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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곤20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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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곤바둑기사(棋士)들은 종종 혼자서 바둑을 두기도 합니다. 바둑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혼자서 어떻게 바둑을 두는지 의아해하지만 그 바둑기사는 ‘복기’(復棋)를 하는 중입니다. ‘복기’는 이미 끝난 바둑의 승부를 그대로 바둑판 위에 한 수씩 재현하는 것입니다. 대부분 승리와 패배를 다시 분석하여 차후 승부에서 밑거름을 삼기 위해서이고, 때로는 명인의 명승부를 존경하는 의미에서 ‘복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보통 한 번의 승부에 두는 수가 평균 400개입니다. 그러니까 ‘복기’를 하는 바둑기사는 400번의 착점을 모두 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자기와 상대방이 두는 순서까지 기억하며 그대로 재현해야 하는데 놀라운 것은 바둑기사들은 이 ‘복기’를 어려워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10년 전에 둔 바둑이나 유명한 기사들의 명승부도 외워서 ‘복기’를 하곤 합니다. 언젠가 이 점을 신기하게 여긴 기자가 프로 바둑기사에게 ‘복기’가 가능한 이유를 물었는데 그중 한 명이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대국을 할 때 한 수 한 수 모두 의미를 가지고 둔 돌들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첫수만 기억하면 나머지 수는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인터넷에서 퍼온 글),

난 바둑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 다만 가끔 미디어를 통해서 혼자 바둑 두는 기사들을 볼 때마다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혼자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바둑은 저렇게 혼자서도 둘 수 있는가? 그런데 이것이 오늘 위에 언급한 ‘복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사들이 1대국마다 400개 전후의 착점을 모두 다 기억하고 재현하는 감히 범인들은 범접할 수 없는 집중력과 기억력에 탄성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대로 그것이 가능한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 잔잔한 감동이 일어났습니다.

요즘 시편으로 새벽기도회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시편 113편, 우리들이 어렸을 때부터 주일학교에서 신나게 율동을 하며 불러오던 찬양을 오랜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이제부터 영원까지 여호와의 이름을 찬양할지로다. 해 돋는 데에서부터 해지는 데에까지 여호와의 이름이 찬양을 받으시리로다”(시113:2-3), 신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인가 중고등부 학생들하고 이 찬양을 같이 부를 때 갑자기 이런 마음이 찾아왔습니다. “해 돋는 데서부터 해지는 데까지 매일매일 하나님을 찬양하는 마음들이 모여, 이제부터 영원까지 하나님을 찬양하는 삶이 되는구나. 인생은 매일매일 어떤 벽돌들을 하나씩 쌓아 가느냐에 따라 결국 전체의 모습이 나타나겠구나.” 결국 “인생의, 신앙의 일관성”이었습니다. 매순간마다 무엇인가를 선택하며 살아가는 나의 하루하루들(해 돋는 데서부터 해지는 데까지)이 모여 결국 내 전 인생(이제부터 영원까지)이 됩니다.

매순간마다의 선택을 나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살았다면 내 전 일생은 관계, 명예, 재물 등등 삶의 제반 영역에 있어서 개인주의, 이기주의, 더 나가 주변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나만 아는 수전노에 가까운 수치스러운 삶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나 매순간마다의 선택을 내가 속한 많은 공동체(가정, 교회, 집단, 나라, 민족, 세계 등등)의 유익을 먼저 추구하며 살았다면 내 전 일생은 공동체를 치료하고 세우고 회복하는 이타적인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상생의 삶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이를 기사들의 대국에 빗대어 봅니다. 대국을 치를 때마다 400개 전후의 착점을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한점 한점이 의미가 있고 그 한점 한점이 이어가며 그려가는 전체 흐름이 있기에, 대국이 끝난 이후에도 그대로 따라하는 ‘복기’가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복기를 통하여 승패의 원인을 분석하여 자기 발전의 디딤목으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자기 스스로를 관통해볼 줄 아는 일관성”입니다.

수많은 파도들을 만나면서 갈수록 단단해지는 우리의 인생도, 우리의 신앙도 이런 ‘복기’가 필요합니다.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매순간마다 이리 왔다 저리 갔다하는 “갈지자 인생”이 아니라 어떤 상황과 환경과 여건 속에서도 한 방향으로만 가는 “초지일관 인생”을 살아야 하며, 인생의 ‘복기’를 통하여 더 나은 삶을 추구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들의 인생과 신앙의 ‘복기’, 즉 ‘되짚어 봄, 일관성’은 무엇입니까? 나의 인생의 대국에 있어서의 400여개에 달하는 착점은 어디입니까? 일상의 ‘되돌아봄’과 ‘되짚어봄’이 즉 끊임없는 자기성찰인 ‘회개’가 우리들의 신앙의 일관적 착점이 되어야 합니다. 거기에 주의 은혜로 주어지는 ‘치유와 회복과 소생의 사건’들이 내 일상에 역사로 나타날 것입니다. 그 감격으로 우리는 “해 돋는 데에서부터 해지는 데에까지 그리고 이제부터 영원까지 여호와의 이름을 초지일관 찬양”합니다. 그리할 때 우리들은 훗날 인생의 최후의 ‘복기’인 ‘심판대’ 앞에서 아름답게 생을 되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인생의, 신앙의 ‘복기’는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는 것’입니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는 이때, 인생의 ‘복기’(되돌아 봄, 되짚어 봄, 회개, 일관성)를 통해 다가오는 가을에 풍성한 주의 부요를 꿈꾸며 여호와를 찬양해야하지 않을까요?

은희곤 목사(뉴욕 참사랑교회)
ⓒ 미주크리스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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