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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제퍼슨과 종교자유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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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2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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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미국은 매년 1월 16일을 종교자유의 날(Religious Freedom Day)로 지킨다. 금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집무실 오벌오피스로 다양한 종교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초청하여 “너희들은 학교에서 기도할 권리가 있다, 그건 매우 중요하고 강력한 파워”라고 말했다. 원론적인 말을 한 것이다. 개신교에선 매년 5월 첫째 목요일에 지키는 ‘국가기도의 날’에는 전국적인 기도행사가 열려도 종교자유의 날은 그냥 모르고 지나치거나 별 관심도 없어 보인다.

이날은 1786년 미국 ‘민주주의 아버지’라 불리는 토마스 제퍼슨이 제안하여 만들어진 ‘버지니아 종교자유법’이 제정된 것을 기념하는 날에서 유래되었다. 이 버지니아 종교자유법은 미국헌법에서 종교자유와 관련한 조항들이 명문화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 법이라서 유명한 것이다. 그래서 제퍼슨이 만든 버지니아 종교자유법을 기념하기 위해 1월 16일을 종교자유의 날로 정한 것이다.

토마스 제퍼슨은 미국 건국 당시 기독교를 미국의 국교로 하자는데 반대한 사람이다. 영국도 성공회를 국교로 정하고 있으니 개신교를 국교로 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제퍼슨은 “우리는 카톨릭도 아니고 성공회나 침례회도 아니다. 그냥 크리스천이다”라고 우기면서 국교 폐지를 주장했고 국가와 종교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정교분리 원칙을 못 박은 사람이다.

제퍼슨을 찬양하는데 어디 ‘민주주의 아버지’ 뿐인가? 우선 그는 미국의 3대 대통령이었다. 30대에 미국 독립선언서 초안을 작성한 인물이다. 사우스 다코다에 있는 러시모어의 명물, 대통령의 ‘큰 바위 얼굴’ 4명 가운데 워싱턴, 링컨, 루즈벨트와 함께 얼굴이 조각되어 있는 사람도 제퍼슨이다. 대통령 재임당시 프랑스 나폴레옹으로부터 루이지애나를 사들여 이 나라를 땅부자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게 현재의 루이지애나 주 넓이가 아니라 로키산맥 동부지역인 몬태나, 와이오밍, 콜로라도, 오클라호마 등지를 모두 미국영토로 만들었다.

그의 얼굴을 보고 싶으면 호주머니에서 2달러짜리 지폐를 꺼내들면 된다. 그가 거기에 있다.

워싱턴 DC에 가서 관공서 주변을 둘러볼 때 꼭 눈에 들어오는 게 워싱턴기념탑, 링컨 메모리얼, 그리고 제퍼슨기념관이다. 특별히 제퍼슨 기념관은 둥근 돔으로 건축된 판테온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판테온은 고대 로마의 신들에게 바치는 신전으로 사용하려고 지은 로마건축양식으로 판테온(Pantheon)이란 그리스어로 ''모든(παν)'' + ''신(θεος)''이라는 뜻이다. ‘모든 신을 위한 신전’으로 지어졌던 판테온 양식으로 그의 기념관이 나중에 건축된 것은 그가 신앙적으로는 이신론자였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기초한 미국헌법에서의 하나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창조주 하나님, 삼위일체의 하나님, 인격적인 하나님이 아니시다. 조지 워싱턴을 비롯해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제퍼슨처럼 모두 이신론자들이었다. 이신론(Deism)은 17세기 계몽주의시대에 만개된 신학사상으로 초월적인 신의 존재를 인정하되 그분은 이 세상을 창조한 뒤 어디로 사라져 버리고 세상에는 더 이상 개입하지 않는 분으로 믿었다. 흔히 자연신교, 이성종교라고 알려진 이신론자들은 성경의 기적이나 예언은 믿지도 않고 삼위일체도 부정한다. 계시와 기적을 부정하니까 종교라고도 할 수 없다. 철학적 종교관을 가진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제퍼슨은 이런 말도 했다. “성령으로 잉태한 동정녀로부터 예수가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아테나가 제우스로부터 태어났다는 우화와 같은 수준으로 여겨질 날이 언젠가 오게 될 것이다.” 동정녀 탄생은 우화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또 복음서의 내용을 편집해 자기만의 성경을 만들기도 했는데 이 요약본에는 예수님이 행한 기적이나 죽은 지 3일 만에 부활하신 내용 등은 모두 지워버렸다고 한다. 그러니까 제퍼슨의 하나님과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동일한 하나님이 아니다. 복음을 믿는 척 했지만 본질이 다른 ‘유사복음’을 믿던 사람이었다.

제퍼슨을 민주주의 아버지라고 부르기에도 좀 그렇다. 사람의 인권을 그렇게 존중하는 척 했지만 아메리칸 인디언들을 무자비하게 핍박했고 흑인들의 인권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가 죽은 후 100년 후에나 흑인민권운동이 일어났으니까. .

더구나 그의 이중인격이 드러나는 부끄러운 가족사도 있다. 제퍼슨은 부인의 몸종으로 처갓집에서 데려온 흑인 노예 샐리 헤밍스와의 사이에 사생아를 낳기도 했다. 부인이 죽은 후엔 그 흑인 노예는 제퍼슨의 부인 행세를 했다는 것은 역사 속에 다 알려진 사실이다. 흑인을 결국 부인으로 데리고 살았지만 그의 눈에는 백인의 인권만 보인 셈이다.

그래서였는지 종교자유의 날이면 꼭 거론되는 토마스 제퍼슨에 관한 묘비는 더 이상한 점이 있다. 미국 제3대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었음에도 자신이 미국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은 별 볼일 없는 것이었다며 묘비에 적지 말라고 했다는 것. 그래서 버지니아 대학교에 세워진 묘비에는 그의 유언대로 “미국 독립 선언서의 기초자이자 버지니아 종교 자유법의 제안자, 그리고 버지니아 대학교의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 여기 잠들다”라고 쓰여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경력에서 대통령은 빼는 게 좋다고 생각했던 그의 겸손함을 보라고 소리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는 절름발이 민주주의 아버지였고 유사복음 신봉자로 밖에는 볼 수 없다. 그래서 그로부터 유래된 종교자유의 날도 기독교에서는 시큰둥하게 바라보는 모양이다. 그러나 기억은 해 두자. 1월 16일은 미국 종교 자유의 날이라고. . .

조명환 목사(발행인)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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