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 에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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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ㆍ2021-06-17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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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된 후 바이든 대통령의 첫 해외여행 목적지는 유럽이었다. G7정상회의 참석차 떠난 행차였지만 나토(NATO)가 방위비를 덜 낸다고 투덜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우방들과 갈라놓은 틈새를 복원하겠다는 차원의 여행이기도 했다. 그래서 “미국이 돌아왔다”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는 어깨동무도 하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부부와 만나서는 화기애애 깨가 쏟아졌다.
그런데 엘리자베스 여왕을 만난 자리에서는 가십거리도 많았다. 우선 여왕을 만났을 때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고 언론이 쑤근댔다. 아일랜드 혈통인 바이든이 상원의원 시절 여왕을 만나게 되었을 때 어머니가 여왕에게 머리를 숙이지 말라고 했다는 이유 때문에(영국의 지배를 받던 아일랜드는 영원한 앙숙관계이니까) 이번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느니, 남편을 잃은 여왕에 대한 측은지심에 몸을 부축해 주려 하자 여왕은 이를 거절했다느니, 여왕과 나눈 대화는 일급비밀인데 이를 기자들에게 다 까발렸다는 등 그런 시시콜콜 가십 거리들. . 그런데 그중 하나가 여왕님 앞에서 감히 선글라스를 쓰고 알현을 하다니 ‘무례한 바이든’에 영국이 뿔났다는 기사도 떴다.
지난주 윈저성에서 여왕을 만났을 때 바이든은 조종사 선글라스를 쓰고 여왕을 만났다. 이게 의전 결례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이 파일롯 선글라스를 즐겨 쓴다고 한다. 우리는 TV에 나오는 그의 선글라스 패션에 익숙해 져 있다. 지난 달 클리블랜드 ‘하이 헛’이란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초콜릿 칩 아이스크림을 주문한 후 직원들과 소탈하게 사진을 찍을 때도 그는 이 파일럿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와 같이 햇볕이 강렬한 곳에 살다 보니 나도 선글라스 애용자라고 할수 있다. 운전할 때도 나의 필수품이다. 골프 할 때는 더욱 그렇다. ‘마우이짐’이란 선글라스를 애지중지 끼고 다닌다. 그런데 그 선글라스가 여왕님 앞에 가면 “무엄하도다”란 준엄한 꾸짖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니!
왜 선글라스는 여왕접견에 의전결례 용품으로 전락하는 것일까? 아이컨택이 방해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눈과 눈이 마주쳐야 우선 만나는 행위가 완성되는데 그걸 가차 없이 방해하는 게 선글라스. 그건 맞는 말이다.
언젠가 후배 목사와 처음 만나는 자리가 있었는데 장소가 실외여서 나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선배님, 제가 나중에 인사드려야 하니까 선글라스를 벗어주시겠습니까?” 아니 이런 당돌한 후배 놈이 있나? 갑자기 나에게 선글라스를 벗으라니! “무엄하도다!” 속으로 벌컥 화가 날 뻔 했지만 사실 그 후배 목사님의 말이 천번 만번 맞는 말이었다. 아이컨택이 안되어서 나중에 알아보지 못하고 내 앞에서 아는 체 모르는체 버벅대면 두 사람의 관계는 얼마나 더 야릇해질까?
선글라스는 왜 쓰는가? 당연이 자외선 차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깜깜한 밤무대나 TV에 쇼를 하러 출연하는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는 ‘연예인용’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자외선 차단용이다. 눈은 신체의 어느 다른 기관보다 자외선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한다. 자외선의 자극을 받아 눈의 세포가 손상되면 다양한 안과 질환을 일으키는데 그중엔 백내장이나 황반변성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셀폰이나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눈은 거의 죽음 상태인데 거기다 자외선까지 공격해 오면 이를 어쩌나! 그래서 선글라스는 우리들의 생활필수품이다.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면 무례하거나 건방지다고 생각하는 옛날 옛날 한옛날 고릿적 편견은 내다 버려야 한다.
그렇다고 선글라스를 쓰고 예배당까지 진입(?)해 오는 사람은 어찌해야 하는가? 물론 특별한 안과 질환 등으로 써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 그냥 나 편한 식으로 예배드리겠다는 무개념 선글라스 착용! 선글라스에 아주 모자까지 받쳐 쓰고 나와서 앉아있는 사람도 있다.
캐나다 관광청은 처음 자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안내를 위해 “실내에서는 선글라스와 모자를 벗는 것이 예의입니다”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관광객들에게도 가르치는 에티켓인데 예배당에 들어오는 에티켓은 그런 게 무시되어도 좋다?
육안으로는 안보여도 하나님과의 영적 아이컨택을 위해 우리는 예배당에 간다. 당연히 선글라스는 벗어야 옳다. 여왕 면전에서도 “무례하도다” 비판을 받는데 하물며 예배당에서는 당연하지 않은가?
아니 예배당 뿐 아니라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인사를 나눌 때 그리고 실내에 들어 갈 때는 정중하게 선글라스를 벗는 매너에 익숙해 지자. 이 눈부신 선글라스의 계절에 우리들의 매너도 눈이 부시도록 세련되어가면 좋겠다.
조명환 목사(발행인)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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