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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짱’ 코리안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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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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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초대 기독교 교부가운데 한 분이셨던 성 어거스틴이 남긴 명언 중에 여행에 관한 이런 유명한 말이 있다. “세계는 한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에겐 이 세상은 한 페이지만 읽은 책과 같다.” 근사한 말이다. 여행이 왜 중요한지를 해 본 사람만이 답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한국 사람이 세계 여행의 ‘큰 손 6위’라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여행을 많이 한다고? 사실인 모양이다.

마스터카드가 지난주 ‘글로벌 여행도시 지표(GDCI)’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주요 200개 도시에 지난해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여행객들이 찾았는지를 조사했다. 또 이를 국적별로 구분해 ‘해외 여행 큰 손’ 국가는 어느 나라인지 살펴봤다. 그 결과 한국인 여행객의 글로벌 여행 지출 규모가 독일(3위), 영국(4위), 프랑스(5위)에 이어 세계 6위(3.4%)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행 중에 최고의 씀씀이를 보인 나라는 미국, 그리고 2위는 중국으로 나타났다. 일본인 여행객은 한국의 뒤를 이어 7위로 조사되었다.

미국에 살고 있으니 우리도 미국사람으로 분류되어 ‘여행 큰손 1위’라는 계산이 나오긴 하지만 세계 어딜 가나 우리의 여권을 들여다보지 않는 한 한국인으로 분류해 버릴 것이니 한국인 여행객으로 취급당해도 상관은 없다. 다만 1위가 되었건 6위가 되었건 여행업계 큰 손다운 ‘매너짱 코리안’이 되는 게 더 급선무다.

내 경험으로는 시도 때도 없이 여행 중에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매너꽝 제1위다. 떠들면서 여행하는데 중국인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태국 푸켓을 여행할 때 중국관광객들이 뷔페식당에 떼로 몰려 들어오더니 빈자리를 모두 점령하고 다른 사람들에겐 앉을 자리가 없다고 생떼를 썼다. 무식한 고성방가나 옆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기분 나쁜 중국인들 때문에 난 평생 태국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

알아먹지 못할 자기네 말로 확성기 볼륨으로 떠들어 대는 중국인들은 에펠탑에 올라가서도 떠들어대고 런던 대영박물관안에서도 떠들어 댄다. 여행 중에는 제발 바리톤 저음으로 조용하게 속삭이는 습관을 길들여 보자. 여행길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중국 사람들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매너 좋은 일본인들에겐 얼마나 존경심이 앞서는지. .

여행하다보면 반드시 현지를 잘 안내하고 설명해 주는 가이드를 만나게 된다. 이 사람은 우리가 돈 주고 고용한 하수인이라 보고 덮어놓고 반말부터 해 대는 사람들이 있다. 가이드는 전문가들이다. 그냥 먹고 살기 어려워 ‘땜빵’으로 길이나 안내해 주려고 나온 사람들이 아니다. 좀 못사는 나라를 여행할지라도 현지인들에게 거들먹대지 말고 언제나 겸손, 언제나 겸손한 말투가 우리를 고상한 여행객으로 격상시켜준다.

이스라엘 통곡의 벽에 기도쪽지를 돌 틈에 끼워두고 오는 건 많은 사람들이 해오고 있는 전통이다. 그 기도내용이 형통하기를 기원하면서. . . 그런데 아무리 감격적인 여행지라 할지라도 낙서는 금물이다. 요르단의 페트라, 혹은 이스라엘 가이사랴 빌립보 같은데서 가끔은 한글로 된 낙서를 발견하게 된다. 대개 한글 이름 석자다. 왔다 갔다는 뜻으로 자기 이름을 써 놓는 것이라 할지라도 이건 훈민정음 제정자인 세종 임금을 욕보이는 것이고 한국인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다. 세계 어느 여행지를 가던지 낙서할 곳은 없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하면 프라하의 카를대교를 꼽는다. 한국인 신혼부부들이 어찌나 그리 많은지. . 그 바글대는 다리위에서 신혼사진을 찍겠다고 전문 사진기사 몇 명이 아주 터를 잡아놓고 수십 가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 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름다운 신혼부부? 내가 보기엔 어글리 신혼부부였고 나만 아니라 통행을 방해받는 세계의 모든 여행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게 아닌가? 여행 중에는 언제나 남을 배려해 주는 신사다운 양보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스탄불에 가면 소피아 성당과 함께 꼭 방문하는 유명 이슬람 사원이 있다. 블루 모스크다. 여기 들어갈 때는 이슬람 전통에 따라 모두 신발을 벗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과 같이 바닥에 머리를 박고 기도해야 한다. 그게 싫으면 조용히 그들의 예배를 방해하지 말고 구경하면 된다. “이거 마귀의 집이야!” 그러면서 신발도 안벗고 무슬림들을 째려보는 성지 순례객들이 있다. 우리가 거기서 머리를 숙이는 것이 알라신을 숭배하고 주님을 배반하겠다는 뜻이 아니고 이슬람 문화를 체험한다는 차원에서 그들의 예배와 모스크를 구경하는 것 뿐이다. 이슬람 사원에 들어가 놓고는 마귀의 집이라고 중얼대면 어쩌자는 건가?

크리스천들도 명품에 환장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밀라노에 가면 두오모 성당 옆 비토리오 임마누엘 2세 갤러리아란 유리천정으로 유명한 샤핑몰이 있다. 프라다, 루이비통, 구찌 등 세계적인 브랜드가 즐비하고 가격도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구경하러 들어가서 이것저것 만져보다 점원들에게 구박을 받는 여행객들이 있다. 명품은 라면이나 땅콩처럼 쉽게 만져볼 물건이 아니다. 여북하면 ‘No Korean Allowed(한국인 출입 금지)’란 표지판까지 붙여 놓았을까?

관광은 눈으로 보는 것이지만 여행은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그러려면 예의바른 여행매너가 전제조건이다.

조명환 목사(발행인)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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