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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여성역사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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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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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3월은 여성역사의 달(Women’s History Month)이다. 모든 분야를 통해 미국 역사에 공헌한 여성들을 기리자는 뜻에서 지켜진다. 1970년대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에서 일어난 여성들의 지위향상 운동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보다 60여년 앞선 1908년 3월엔 미국의 1만 5천여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정치적 평등권 쟁취와 노동조합 결성,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을 기념하여 생긴 날은 국제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 그래서 3월 8일은 국제 여성의 날, 3월은 여성역사의 달이다.

그러니까 3월은 여성의 중요성, 여성의 평등권을 확실하게 깨닫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성존재확인 재인식강조의 달’이라고 말해야 하나?

그런데 그런 재인식을 골백번 해도 아직은 멀었다. 우선 미국의 역사를 보면 여성 대통령은 한명도 없다는 게 그 증거다. 물론 대통령이 성평등의 잣대란 말은 아니다. 역사적 사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부통령은 있는가? 없다. 국무장관은 있는가? 메들린 올브라이트가 미 역사 최초의 여성국무장관이었다. 1997년 클린턴 대통령 때의 일이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여성으로 가장 출세한 정치적 포지션을 국무장관이라고 한다면 그것도 겨우 23년 전의 일에 불과한 것이다.

유리천장(glass ceiling)이란 말이 있다. 경제 전문 일간지인 월스트릿 저널이 1970년대 만들어낸 신조어로서 충분한 능력을 갖춘 여성이라 할지라도 성차별 때문에 고위직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사용하여 생겨난 말이다.

그 유리 천장이 마침내 부숴질지 모르겠다는 성급한 말들이 무성해지고 있다.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초반 우세를 보이던 버니 샌더스를 누르고 당당하게 앞서나가고 있는 조 바이든이 러닝 메이트로 여성 후보를 지명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부통령이 되어 유리천장을 부수게 될 그 여인이 과연 누구일지를 놓고 언론에선 벌써 이사람 저사람을 입방아에 올리고 있다.

우선은 대선에 도전장을 던졌다가 중도에 하차한 카멜라 해리스, 에이미 클로버샤, 엘리자베스 워런과 같은 여성 상원의원들이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지만 모두 경선 패배자이고, 일부 유권자 층과 마찰을 빚은 적이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하고 있다.

물론 공화당에선 이미 세상을 떠난 존 매케인이 알래스카 주지사를 지내던 세라 페일린을 러닝메이트로 해서 2008년 대선을 치뤘지만 실패한 적이 있다. 오히려 페일린을 발탁한 것이 매케인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혔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럼 만약 민주당에서 금년에 여성 부통령 후보를 지명한다면 결과는 어떨까?

아직 누가 트럼프와 한판 승부를 벌일 민주당 후보가 될지, 또 본선에서 트럼프와 맞장 뜰 때 누가 승리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그래서 성급하게 김치국부터 마실 이유는 없다. 다만 여성부통령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뿐 이다.

이번 주 타임지는 지난 100년 동안 ‘올해의 여성(Woman of the Year)’으로 뽑았던 100명의 여성을 소개하는 여성역사의 달 특집판을 펴냈다. 타임지는 1920년부터 올해의 여성을 뽑기 시작했는데 그 첫 번째는 ‘수퍼리지스트(The Suffragists)’란 주간신문이 차지했다. 이 주간지는 1913년부터 여성들의 참정권, 투표권을 주창해온 신문. 1920년 수정헌법 19조가 채택되어 여성들의 투표권이 보장되면서 폐간되었다. 그러니까 미국의 여성 참정권 역사는 금년 들어 100년에 이른 셈이다. 그 100년의 세월 속에 대통령은 고사하고 부통령도 한명 없었으니 유리천장은 확실하게 존재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생각해 보자. 꼭 부통령이 되어야 장땡인가? 1940년대엔 일레인 루즈벨트, 1950년대엔 루실 볼, 엘리자베스여왕2세, 골다 메이어, 1960년대엔 재클린 케네디, 70년대엔 인다라 간디, 80년대엔 마가렛 대처, 다이애나 왕비, 마돈나, 90년대엔 아웅산 수키, 루스 긴즈버그, JK 롤링, 2000년도엔 샌드라 데이 오코너, 오프라 윈프리, 미셀 오바마, 그리고 2010년엔 낸시 펠로시, 비욘세, 힐러리 클린턴, 그리고 지난해엔 환경운동 소녀 그레타 쑨베리가 뽑혔다. 이들의 공헌이 단지 여성이었기에 남성보다 작다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그러나 또 한번 생각해 보자. 사실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어질고 부지런한 여성들이 올해의 여성이요, 여성역사의 달 주인공들이다. 타임지에 이름석자만 못 올렸다 뿐이다.

여성역사의 달에 하필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아 불안에 떨고 있는 세상의 여성들에게 전해주는 한 여성의 위대한 명언이 있다. ‘주는 나의 피난처’란 밀리언 셀러를 남긴 네델란드의 코리 텐 붐의 말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확실한 하나님께 맡기기를 두려워하지 말라(Never be afraid to trust an unknown future to a known God).”

어디 여성들에게만 주는 말인가?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인류에게 어머니의 음성으로 들려주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아닌가?

조명환 목사(발행인)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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