든 것이 시모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그랬을까. 그날그날의 사건을 어머니께 말씀드릴 때도 조금도 가식이 없고 솔직하다. 또 숨길 필요도 없었든 것이 분명한 삶의 목표 때문이리라. 아무리 열심히 이삭을 주었다 할지라도 하루에 그 만큼의 이삭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듯 시모는 자부에게 누군가 큰 은혜를 베푼 사람이 있음을 감지한다. 

 

드디어 룻이 보아스라는 유력한 친족 중 한 사람의 이름을 대었을 때 앞으로 있어질 이야기의 전개를 또한 그려보면서 서서히 룻으로 하여금 그 마음을 준비시킨다. 진지한 사건이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진행된다. 다른 사람의 밭에 가지 말고 소녀들과 놀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사실 이야기는 여기까지도 이미 많은 진전을 본 셈이다. 보아스가 그의 시종들과 함께 한 식탁에 룻을 초대하여 배불리 먹게 하고 그 나머지는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한 일 이라 던지, 다른 소년들이 룻에게 가까이하지 못하도록 지시한 것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보이게 안보이게 사건은 한참 진행된 셈이다. 곧 수면위로 떠 올라올 것 같은 정도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시간은 마냥 흘러간다. 그리고 두 여인은 어제나 오늘이나 또 내일이 된다할지라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살아갈 것만 같다. 어쩌면 지루한 나날의 연속일 수도 있을 것이다. 룻의 한결같은 태도, 인내하며 기다림, 그 방향성이나 목표의 분명함, 적은 일에도 최선을 다 함, 보상을 바라지 않음 등이 그녀의 성실함이다. 누가 보든 말든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되 끝까지 인내하며 할 수 있다면 그는 성실한 사람이다. 하나님은 사람을 쓰실 때 그의 품성 중에 성실한 인격을 도구로 사용하신다.

 

뉴욕영락교회 한세원 원로목사 부인 장혜순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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