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샘, 하늘의 물고인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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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thBookㆍ 기사 작성일2018-12-28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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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빙하 아래에 있는 보스토크 호수가 있습니다. 보스토크 호수는 남극 대륙 빙하 4km 아래 지점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거대한 호수입니다.
보스토크 호수는 밖의 공기가 숨결마저 얼리는 영하 60℃의 기온이지만, 빙하가 공기를 완벽하게 차단해주어서 얼지 않고 오랜 세월 동안 빙하 속에 그렇게 존재한다고 합니다.
보스토크 호수는 길이가 230km로 엄청난 크기의 호수입니다. 어떻게 빙하 속에 이런 호수가 존재할 수 있을까? 학자들은 지열에 의해 빙하의 하단부가 녹아서 생성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생성 이유를 알지는 못합니다.
남극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이렇게 호수가 만들어지고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의 삶에도 이런 호수(샘)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막이 아름답다! 그 황량함과 삭막함과 건조함과 목마름이 있어도 아름답다!” 이어서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를 말합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그 어디엔가 샘이 숨어 있어서 그래” 사막에 샘이 숨겨져 있어서, 그래서 사막이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요한복음 4장에 보면, 수가성의 한 여인이 우물가에서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 여인은 힘든 인생을 살았습니다. 수차례의 결혼에 실패했고 인생은 망가진 채, 이제는 공동체에서 완전 소외된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여인은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해 홀로 대낮에 물 길으러 왔습니다. 그때 여인 앞에 예수님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과의 이 만남을 통해 그는 마르지 않은 샘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전에는 만나는 것조차 두려워했던 마을 사람들에게 찾아가서 예수님에 대해 소개합니다. 그 여인은 인생의 샘물을 찾아 방황하는 자에서, 그 자신이 물을 공급하는 솟아나는 샘물이 된 것입니다. 예수님도 말씀하셨죠.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넘쳐나리라. 그런데 살다보면 우리는 샘물이 되기보다는 자꾸 메마른 사막이 되어가고, 얼어붙은 동토 남극이 되어갑니다. 왜 그럴까요?
청빈수도회를 이끌던 프린체스코와 그 제자들의 이야기가 그 답을 주는 듯합니다. 프란체스코의 제자들이 스승과 함께 40일 금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하루를 남겨 놓은 39일째 되는 날 젊은 제자 하나가 맛있는 스프 냄새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한 숟가락을 입에 떠 넣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함께 금식을 하던 제자들은 눈을 부릅뜨고 그 젊은 제자를 노려보았습니다.
그 눈길 속에는 유혹에 넘어간 불쌍한 영혼을 향한 애처로움이 아니라 분노에 찬 정죄의 따가운 시선이 들어 있었습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았던 제자들은 유혹에 넘어간 젊은 제자를 엄하게 꾸짖어주기를 바라며 스승, 프란체스코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런데 프란체스코는 말없이 수저를 집어 들더니 젊은 제자가 먹었던 스프를 천천히 떠먹기 시작했습니다. 경악의 눈길로 스승을 쳐다보고 있는 제자들을 향해 프란체스코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우리가 금식을 하며 기도를 드리는 것은 모두가 예수님의 인격을 닮고 그분의 성품을 본받아 서로가 서로를 참으며 사랑하며 아끼자는 것입니다. 저 젊은이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스프를 떠먹은 것은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를 정죄하고 배척하는 여러분들이야말로 지금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굶으면서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는 실컷 먹고 사랑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세상은 늘 사막과 같습니다. 얼어붙은 동토의 땅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곳에 주님은 바로 우리를 주님의 샘물로 존재하게 하셨습니다. 우리가 땅의 샘, 하늘의 물고가 되어 이 세상이 살만한 땅이 되도록 말입니다.
김원재 목사 / 한울림교회 담임 (CCV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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