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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은 ‘죽음 묵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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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2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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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청교도 신학자 조지 스윈녹은 ‘죽음의 제동장치에는 손잡이가 없다’고 했다. 요즘 그 제동장치가 풀려서 인가? 연이어 안타까운 죽음의 소식이 들려온다.

‘전설’이란 말이 붙을 정도의 유명인들이 계속 세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방송인터뷰의 전설이라 불리는 래리 킹이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무려 여섯 번째 아내를 두었던 것으로 유명했던 그였지만 결국 코로나가 그의 가던 길을 멈춰 서게 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전설’ 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도 세상을 떠났다. 금년 91세. 그가 불러 더 유명해진 ‘에델바이스’의 주인공이자 쥴리 앤드류스와 함께 오스트리아에서 스위스로 탈출에 성공하는 그 잘생겼던 미남 대령도 별세했다.

‘야구의 전설’ 행크 아론도 세상을 떠났다. 야구역사상 두 번째로 가장 많은 755번의 홈런을 때려서 메이저 리그 역사상 최고 타자 중 한명이었던 그도 결국 세상을 떠났다.

‘다저스의 전설’ 타미 라소다 감독도 세상을 떠났다. ‘박찬호의 양아버지’로 알려져 한인들에게도 널리 사랑을 받던 라소다 감독은 1988년 다저스가 월드 시리즈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한 장본인이었다. 모두 2021년 들어 세상을 떠난 분들이다.

그런데 죽음은 전설들에게만 찾아오는가? 금년 들어 우리 주변에서도 세상을 떠나는 분들이 부쩍 늘고 있다.

우선 더글라스 김 목사님의 별세소식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향년 62세. 결혼도 포기하고 중고등부 시절 미국에 이민온 한어부 청년들의 고독과 소외감을 달려주며 그들을 주님께로 인도하기 위해 부름 받았다고 늘 말씀하시던 김 목사님이 그렇게 빨리 우리 곁을 떠나가시다니! 청년집회를 열 때마다 나를 찾아와 포스터를 놓고 가시면서 “목사님, 기도해주세요” 부탁을 받으면 나와 목사님은 함께 엎드려 ‘청년부흥’을 위해 간절하게 눈물로 기도하지 않았는가?

금년 104세 조찬선 목사님의 죽음 또한 충격이었다. 연세가 많으시긴 했지만 그래도 철저하게 건강관리를 하시며 늘 긍정과 감사로 사셨던 목사님은 깨알 같은 친필로 원고를 써서 몇 달 전까지 우리 신문에 기고해 주셨던 분이었다. 조 목사님은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분이었다. 단호하기가 대쪽이었지만 사랑과 정이 넘치는 어른이셨다.

이민교회 개척자 중 한분이셨던 김익환 목사님도, 남가주 교계에서 마당발인양 분주하셨던 전재학 목사님도 세상을 떠나셨다. 모두 금년 들어 우리 곁을 떠나신 분들이다.

별세소식이 들려질 때 마다 나도 이젠 죽을 준비를 하며 살아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지만 그건 염치없는 말 뿐이다. 수십 년 전 클레어몬트 신학교에 재학 중일 때 예기치 않게 목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만나 죽음 아니면 반신불수라는 불길한 판정을 받은 때가 있었지만 기적적으로 멀쩡하게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을 때 나는 스스로 뭐라 고백했는가? “주님 내 남은 인생은 덤으로 주신 것입니다. 주님을 위해 살겠습니다.” 그래 놓고 내가 살아온 지난날을 되돌아 보면 그건 왕 싸가지 거짓말이 되었다. 죽음 앞에서는 벌벌 떨다가 좀 괜찮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 싶게 기고만장해서 살아가는 꼬라지가 바로 죽음의 거울 앞에 비쳐지는 우리들의 추한 모습이 아닌가?

다음 주 수요일은 ‘재의 수요일’이다. 목사님이 이마에 재를 발라 주시면서 말씀하신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이날은 재를 몸에 바르고 흙으로 돌아가야 할 우리들의 허망한 실존을 학습하는 날이다. 세상 말로 하면 “까불지 마! 너도 결국은 죽을 인생이야!” 그걸 상기 시켜주는 날이 재의 수요일인 셈이다.

이날부터 사순절이 시작된다. 그러니까 사순절은 ‘죽음 묵상절’이다. 사순절 40일 동안 흙으로 돌아갈 내 인생의 운명을 묵상하며 그럼 남은 때를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매일 묵상 할 수 있다면 그건 A+ 크리스천이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치 집에 가는 것 보다 낫다는 전도서 기자의 말은 사순절을 죽음 묵상절로 지키라는 말과도 같다.

또 한명의 청교도 신학자 느헤미야 로저스의 말을 여기 인용하고 싶다. “일년 만 더 살았으면 하는 소망을 갖지 않는 노인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사람은 통상적으로 ‘모든 인간은 죽는다’고 말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헛되게도 영원히 살기를 바라는 망상을 가지고 있다.”

영원히 살 것 같다는 망상을 버리는 절기가 사순절이기도 하다. 금년 들어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는 것처럼 나의 죽음도 결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조명환 목사(발행인)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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