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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보다 사람이 더 소중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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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20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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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목사님들과 축구를 하면서 다리에 큰 부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오른쪽 허벅지 햄스트링(hamstrings:허벅지 뒤쪽의 근육으로 걷기나 뛸 때 다리나 무릎 엉덩이 등 신체를 원활하게 하는 근육)에 손상을 받은 것이었다.

당시 골문 앞에서 결정적인 순간 슛을 하였는데 그만 다리에 힘이 들어갔는지, 헛발질을 하면서 근육에 손상을 입은 것이었다. 순간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고, 심한 통증으로 더 이상 공을 찰 수 없는 지경이 된 것이었다. 그런 아픔을 참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 툭 던지는 한마디 “그렇게 차서 골 넣겠어!”한마디 한 것이었다. 나는 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그 귀에다 대고 그렇게 공을 차서 되겠냐고 한말이 그렇게 섭섭하게 들려진 것이었다.

축구를 하는 목사님들은 모두 훌륭한 인격을 가진 목사님들이 대다수다. 그런데 축구를 하는 운동장에서만은 예외인 것 같다. 하기야 온 전력을 다해 뛰는데 무슨 인격이 필요할까? 그래서인지 경기가 좀 거칠어지면 공격적인 말이나 행동이 나타나는데, 때로는 목사로써의 신분을 잃어버리고 거친 말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때가 다반사다. 

뿐만 아니라 축구를 하면서 그분의 성격이라 할까, 기본 인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공격만 하려는 사람, 자기에게만 공을 달라는 사람, 실수라도 하면 소리소리 지르는 사람, 심판의 잘못된 판정에 반발하면서 심하게 대드는 사람, 상대방의 실수이든 본인의 실수이든 서로 부딪쳐서 넘어져도 사과 한마디 없이 당당한 사람, 자기가 실수하면 웃어넘기면서 다른 목사님이 실수하면 그따위로 공을 패스한다고 분노하는 사람, 수비할 사람이 왜 공격진에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는다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 별별 유형의 목사님들이 다 있다.

이 유형을 딱 두 분류로 나눈다면 먼저 축구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고 두 번째는 승부보다는 목사님들과의 사귐을 더 귀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인 승부욕이 강한 사람은 결정적인 순간에 골을 못 넣고 상대편 선수와 몸이 부딪쳐 넘어 진 사람이 있다면 넘어진 선수에게는 관심이 없고 골을 못 넣은 그 실수를 나무란다. 하지만 후자인 사귐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넘어진 분이 다치지나 않았는지 달려가 일으켜 세우면서 괜찮느냐고 묻는 형이다.

승부욕이 강한 사람은 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게임에 지기라도 하면 실수한 모두에게 강한 불만을 터뜨린다. 하지만 사귐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잘했어 졌지만 한사람도 안 다쳤네...” 게임에 지고이기는 것보다 게임 자체를 즐겼다는 하나만으로 만족해한다.

승부욕 강한 사람은 이겨야 한다는 목표가 설정되어 있기에 모두 열심히 뛰어야 하고 실수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데 강점이 있다. 그래서 결국은 승리를 걸머질 때가 훨씬 많다. 그러나 사귐을 중시하는 사람은 늘 사람을 중시하기 때문에 게임에 지고이기는 일에 큰 관심이 없다. 그래서 최선을 다하기보다 그냥 즐기려 한다, 실수가 있어도 웃어버린다. 그러다보니 게임에서 승리하는 일보다 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유형의 형태가 우리 삶 속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목적을 중시하는 사람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는 강한 집념이 내재되어지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세운 목적대로 성공은 이루는데 반해 늘 사람을 잃거나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반대로 사람을 중시하는 사람은 목적을 이루는 일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목적은 이룰 수도 있고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는 단점 때문에 일에 실패가 올 확률이 높다. 반면 사람과의 관계를 아주 돈독해 진다, 일은 나중이고 같이 어울려 술 한 잔 하는 것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일에 대한 집념이 매우 강했던 사람이다. 어떤 목표가 정해지면 그 일에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옆 동료들과 늘 마찰이 심했다. 그런 내가 목사가 되어 오랜 세월 목회를 하면서 배운 게 있다. 바로 목회는 어떤 성과를 내기 위한 목표지향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모든 교회 일은 성공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을 통해 교인과 교인끼리 사랑을 맺어주는 사람 존중의 목회라는 것을 알았다. 즉 목회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 사랑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고 사람은 사람끼리 사랑을 나누는 하나님사랑, 사람사랑이 목회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교회에서의 일, 즉 전도나 봉사나 선교나 기도하는 일까지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자는데, 하나님을 사랑하자는데 그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목사님들이 오늘도 축구를 한다. 왜 축구를 하는 거냐고 물으면, 재미있으니까,,, 이기면 더 재미있고... 그게 질문에 대답이라면 이제는 축구를 통해 목사님들끼리 더 사랑하자는 사람 위주의 축구를 한다면 축구는 하나님 사랑을 이루는 뜻있는 운동으로 자리 잡게 되지 않을까 본다.

아무 일이나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빌2:3)

한준희 목사(뉴욕성원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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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Kate님의 댓글

Kate

목사님의 따사로운 말씀과 함께 행복한 단상을 갖는 아침입니다.
어제는 친구랑 숲속을 걷는데 친구가 너무 느리게 걸으니까
20년간 산행으로 단련된 제게는 너무 답답해서 살짝 짜증이 날려고 했습니다. 목사님께서 말씀하신것과 같은 생각을 문득했습니다.  "그래, 오늘은 운동보다는 친구와 대화하는 시간으로.." 라고 마음을 바꾸고 친구손을 붙잡아주며 걸었습니다.  친구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근래에 자꾸 넘어지고 평형감각이 떨어져서 몇일전 Brain MRI를 해봤어. 덕분에 모처럼 햇빛아래서 좋은공기 마시며 걷고나니까 기분이 정말좋네,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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