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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스페인 성당, 라틴 아메리카 이민자들이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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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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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과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의 교회들을 보면 비슷한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주류 미국 교회들의 교인 수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한인 이민교회들은 여전히 뜨거운 신앙의 중심지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민자들에게 교회는 단순한 예배 공간을 넘어, 낯선 땅에서 서로를 보듬고 의지하는 공동체이자 삶의 구심점이 되었다. 이러한 모습은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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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스페인 성당, 라틴 아메리카 이민자들이 채우고 있다. 수 세기 전 스페인은 라틴 아메리카에 가톨릭 신앙을 전파했는데 이제 역전됐다.(AI 생성사진)

지구 반대편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마드리드 라바피에스 지역의 산 로렌소 성당. 종소리가 울리자 예배당은 순식간에 미사에 참여하려는 이들로 가득 찼다. 벽에 기대선 사람, 성당 입구 계단까지 흘러나온 사람까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미사를 집전할 신부가 나타나자 길을 터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신자들 대부분은 남미 출신 이민자였다. 세속화로 신자 수가 줄어드는 스페인에서 보이는 이 풍경은 가톨릭의 부활이 아닌, 이민자들이 가져온 새로운 활력이었다.

수 세기 전 스페인은 라틴 아메리카에 가톨릭 신앙을 전파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서유럽과 북미에서 교인 수가 감소하는 가운데, 신앙심 깊은 문화권에서 온 이민자들이 오히려 노쇠한 서구 교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이민자 가정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에 이주민의 존엄성과 포용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스페인 교회 역시 교황의 뜻에 따라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과제도 있다. 이스마엘 에레라는 청년회에서 유일한 스페인 국적 신자다. 그는 이민자 친구들이 자신을 따뜻하게 받아주지만, 다른 스페인 친구들이 이곳에 쉽게 융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일부 사제들은 교회가 ‘이민자들만의 공간’으로 인식되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 사제는 강론 중에 이민자가 늘고 스페인 신자가 줄어드는 현실을 한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민자들이 단순히 빈자리를 채우는 것을 넘어 스페인 가톨릭을 재편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지인 사제 지원자가 줄면서 외국 태생 사제 비율이 10%에 달하며, 이들의 영향력은 점점 커질 전망이다. 이민자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색채가 담긴 미사를 선호하며 교회의 모습에 다양성을 더하고 있다. 스페인 사회의 세속화와 별개로, 이민자들의 뜨거운 신앙은 교회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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