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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19-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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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지난 주는 뭐니뭐니 해도 ‘손흥민의 70미터 드리볼’이 화제 중의 화제였다. 만나는 사람들 마다 “손흥민 봤지?” “손흥민 드리볼 봤어?” 그게 인사였다. 어떤 이는 아주 셀폰에 영상을 담아가지고 다니며 보여주기도 했다. 난 스포츠하면 골프에다 야구, 요즘엔 카와이 레너드를 좋아하는 터라 NBA 클리퍼스 경기를 가끔 보는 정도다. 축구는 아니다.

그러나 하도 손흥민, 손흥민을 해대는 바람에 나도 인터넷에 찾아봤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핫스퍼 팀에서 뛰고 있는 과거 차범근이나 박지성 급에 속하는 한국출신 유망주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그 손흥민이 지난주 번리란 팀과의 경기에서 무려 8명의 선수들을 제키고 70미터 드리볼에 성공하여 5대1로 토트넘에 승리를 안겨준 것이다. 시즌 10호 골이었다. 이게 골프로 말하면 홀인원이요 야구로 말하면 노히트 노런이었다.

이 골로 전 세계가 난리가 났다. 그야말로 ‘손세이셔날’이었다. 축구의 레전드 호나우두를 빗대어 그를 ‘손나우드’라 부르기도 했고 “월드클래스” “세계가 뒤집어 졌다” “숨이 멎는 듯 했다” 등 별의별 찬사가 쏟아져 나왔다.

사실 세계에서 축구 잘하는 사람들만 모여 있는 유럽 축구에서 겨우 한사람 제치고 앞으로 전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무려 8명의 ‘축구귀신’들을 물리치고 골대로 전진하는 모습은 누구라도 흥분을 감출 수 없게 하는 명장면이었다.

사실 우리 인생도 축구장과 비교하면 미드필드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공격에 실패할 때가 많다. 공격은 커녕 헛발질을 해서 실수도 하고 뜻하지 않은 핸들링으로 반칙을 할 때도 있다. 확신을 갖고 패스를 했는데 상대방 선수가 가로채는 바람에 패스미스를 하는 부끄러운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손흥민과 같은 드리볼로 성공인생을 거머쥔다는 게 말은 쉽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아마도 미친 듯이 볼을 몰아 골문으로 대시하는 손흥민을 보면서 어쩌면 대리만족 같은 것을 경험했기에 축구팬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지금 손흥민, 손흥민을 외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주 또 한명의 뉴스메이커는 고 김우중 씨였다. 대우그룹 회장을 지냈던 그 분이 8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70년대 서울에서 제일 높은 빌딩은 31빌딩과 서울역전 앞 대우빌딩으로 나는 기억하고 있다. 대우 빌딩을 올려다보며 그 시대 서울역전을 오가는 청년들의 로망은 대우사원이 되는 것이었다.

와이셔츠 장사로 시작하여 세계 시장을 넓혀간 그는 1998년 말에는 396개 해외 현지법인을 포함 해외 네트워크가 모두 589곳에 달했고 해외고용 인력은 무려 15만2천명이었다고 한다. 그때 당시 김우중 씨의 연간 해외 체류기간이 280일을 넘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대우는 그래서 ‘신화’와 같은 기업이었다.

김우중 씨는 세계를 우습게 보았다. 그리고 세계에 덤볐고 마침내 세계를 품에 안았다. 그래서 ‘세계경영’이란 말은 그에게 붙어 다니는 말이 되었고 그때쯤 펴낸 책 제목이 바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였다.

그러나 그에게도 실패는 찾아왔다. 1997년 한국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휘청대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분식회계 혐의로 2006년 8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2년 만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났지만 결국 재기하지 못하고 베트남을 오가는 낭인생활을 하다 결국 병을 얻어 별세하기에 이른 것이다.

생전에 모교인 연세대 특강에서 “개발도상국 한국의 마지막 세대가 돼서 ‘선진 한국’을 물려주고 싶었다. 우리는 아직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을 물려주지 못해 미안하고 부끄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린 신화적인 기업인의 이 아쉬운 말 한마디가 긴 여운으로 우리에게 남는다.

김우중 씨의 성공 드라이브는 아마도 손흥민의 70미터 폭풍 드리볼에 견줄 만 하다. 그렇게 힘차게 대시했고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런데 그에게도 실패는 찾아왔고 그에게도 어김없이 종말은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영원한 성공도 없고 영원한 실패도 없다. 성공에도 끝이 있고 실패에도 끝은 찾아오는 법이다.

손흥민처럼 제키고 제키며 인생의 미드필드를 달려가야 한다. 목표를 향하여 그렇게 남은 인생을 대시하며 전진하자. 그러나 성공의 끝자락이 보일 때도 절망할 필요는 없다. 아니 인생의 끝자락을 늘 염두에 두고 달려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 한해의 패스미스, 그럴 때도 있다. 예기치 않은 핸들링, 그것도 잊어버리자. 너무나 어이없는 헛발질, 그것도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그 수많은 실패 없이 성공의 드리볼은 전혀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폭풍 질주를 하면서도 우리가 망각하지 말고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할 라틴어 한마디는 그것이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 . 한해가 저물고 새해를 기다리는 이 회한의 시즌에 김우중 씨의 별세 소식을 들으니 더욱 다가오는 그 말, 메멘토 모리(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

조명환 목사(발행인)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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