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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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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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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바꿔놓고 있다. 지금 세상은 핵무기를 제일 무서워하지만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도 파괴력에 있어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중국에선 우한의 한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흘러나왔다는 주장이 일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초강경 부인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농간을 부리고 있다고 발끈했다. 그러나 발원지가 야생동물 시장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양을 보유하고 있는 한 실험실에서 실수로 흘러나온 것이라면 중국은 이 재앙의 무거운 책임을 어떻게 면피할지 아찔해 진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시아에 국한되지 않고 이제 인류 공공의 적 제1호로 급부상했다. 그리고 일상의 훼방꾼이 되었다. 프랑스에선 가톨릭교회 사제들이 성찬식 때 신자들의 입에 성체를 넣어주는 일을 못하도록 금지시켰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 때문이란다. 대개 화장실 문고리는 ‘세균덩어리’로 알려져 있다. 병원이나 공공건물에서 사람들이 문고리를 잡지 않고 팔꿈치로 문을 여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프랑스의 최고 대박 인기 상품은 팔꿈치 문잡이라고 한다.

직장인들의 넥타이 착용도 기피대상이 되었다. 넥타이는 세탁을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도가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 러시아에선 머리가 긴 여성들은 펄럭이는 머리카락이 언제 어디를 스치면서 바이러스를 불러올지 모르니 머리를 단단하게 졸라매고 다니라는 권고까지 나왔다고 한다. 참 세상이 요지경속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뿐 아니다. 사람들의 인사법도 바뀌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보건부는 아랍식 ‘코 인사’를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흔히 ''에스키모 키스''라고도 불리는 아랍식 코인사는 동성사이에 만나고 헤어질 때 서로 코를 맞대 두 차례 문지르는 방식의 인사법이다. 아라비아반도 사막 유목민족인 베두인의 인사법에서 유래된 것이다.

프랑스 전통 인사법인 비주(bisou·서로 양쪽 볼을 번갈아 맞대고 ‘쪽’소리를 내는 인사법)도 기피대상이 되었다. 프랑스 보통사람의 경우 하루에 열 번 이상 다른 사람과 뺨을 맞대게 되지만 바이러스 공포가 밀려오자 보건부는 자제령을 내렸다.

악수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서 가장 널리 시행되고 있는 만능 인사법인 악수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존립을 위협당하고 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창궐했을 때 세계적으로 악수 자제 캠페인이 벌이진 적이 있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를 휩쓸 때도 이곳을 방문한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악수하지 말라”고 타이른 적도 있다.

비슷한 상황이 다시 도래한 것이다. 영국의 한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악수는 손으로 주고받는 인사법가운데 세균 전파정도가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악수는 하이파이브(손바닥을 마주치는 인사)보다 2배, 주먹치기(fist bump)보다 약 20배 더 많은 세균을 옮긴다고 했다.

주먹치기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다. 연설이 끝나고 뒤에 서 있던 미셀 오바마와 그 주먹치기 인사를 하곤 했다. 헬리콥터 사고로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미국을 초상집으로 만들고 있는 ‘블랙 맘바’ 코비 브라이언트도 멋진 3점 슛을 성공시킨 후 동료들과 나누는 인사가 바로 주먹치기였다.

그렇다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서 아무에게나 대고 주먹치기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교회 상황을 가정해 보자. 80대 고령의 권사님이 예배를 마치고 나올 때 교회 대문에 서 있던 목사님이 느닷없이 주먹을 쥐고 주먹치기 인사를 시도했다고 하자. 아마 권사님이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무안해 할 표정이 상상이 간다.

그럴 바에야 이 참에 우리도 악수를 생략하고 살아가기를 실천해보면 어떨까? 전 세계적으로 악수 자제령이 번져가고 있는 마당에 교회라고 비켜갈 수는 없지 않은가? 고딕 볼드체로 “악수 하지 맙시다”를 주보 제일 잘 보이는 곳에 프린트해서 홍보해야할 책임이 생긴 것이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연구진에 따르면 사람의 손바닥 한쪽엔 평균 150종류의 세균이 살고 있고 그 수가 6만 마리에 달한다는 것이다. 와! 이건 상상초월이다. 내 손에 6만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다고? 폐렴, 기관지염, 식중독, 감기 등이 이 손을 통해 감염되는 것이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교인들끼리 예배를 마친 후 습관적으로 손을 내밀면 매몰차게 내민 손을 거부 할 수도 없다. 자칫 오해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악수 하지 맙시다’란 캠페인과 더불어 교회당 주변 곳곳에 손 세정제를 준비해 놓는 것도 바람직하다. 만약 교인 가운데 한명이라도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로 판명이 나면 당장 교회당이 폐쇄되고 있는 게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교인들이 마스크를 쓴 채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런 불안과 고통을 유발시킨 바이러스를 잡는 백신은 언제쯤 개발이 되려나? 그것도 기도 제목이다.

조명환 목사(발행인)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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