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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받게 하는 백인우월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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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1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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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정초부터 열 받는 일만 줄을 잇고 있다. 우선 연방정부 셧다운이다. 미국이란 나라가 아프리카의 어느 미개한 독재국가도 아니고 멀쩡한 연방정부 공무원 80만 명에게 페이체크를 주지 않고 있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모기지 페이먼트는 어찌하고 전기세는 어떻게 내란 말인가? 국경 장벽에 돈 달라고 조르다가 안되니까 결국 애꿎은 공무원들만 유탄을 맞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보니 공항에서부터 국립공원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서 셧다운 부작용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미 전역에서 두 번째 규모의 LA통합교육구 교사 노조가 지난 월요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LA지역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들을 어찌해야 할지 열 받고 있다. 교사도 없는 학교에 아이를 보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어디에 자녀를 맡기고 직장에 가란 말인가?

이런 와중에 연방하원의원 스티브 킹이란 사람의 백인우월주의, 백인민족주의 발언이 선량하게 잘 살아보려는 미국인들의 울화통을 터지게 하고 있다.

스티브 킹? 별로 유명한 정치인도 아니다. 그래도 공화당 연방하원의원이다. 출신은 아이오아. 2003년부터 하원의원으로 계속 당선되고 있으니 아이오아 지역구에선 대단하게 존경받는 인물인지는 몰라도 공화당에서조차 고개를 설레설레 내젖는 꼴통 극우주의자다. 가끔 몰상식한 말을 툭툭 내뱉어 세간의 관심을 끌어 보려는 수작으로 보일 때도 있다.

그는 지난해 중미의 이민자 행렬인 ‘캐러밴’을 두고 흙(dirt)이라고 비하했던 인물이다. 이처럼 지독한 반이민주의자다. 유색인종이라면 질색이다. 그러니까 트럼프가 맘에 쏙 들어 하는 ‘트럼피즘’의 광신자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피즘이란 트럼프식 언행과 사고방식에 열광하는 사회 현상을 말한다. 드러내놓고 인종 차별을 얘기하고 성 차별적 발언도 서슴치 않고 혐오와 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트럼프 추종자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그 스티브 킹이란 자에게 표를 주는 반이민 극우 보수주의가 내가 살고 있는 아메리카 저변에 이처럼 시퍼렇게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 유색인종으로 지금껏 살아온 것이 참으로 겁 없고 용감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스티브 킹이 지난주 뉴욕 타임즈에 백인우월주의자나 백인민족주의란 말이 왜 공격적이냐고 말함으로 또 미국인들을 돌게 만들었다. 아이오아 시골뜨기 늙은이의 대낮 취중 발언이라면 그냥 지나쳐도 되지만 그가 누구인가? 연방하원의원이다.

백인우월주의란 백인은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므로 타인종을 당연히 지배해야 옳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반유색인종, 반이슬람, 반유대인을 표방한다. 나 같은 유색인종은 그들이 다스려야할 열등한 인종에 불과하다. 캐러밴을 흙이라 했다면 우린들 흙이 아니고 무엇인가?

결국 우리 시대 트럼프의 등장은 백인 우월주의 혹은 백인 민족주의의 반영이라고 봐야 하고 백인들이 지배하는 국가에 대한 향수 때문에 스티브 킹과 같은 극우주의자들이 심심찮게 등장하여 아메리카의 자랑스러운 가치로 자리 잡은 다인종사회, 다문화사회란 판을 깨려는 어처구니없는 난동을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

파문이 확산되자 연방하원 공화당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는 “킹의 발언은 부주의했고 부적절했으며 우리 사회에 발붙일 곳이 없는 말”이라고 말했다. 결국 킹은 하원 징계위원회로부터 이번주 어느 위원회에서도 활동할 수 없는 징계를 먹고 말았다. 당연지사다.

그러나 우리를 열 받게 하는 제2의 스티브 킹은 계속해서 출연할 것이다. 트럼프가 저러고 다니는 한 더 많은 킹의 무리들이 우리 주변에 산재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이만큼 이민자의 권리와 평등을 누리며 살아가는 배경에는 백인우월주의에 맞서 고단하게 싸워온 흑인들의 공헌을 잊을 수가 없다.

사실 이 땅에 백인우월주의만 있는 게 아니다. 흑인우월주의도 있다. 흑인은 모든 인종가운데 가장 우월하며 인류문명과 문화의 기원은 아프리카라고 주장한다. 가장 오랜 이집트 문명은 흑인이 건설했다고 주장하면서 “너희 흰둥이들이 동굴 원숭이로 살 때 우리는 피라밋을 건설했다”고 중얼거린다. 그것도 웃기는 얘기다.

그러나 링컨 대통령으로 시작되어 존 에프 케네디 시대를 거치면서 자리 잡은 이 나라의 인종 평등주의 선봉에는 흑인들이 있었다. 총 맞고 쓰러지면서 그들은 백인우월주의에 맞섰다.

우리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4.29 폭동도 경찰 곤봉으로 두들겨 맞아야 했던 흑인인권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우리 한인커뮤니티가 억울하게 피해를 입어 그 상처가 깊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그들은 저항하고 불평등에 도전했다. 그들 때문에 우리는 무임승차하여 시방 자유와 평등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오는 2월에 개최될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사회자 없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사회자로 낙점된 흑인 커미디언 케빈 하트가 10여 년 전 자신의 트위터에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말을 남긴 것이 화근이 되었다. 이틀 만에 결정이 취소되는 해프닝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자 아카데미 측은 사회자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소수자들을 잘못 건드렸다간 이 꼴을 당한다는 무시무시한 선전포고일수도 있지만 거기 스티브 킹과 같은 백인우월주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것은 자라모가지를 하고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유색인종의 콤플렉스 때문인가?

조명환 목사(발행인)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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